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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평화교실

글 수 10

                                                              우상숭배, 기억 그리고 펼치기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두 번째 특징은 우리가 기억과 생각을 혼동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진짜 생각이란 무엇일까? 정말로 생각한다는 것은 기억에 없는 것들,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것들, 전에는 말하지 않은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말들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 잠재성을 감지하고,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인식하고 말하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자동적인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대한 의견을 형성하는 것이다. “, 내가 왜 그렇게 했지?”라고 묻는 것이다. 나는 어른이 되어 부모님을 만날 때면 지금의 나라고 믿는 사람과 닮은 점이 거의 없는 것 같은 시절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생각한다. 마치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방어적이거나 경쟁적이며 가끔 공격적이기도 한데, 그런 행동을 남 탓으로 생각한다(그들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나중에(나와 지인들에게 행운이 있다면)나는 그것을 깨닫고 책임을 느끼며 반성한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든 나를 행동하게 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들이 내 화를 부추겼을지는 몰라도 화를 낸 사람은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 나를 통해 나오는 행동은 마치 녹화된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이는 생각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이라고 일컫는 것은 흔히 기억 속에 이미 존재하는 표본에서 나오는 보고이거나 행동일 뿐이다. 녹화된 테이프처럼 이런 생각들(감정들)은 언제라도 재생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생활뿐만 아니라 직업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장의 도입부에 소개한 회의에서 사람들은 업무에 대한 예측할 수 있는 생각과 방식을 동원했다. 이 경우 그들의 말은 대체로 기억에서, 이미 정해진 입장과 가정 및 믿음을 통해 그리고 적절한말에 대해 미리 정해져 있지만 늘 말로 표현되지 않는 규칙을 바탕으로 반복된다. 이 모든 것은 위에서 설명한 과정보다 더 밀도가 높고 묵직하다. 대체로 속도가 빠르고 무척 감정적이지만 자기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진정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그보다 더 천천히,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 우리는 흔히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고 믿는다. 생각은 마음속을 부드럽게 흐르는 물처럼 신선하며 공간을 요구한다. 생각의 결실은 간단하고 조용한 개념일 때가 있다. 이는 사고를 전달하는 군중 속에서 두드러지며 예고 없이 도착한다. 나의 멘토는 진리란 물을 마시러 숲 밖으로 걸어 나와 서 있는 사슴과 같다고 했다. 너무 시끄러우면 사슴은 달아난다. 당신의 마음은 얼마나 고요한가?

봄은 이 과정들을 구별했다. 곧 우리가 보이는 신선한 대응을 생각thinking’으로, 기억에 따른 습관적인 반응를 사고thought’로 구분했다. ‘사고는 생각의 과거일 뿐만 아니라 생각의 산물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고가 마치 자신이 진짜이고 지금 활동하는 것처럼 의식에 각인된다는 것이다.

 

다음 예를 살펴보자. 운전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운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브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조수석 쪽과 인도의 거리를 얼마나 두어야 하는지, 방향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운전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 운전 능력은 기억의 일부로 바뀐다. 차에 올라타고 운전을 해서 직장에 도착한 다음에는 자신이 어떻게 그곳까지 왔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떤 길을 지나왔고 무엇을 지나쳤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차를 몰았을까? 나는 그것이 사고라고 믿는다. 본인이 인식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작용해 본능과 반응을 유도하는 기억이다. 매우 유용한 능력이다. 사고는 곡 필요하다. 차에 오를 대마다 운전을 다시 배워야 한다면 그처럼 불행한 일이 있을까!

 

내 동료인 피터 개럿은 기분feelings’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기분은 현재 순간에 형성되고 감정felts’은 과거에 느낀 기분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이다. 애국적인 의미가 담긴 행진곡을 들을 때면 이들이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경험한다.

 

사고감정은 우리가 전혀 깨닫지 못하고 기억에 의존해서 살아갈 때 문제가 된다. 기억이 우리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고,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혁신을 감행하고 새롭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보라고 말하기 쉬운 조언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를 붙든 감정은 우리에게 분명히 알고 있다는 확신을 주면서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는 두 가지 선택만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어둑한 길을 걷고 있는 상상을 해보라. 당신은 어떤 그림자를 보고 그것이 괴한의 그림자라고 상상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가장 가까운 가로등, 가장 가까운 피신처를 찾는다. 그 순간 그쪽을 다시 보고는 자신은 그림자를 봤을 뿐이고 그게 어쩌면 자신의 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 이때 유발된 사고와 감정은 기억에서 나온다. 당신은 자신의 반응을 되짚어보고 정황을 분석하고 나서야 그것이 실제로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밤길을 걸을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그림자를 보며 진짜인 줄 알고 반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같은 기억의 문제를 우상 숭배라고 말한다. 우상은 있는 그대로 혹은 진짜로 인식되지 않는, 그렇게 느껴지는 집단적인 상징이나 심상이다. 무지개는 우상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예다. 무지개는 거기에없으며, 우리의 눈과 태양의 각도, 공기 중의 작은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그 세 가지가 어우러져 무지개라는 환영을 만들어낸다. 무지개는 물리적인 실체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개념이다. ...이처럼 우상이란 우리가 두려워하는 길거리의 괴한에 대한 인식, 혹은 타인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데도 자신을 여전히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시각이다.

 

사람들은 대화라는 말을 들으면(“예전 상대는 성공적인 대화를 했다는 말처럼) 그것이 일상의 대화에는 결핍된 이해와 경험의 수준을 달성한다는 뜻으로 짐작하기 쉽다. 대화 기술의 잠재성을 맛본 초보 대화 집단들은 그런 경험을 함께 있어서 기분이 더 좋거나’ ‘예전에는 몰랐던 통찰력을 얻은것으로 해석한다.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대화는 인간적 교류와 토론이 잠재력에 대한 최고의 희망과 미래를 투영하는 영사막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집단이 그렇게 할 때는 실망스럽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집단이나 팀과 함께 최고의 경험을 한 뒤에는 이를 기준으로 삼아 재생하려고 노력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경험은 우상이 되어 점점 가치를 잃어버린다. 현재의 경험이 아니라 기억속에 근거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경쟁자나 동료, 혹은 착수 예정인 계획을 생각할 때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는가, 또 어느 정도가지 남이 한 말, 자신의 기억, 믿음은 가지만 확실히는 모르는 지식을 바탕으로 의견을 설정하는가? 당신의 의견 중 몇 퍼센트가 추측이거나 이미 갖고 있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가? 가장 중요하게는, 당신은 그 차이를 어떻게 아는가? 무엇이 당신의 기억속에 저장된 반응에 갇혀 있으며, 무엇이 신선하고 독창적인 생각인가?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펼치기 원칙 principle of unfolding”을 응용하는 방법을 배워 이 같은 기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대화의 원칙은 봄의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현재의 가시적인 형태로 펼쳐지기 위해 기다리는 비가시적인 형태의 실제가 있다는 개념이다. 어느 시점에서 당신은 우리가 어던 행동을 하더라도 인생은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확신으로(믿음이 커갈수록) 그것을 알 수 있다. 이 개념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관한 관습적인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1983년 참석한 회의에서 봄은 이에 대한 아주 놀라운 심상을 자연속에서 보여주었다. 우리는 씨앗을 뿌리면 나무 한 그루가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씨앗이 나무를 자라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체환경 역시 나무 한 그루 속으로 펼쳐진다고 볼 수도 있다. 공기, , 물이 모두 접혀 있거나미가시적인 근원에서 드러나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앗은 나무가 펼쳐지는 통로다. 나무는 죽으면서 다시 접힌다. 봄은 우리 눈에는 그것이 직선적인 과정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봄은 우리 눈에는 그것이 직선적인 과정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연 그 자체는 끊임없이 펼쳐졌다가 다시 접힐 수 있다.

 

그와 흡사하게 우리의 사고와 기분 역시 계속 펼쳐지고 접힌다. 진정성은 잠재성을 인식하는 기술이요, 그것을 끌어내려는 의지, 혹은 심지어는 용기를 갖는 기술이다. 이 원칙은 우리가 느끼고 아는 것을 진실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는 점진적인 과정을 뜻한다. 남을 통해서든 독자적으로 그렇게 하든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기술이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것은 현존하면서 우리를 통해 펼쳐지기를 기다리는 잠재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내재적 질서에서 출발해 새로운 실제가 펼쳐지는 통로인 씨앗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탐구한 것은 비단 물리학자들뿐만이 아니다. 에머슨은 <자기의존>이라는 수필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 곧 자기 안에 숨겨진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는 경지에 도달할 것을 요구했다.

사람들 각자에게 존재하는 힘은 완전히 새롭지만 직접 시도하기 전까지는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렇게 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에 대한 생각이나 남에게 들은 인상, 우리 자신을 더는 혼동하지 않게 된다. 그야말로 진정한 자아를 펼치는 것이다


                                                                                                                                                                -윌리엄 아이작스, <대화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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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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