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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3

나비를 좇아서

-내려 놓는 순간 시작된다-

 

 

 

  여섯 살 때였다. 나비를 좇아 저수지를 반쯤 들어가서는 동그랗게 오므린 손으로 나비를 확 잡아챘다. 드디어 아름다운 나비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나비를 볼 수는 없었다. 나비를 보려면 손을 펴서 나비를 놔줘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코도 가렵고 다리도 당겼지만 할 수 있는 한 오래 손을 오므리고 버텼다. 그러다가 손바닥에 부딪히는 나비의 날갯짓에 오므린 손을 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의 의지를 배반하고 나비는 화려한 판화같은 날개를 펴고 날아가버렸다.

   이 일은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미묘한 사건이었다. 읽어야 할 책과 숙제, 붙여야 할 모형 차, 말다툼, 분노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나비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런데 40년이 흐른 지금, 그 나비가 다시 내 안에서 깨어났다. 믿음을 가질 만큼 충분히 깨닫기도 전에 순례자의 손에 주어진 계시처럼, 덕분에 이제는 나비를 좇는 일이 삶의 길과 같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잃어버리면 어쩌나, 낙오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쫓기고 집착한다. 그러나 집착하면 잃어버린다. 그렇게 살아온 내게는 이런 진리가 너무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지금 생각해보니, 병마와 싸우는 동안 내가 믿음 대신 두려움을, 신의 현존 대신 공포를 느꼈던 것도 이 집착 때문이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심장 박동을 내 가슴속에 가둬두려고 했다. 얼굴을 파묻고 내 미숙한 손 안에 그것을 가둬두려고 했다. 덕분에 나비처럼 팔딱이는 그 아름다운 것을, 이제는 내 안에 갇혀버린 그 사랑스러운 것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생명이 지니는 모든 아름다움과 힘을 내 손에, 내 가슴속에, 내 얼굴에 오므려 쥐고 있는 한, 그것을 볼 수는 없었다. 그것을 보려면 그것을 놔줘야만 했다. 그러나 소년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나는 할 수 있는 한 오래 그것을 오므려 쥐고 있었다. 생명의 맥박이 손을 펴게 만들고, 생명에 대한 놀라운 느낌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안에서 깨어날 때까지.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내가 그렇게 단단히 오므려 쥐고 있었던 것이 사실은 신의 존재였으며, 그 존재를 계속 두려움과 고통, 공포로 착각하고 있었음을. 우리 내면에서 고동치는 가장 심오한 것, 우리의 집착으로 인해 두려움과 어둠으로 바뀐 것들은 우리가 손을 펴야만 우리에게 힘을 준다는 것을.

   이 중요한 진리를 깨닫는 데 40년도 넘는 세월이 걸렸다.

 

 

 

마크 네포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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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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