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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지 말라, 상처가 있는 곳에

시선을 유지하라.

거기가 당신에게 빛이

들어가는 곳이다.

-루미-

 

 

서클의 지혜를 트라우마에 적용하기

 

 

우리의 많은 고통중의 하나는 명확하지 않음과 알 수 없음으로 인해 발생한다. 실상 서클 진행은, 특히 문제해결 서클들은 시작동기가 문제로 인식되는 사건, 상황, 관계, 사람에 관련된 이슈로 인해 시작하지만, 당사자들은 혹은 대답을 갖고 있지 않고 앉아 있는다. 오히려 이슈에 대한 혼란과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 혹은 자신의 상처의 아픔으로 앉아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게다가 서클 진행자도 대답을 갖고 있지 않고 진행에 임한다.

 

지금까지 서클경험을 회상해보면 어떻게 서클진행자를 포함하여 누구도 대답을 알지 못하고 앉아 있는 서클진행이 거의 70~80%정도 길을 찾아간다. 학교폭력에 개입하는 경우 이미 너무 심각하게 사건을 만들어놓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의뢰가 들어와 그 성공률이 정상적인 갈등다루기보다 만족한 해결의 확률이 좀 낮지만 그래도 10건중 7건 정도는 잘 마무리되는 것 같다. 반면 개인의 심리적 혹은 관계적 갈등의 경우 최소 두 세 번의 만남이라면 서클에서 얻은 지혜의 도구로 상대방은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하고 나아간다.

 

우리 중 누구도 모호함과 대답이 발견되지 않음 속에 있을 때, 어떻게 우리는 나아감을 얻을 수 있는가?’ 이것이 서클진행자로서 나의 중요한 질문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많은 과도한 고통과 힘듦을 개인과 공동체가 지니고 있음도 발견하였다. 그런데 나는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것처럼 우주 자체는 한 시간당 수백만 마일로 급팽창하고 있으며 그 급팽창하는 거리만큼 발견되지 않은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로 가득 차 있고 우주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창조적 과정들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생각이 달라졌다. 모호함과 복잡성 그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 어떻게 과정을 만들어 지성을 발생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과정적 전개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서클이 지성(intelligence)을 발생시키는 것은 몇 가지 원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체득하였다. 그것은 바로 서클의 중심이 존중이 되고 그 주변이 안전한 공간으로 세팅이 될 때, 그리고 대화 당사자에 대한 다가감이 환대와 경청 그리고 열린 질문으로 과정(process)을 엮어갈 때 지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여러 명이 앉아있는 서클진행에서만 아니라 실제로 일상에서 누군가를 대할 때 이 서클의 지혜는 그대로 작동된다. 곧 모호함과 복잡함에 대해 이러한 몇 가지 원리들이 작동되는 순간 거기에는 질서와 의미가 출현하게 된다.

 

지난 2주간에 걸쳐 이것을 재확인하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다루는 계기가 있었다.

한 사례는 회복적 서클을 실천하는 중년 여성의 고민을 회복적 서클의 사전서클의 형식을 빌려 1:1 대화를 40~50분 남짓 한 사례이다. 그녀는 아들(ADHD의 가벼운 증상이 있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폭발과 이에 대한 후회, 배운 대로 제대로 되지 않아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청하면서 연결하고 열린 질문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두 가지 특이한 증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는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안되고 못하고 힘들은 장면과 대한 반복적인 주목과 에너지 소모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기 반응이 언제나 자기의 부족과 자기안의 괴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모임 속에서 참여자의 실제 사례를 잠시 다루는 상황이었기에 넉넉하지 않은 시간을 갖고 직접 경청하면서 상대방이 어떻게 두려움의 프레임과 옳고 그름의 렌즈를 통해 실제로 일어난 실재를 해석하는지 따라가며 그 반응에 대한 다른 시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안되고 못하고 힘들은 장면에서 - 나는 이것을 부서진 집의 잔해를 바라보기라 부른다- 자신에게 무엇이 소중하고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있는 지에로 - 나는 이것을 잔해에 대한 시선두기가 아닌 자신이 살 집을 상상하기로 표현한다 - 주목하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적으로 이것에 저항하고 잔해에 머무르려는 강한 경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진행자로서 훈계나 판단의 조언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계속 올라왔기 때문에 연결하고 또 연결하는 필사적인 노력이 나에게 필요하였다.

 

또 하나는 원하는 미래를 그리는 것만 아니라 -이미 말했듯이 이는 지속적인 연결과 되돌아옴의 과정이 대화 진행 속에서 필요했다- 또 다른 커다란 장애물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다가가기위한 내면의 자원과 자신이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확인하고 자신이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원하는 미래만이 아니라 자신이 뭘 선택해서 해 볼 수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과정을 주의깊게 인내하며 천천히 간다는 것도 큰 도전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덫과 무능력감에 깊이 빠져 습관적 패턴이 되어 있어서 거기서 나오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것이다.

 

다른 하나의 사건은 남편이 직장일의 과로로 몇 번이나 사장에게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조치를 안 해서 결국은 자살하여 유가족이 된 중년 여성이다. 이 여성은 수년간 마샬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를 자기 삶에 실천하면서 살았지만 남편 죽음에 대한 자기 책임과 회사사장에 대한 분노로 인해 그리고 남은 두 아들과 자신의 앞날에 대한 불안 등으로 복잡하고도 힘든 양가감정들이 서로 얽혀 있었다.

 

우선 이것은 듣는 것만도 - 그녀는 자기 이야기가 남에게 커다란 부담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나를 찾아오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 나에게는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또한 그렇게 상대방에게 절실하고 중대하고 긴급한 산소공급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내가 아무 것도 사전 지식이 없고 다루어 본 적도 없은 첫 사례의 성격에 대해 뭐라고나 할까 낯설은 상황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그란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서클의 기본 원리인 환대와 경청 그리고 열린 질문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만남은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회현역 근처 신뢰의 서클 사무실인 삼선재단의 공간을 빌려 4시간에 걸친 만남이었었고 이번 모임은 광명의 단체 센터인 동그라미와 네모에서 3시간에 걸친 대화였다. 첫 번째 만남의 처음 두어 시간은 그야말로 복잡한 사건, 강한 감정적 표현과 파편화된 생각들의 토로함, 불안과 염려, 죄책감과 분노의 복잡한 그물망의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기억된다. 무엇을 들었는지 내면과 연결하는 경청과 상대방이 자신이 뭘 원하는지 탐구하도록 돕는 열린 질문들, 의미의 재-구조화하기, 앞으로 나가기 위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조심스러운 과정의 왔다갔다하는 일련의 흐름들을 중간 중간에 역류와 소용돌이가 있었지만 그 흐름을 계속 펼쳐나가며 사전 서클의 주요 원칙들을 그대로 따라갔다.

 

4시간정도 지나고 이제는 시간이 일어나야 할 정도의 깊은 밤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녀로부터 처음에 만날 때 보였던 굳은 얼굴이 펴져 있었고 이제는 처음으로 가벼운 웃음과 미소를 보게 되었다. 두 번째 만남은 사후 서클의 원리에 따라 그간에 일어난 자기 생각들과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본인 스스로가 남편 죽음이후 자살유가족을 위한 자기 치유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타인들에 대한 기여에 대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정신과 의사들에게 다가갔지만 약물치유나 남편문제에 골몰하기 보다는 자기 문제에 신경 쓰라는 정신치료의 권고를 듣고 큰 실망과 불안을 지니고 있었다. 그에 대해 내 생각은 어떠냐는 질문까지 받을 정도로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신념과 방향에 대해 소위 의사들의 권고가 큰 불안을 준 것이었다.

 

두 시간동안 자신에게 있어 경청의 시간을 갖고 중간 중간에 확인하는 질문을 던졌다. ‘내가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확인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심장지성과 관련된 프리즈-프레임의 실습과정을 소개하고 심장과 연결되기와 내면의 안전한 공간에 의존하여 나아가는 것에 대한 확인을 하고 전체적인 소감을 듣게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통해 내면에서 자신의 영혼이 기뻐하는 것에 의존하여 원하는 미래를 그리기 그리고 열정의 자원을 확인하는 작업들을 마치면서 서클의 닫는 의식으로서 종종 해온 침묵과 연결의 블레싱 -교회에서 명료화모임을 한 뒤에 중심인물 뒤에서 양 어깨에 경청위원들이 함께 손을 얹어 연결하는 의식 -으로 끝내고 감사의 인사를 서로 나누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수 차례 눈물과 안도, 자기 결심과 용기 그리고 자기 목표에 대한 명확함과 지지의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이 두 사건을 통해 깊이 다가온 것은 서클의 지혜에 대한 통찰이었다. 첫째는 우리의 삶의 실재는 언제나 내가 이해한 것을 넘어선다. 알지 못함, 모호함 그리고 복잡성이 원래 삶의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모호함과 복잡성이 리얼리티의 구성요소라 한다면 질서란 그 모호함을 수용하여 어떻게 의미의 질서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이것은 프로세스라는 일련의 스토리 재구성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문제에 주목하고 환대하기, 연결하여 경청하기, 자기 탐구를 돕는 열린 질문을 하기, 그대는 지금 있는 그대로 괜찮고 어떤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을지라도 괜찮다는 확인의 안전한 공간의 분위기, 자기의 의미탐구이후 구체적인 제안에 대한 명료화 그리고 블레싱이라는 축하하기가 그것이다.

 

두 번째는 대화의 어둔 터널에서 이제 터널이 끝나고 출구가 보인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에 있어서 자신의 연약한 취약성의 노출과 그것에 대한 연결이 그 실마리라는 확인이다. 자기 방어와 삶의 도전에 대한 저항, 그리고 사건, , 상황에 대한 부정적 판단과 분노의 거칠은 이야기 흐름을 타다가 어느 순간 오직 그것은 누구에 의해 그리고 그 무엇에 의해서가 아닌 그 사람 영혼의 그 자체에서 나오는 여리고 나약한 취약성(vulnerability)의 이야기가 나오는 데 이것이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안전한 공간속에서 오직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던져서 경청에로 몰입하여 연결하며 있으면 - 내가 보기에 이것이 유일한 조건이다 - 그다음 뭔가 자신의 이해를 넘어선 전체성이 그 사람의 인식을 타고 펼치게 되면서 자기 문제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게 된다. 그것은 진행자 예측하지 못한 돌파의 순간이 그 시공간을 찾아온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목격하고 반영하고 축하하는 것뿐이다.

 

우주에서 블랙홀처럼, 삶의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앞이 안보이고 모든 실재가 모호하고 어둠인 실존적 상황에서 내가 배운 것은 환대하고 주목하고 경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누군가 옆에 있다면 그 사람이 경청동반자(listening companion)이 되어 오직 자비로운 연결의 경청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선물로 줄 수 있다면, 그 블랙홀은 붕괴되는 아픔을 통해 새로운 별을 탄생시킨다. 자신의 가장 취약한 그 소용돌이가 - 자신의 생이 붕괴되고 실존적 위협이 극도의 위기순간이 되는 그 블랙홀 -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삶의 의미에 대한 자각을 가져오는 것이다.

 

파커 파머가 말한 마음이 깨어져 열리는순간은 이러한 가장 여리고 취약한 부분이 노출되고 그것을 환대함으로 인해 뭔가 비약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블랙홀은 신성한 경험일 수 있고, 그 상처는 영혼의 안내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블랙홀과 상처로 인해 그 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에 뭔가 달라진다. 좀더 생생하게 살기, 좀더 보호나 저항없이 자기에서 벗어나 연결하고 기여하며 사는 용기를 갖기, 전체성의 흐름속에 내가 있음을 이해하여 그 통로가 되기 등등의 자각과 헌신이 일어나게 된다.

 

(201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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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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