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글 수 13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물고기의 몸에서 지느러미가 돋아나기 시작한다.”

 

- 마크네포, 작은 물고기 이야기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은 어디까지 일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어디에 경계선이 있는 것일까? 이것은 나의 정체성에 있어서 깊은 영향을 미쳐왔다.

 

내 일생을 쫓아다니며 나를 괴롭힌 두려움에 대한 정체의 핵심은 내게 다가오는 것을 다룰 수 있는 이 없다는 인식이었다. 도전과 위협의 상황에서 자기 보호나 공격할 수 있는 팔이 있다면 나는 안심이 되고 자유인으로서 제대로 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강한 팔을 신에게 요구해왔다.

 

내게 있어서 이 팔에 대한 습득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상고를 졸업한 후에 은행원으로서 사회적 지위향상의 꿈은 폐결핵으로 접게 되었고, 허무주의에 대한 대응으로서 팔에 대한 간절함은 신학생으로 학위에 대한 열정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것도 학위는 땃지만 전문 지식에 대한 끈기와 이해력의 부족과 교수직과의 연계의 기회도 되지 않아 그 팔도 키우다가 잘려지고 말았다.

 

나는 안 되거나 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깊은 좌절감과 자신에 대한 자책감에 오랬동안 빠져 있었고, 그 이후 내가 NGO단체에 있으면서도 한동안 이 없던 나자신에 대한 그리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것같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높은 지성이나 성취감 혹은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같은 팔이라는 도구가 없이 어떻게 삶이 가능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내가 왜 그리 세상에 대해 힘들어하는지 혹은 불편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면서 내가 원하는 자기 보호나 공격할 수 있는 팔을 내가 얻으려고 했던 것이 내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되고나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마크 네포의 말처럼 몸에서 지느러미가 출현하는 듯한 새로운 영혼의 감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대해 팔로서 반응하는 그러한 자극-반응의 파도 이면에 세상에 대해 반응하기 보다는 영혼의 지느러미를 펼쳐서 수용하며 헤엄쳐 나가는 방식에 대해 눈이 가게 된 것이다. 팔로 보호-저항-조작-공격의 방식보다는 지느러미로서 환대-이해-연결-몰입의 방식이 터득되면서 한결 숨쉬기가 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고개를 파도위로 내밀어 햇빛을 보기 위해 팔로 버둥거려 보았던 내 자신이 무력감과 무능감을 철저히 느끼면서 그리고 나이가 오는 시간의 한계도 느끼면서, 이제는 머리를 내밀어 팔을 휘둘러 대지 않고, 내 존재가 지느러미를 생성하여 어둠을 유영하며 살 수 있게 되면서 힘든 것이 줄어들면서 이상하게 더 일이 쉬워지고 사는 것에 생채기가 별로 일어나지 않게 되고 있다.

 

내가 팔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삶에 대한 두려움이 이제는 가시면서 주변보다는 내면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각을 얻게 되면서, 나는 무력감과 무능력으로부터 벗어나 점차 어디로 가고 싶은 지 열망도 강렬해지고 있다.

(2016.6.5.)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서클의 힘 평화세상 2014-07-12 3419
공지 신뢰의 공동체에 대한 묵상 평화세상 2014-06-01 3113
공지 삶의 자극상황에 대응하는 두 가지 근본적인 태도 평화세상 2014-05-22 3440
공지 내려 놓는 순간 시작된다-나비를 좇아서 평화세상 2014-04-04 3127
9 활동속에서 에너지 얻기 평화세상 2017-01-22 1550
» 삶의 두 도구: 팔 vs 지느러미 평화세상 2016-06-05 1867
7 자극 상황을 맞이하는 두 인식 논리 평화세상 2015-07-05 2179
6 영적수련으로서 비폭력 대화-상대방의 '아니오'가 주는 영적 선물 메인즈 2012-06-26 2987
5 굳고 딱딱한 것은 죽음의 길이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생명의 길이다 file 관리자 2011-02-15 2959
4 일상을 깊이 살기-주목하여 보기 메인즈 2011-01-06 2967
3 일상을 깊이 살기-일어나기 메인즈 2010-12-22 2801
2 알아차리기 이야기 메인즈 2009-11-26 2946
1 일상활동을 각성의 기회로 삼는 방법 메인즈 2009-11-26 2845
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