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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와 마음의 가난 및 온유함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마태 5:3,5)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 어떻게 자극상황을 대할 것인가

 

일상에서 수없이 다가오는 자극상황-견디기 어려운 소음, 직면하기 불편한 상황, 짜증나게 하는 일, 관계의 마찰 등-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견디고 인내하여 흘러보낸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맞대고 따지고 옳은 논리를 가져와 논쟁하고 나면 이겼다쳐도 즐겁지가 않고 내 자신이 더러워진 느낌이 든다. 못 본채 잊고 있기엔 너무나 속상하고 마음을 뒤죽박죽 만든다.

아예 나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어떤 영향력을 갖는 힘을 갖고 있으면 내가 안전하진 않을까?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에서 그 어떤 특권의 자리에 있다던가, 전문직에 있어서 독보적이면 내가 좀 편안해지고 날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 두진 않을까? 자신의 안전을 위해 뭔가 돈, 명예, 지위, 영향력에 있어서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면 나를 불편하게 하는 자극상황을 훨씬 덜 받지 않고 살 수 있지는 않을까? 이론적으론 그럴 것같은데 실상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노력이 든다. 그리고 그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희소성있는 위치에 올라가는 이는 정말 소수이다. 그리고 그 소수의 자리에 안기까지 오직 순수한 노력만이 있는 게 아니라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얽혀 있어서 지배 권력과의 타협이 불가피하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게임 속에 들어갈 때 내가 뭘 위해 사는 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만다.

행복한 삶이라는 게 예수의 비유에 따르면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데 있지 않고 마음의 그 어떠함이라는 상태에 있다. 그리고 가만히 보면 이것은 놀라운 인식의 패러다임전환의 말이다. 마음이 가난함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성취되고 온유함을 통해 땅을 얻는다. 다시 말해서 마음의 가난함을 통해 자유로운 체험의 경지에 이르고 온유함을 통해 덕을 세우며 생명을 풍성케 하는 기여의 힘을 부여받는다.

 

일부 비폭력대화자들이 직면하는 궁지

 

비폭력 대화는 언어의 기술에 있지 않다. 언어는 그 통로이고 실제의 힘은 그 진정한 의도와 에너지의 흐름에 있다. 즉 깨어있는 의식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비폭력대화의 학습에 있어서 그 초기에는 가이 충격적인 도전과 잠자는 의식을 흔든다. 자신이 행했던 교정하기, 논쟁하기, 심문하기, 비난하기, 강제하기, 자기 이야기 하기, 설득하기, 위로하기 등이 실상은 폭력적인 행위였다는 것을 알 때 오는 충격이 그것이다. 애한테, 동료한테 잘되라고 했던 그 모든 강제적 언설이 사실상 연결을 끊어뜨리는 지배언어였다는 인식을 할 때 오는 충격의 논평들을 참여자들로부터 수시로 듣는다. 그리고 분노와 짜증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게 되었다는 감사의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런 허니문 단계를 지나면 그 다음부터는 약간의 고행이 시작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없는 듯 여겨지고 자신 안에서 자꾸 올라오는 무의식적인 판단과 평가에 대한 괴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의 그 황홀한 맛은 가고 힘든 내면적인 고투가 시작된다. 그리고 때때로 절망한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는 합리화한다.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 않은가라고. 다른 일부는 자신을 비로소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서 전보다는 더욱 대담하게 비폭력대화 형식에 기초하여 자기 욕구를 담아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른 바 부드럽게 공격하기의 패턴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은 질려버린다. “그래. 전에 하던 강제적이고 단언적인 말은 안해서 고마워.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그렇게 부드럽게 공격해 오는 것이 영 나는 불편해.” 이것이 부부간에 한쪽이 비폭력 대화를 하는 사람에게 다른 파트너가 종종 하는 말이다. 나 역시 비폭력대화 실천가들 중에서 이런 방식으로 자극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어째서 비폭력 대화 실천가중에는 더 앞으로 나아가는 체험이 일어나지 않고 단순한 반복에 머물거나 혹은 상대방이 자신이 하는 비폭력 대화가 부드러운 공격으로 해석하고 힘들어 하는 것인가? 비폭력 대화의 실천에 있어서 아직도 남은 장벽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비폭력 대화는 그 핵심이 문제 해결에 대한 제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그 연결은 바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의 열려짐 곧 마음의 가난과 온유함과 관련되어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비폭력대화의 결과가 내가 얻으려는 것의 습득이나 갈등문제의 해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됨으로 오는 새로운 궁극경지인 초극된 더 큰 자아 정체성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때 비폭력 대화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연결을 통해 우리는 보다 넓은 삶의 지평을 보고 그 지평융합을 통해 보다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열린 지평은 좁은 자기 정체성을 열어 사물과 사건속에서 새롭게 의식되는 무제약적 자기 정체성을 현시한다. 개인의 피부에 갇힌 정체성이 아니라 하늘과 땅으로 연결된 열린 공간으로서 정체성이 그것이다.

 

비폭력 대화실천에 있어서 마음의 가난과 온유함의 적용


비폭력 대화의 실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어떻게 인식되는 가에 있다
. 나에게 자극이 되는 사람, 상황, 관계가 어떻게 그 처음에 인식되고 있는가? 그 대상이 ’ ‘문제를 일으키는 자’ ‘불편한 자로서 설정되는 순간 가슴은 닫히고 머리의 시비 논리와 몸의 자기 보호본능이 작동되면서 말하기 이전에 이미 내 신체와 에너지는 적대적인 분위기와 에너지를 분출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은 이미 내가 말하기 이전에 내게서 느껴지는 그 눈빛과 몸의 자세로부터 그것을 재빨리 읽게 된다. 그리고 자기 보호의 무의식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내게 일어나는 자극상황이 문제(a problem)’으로 인식될 때 내 머리는 비폭력 대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내 신체와 정서적 반응은 이미 자기방어와 공격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에 거기서 예측되는 상황은 자기충족적 예언의 법칙에 따라 그 결과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죽은 공감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즉 비폭력 대화 형식을 갖고 말하지만 상대방은 그 진심에 연결이 안된다.

마음의 가난과 온유함의 상태는 발생하는 것에 대한 판단과 평가 없이 그리고 자기 생각이 없이 일어나는 것에 순수히 현존해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것을 일어나는 그 모든 것에 대해 환대하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환대하기는 일어나는 그 모든 것을 옳고 그름의 잣대없이 그대로 주목하고 받아들인다. 환대하기에 있어서 두 요소인 주목하기와 받아들임은 매우 중요하다. 온전히 주목하고 그 대상-사람, 관계, 상황-을 나의 생각, 가치, 신념을 내려놓고 상대의 진실을 동의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받아들인다.

마음의 가난은 이렇게 주목하기와 받아들임을 통해 들어온 삶의 실재(리얼리티)를 생각이 아닌 개방된 열린 마음으로 감싸 안으면서 상대방의 주관적 참조의 틀(subjective frame of reference)속에서 상대의 존재와 진실을 드러낸다. 이것을 명료화하기라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마음의 가난은 경청자가 말하는 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지 않고 존재로 현존해 있으면서 전적으로 수용하여 화자의 생각의 참조틀(프레임)속에 갇힌 상대판단과 자기판단의 제한의 경계를 넘어 그 프레임을 넘어서는 빈 공간- 하늘-을 노출시킨다. 이것이 순수한 현존으로서 마음의 가난이 열어주는 하늘 나라의 공간이다.

경청자의 마음의 가난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이러한 무제약적인 텅빈 순수 영역의 그 공간에 프레임을 놓음으로서 그 생각의 프레임에 지나치게 심각해 했던 자신을 알아차리게 만들고 거기로부터 빠져 나와서 자신이 하늘나라라는 무제약적 은총의 실재속에 존재함을 확인시켜준다. 순수존재로서 얻음과 잃음이 없이, 생각의 무거운 지배없이 본래적 본성으로서 내면의 빛을 발견하면서 자기 생각의 덫으로부터 해체되어 자유라는 하늘나라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마음의 가난이 하늘 나라가 주는 자유체험의 경지를 열어준다고 한다면 온유함이란 순수존재로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커뮤니티안에서 진리를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마음의 요소이다. 개인의 자유체험과 해방은 한 개인으로서 홀로 있지 않고 그것이 신뢰와 돌봄의 커뮤니티를 통해 강화되고 뿌리내리며, 해체되지 않고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 신뢰와 배려의 커뮤니티속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온유함이다.

마음의 온유함은 홀로된 내 것을 주장하지 않고 우리의 관계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온유함이란 자기 진리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진실과 상대 그리고 우리의 진실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에서 초월의 힘을 지닌다. 이것은 상대의 견지에서 를 보고, 우리의 공유된 가치에 의해서 상대를 함께 봄으로 오는 능력이다.

, 상대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욕구에 대한 전체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마음의 온유함은 지배하지 않으면서 일으키고, 강제하지 않으면서 살리고, 돕지 않으면서 풍성케 하는 포월적인 안전한 공간을 나와 그 사이에, 그리고 나와 공동체 사이에 작동시킨다. 그 온유함이 각자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게 하고, 그 온유함의 안전한 공간을 통해 공동의 지혜가 작동되면서 서로를 풍성하게 하는 생명력과 마음의 일치가 작동하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서 땅을 차지하게 된다.’ 이것은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소통과 일치의 공간을 확대하고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공간을 여는 형태에서 땅을 차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것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품수받고 서로가 일치하는 가운데 독특성과 기여를 하며, 각자의 독특성, 다양성을 통해 개체를 넘어선 일치의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땅을 차지함은 서클이라는 진실이 소통되는 공간의 확대를 말한다. 진실을 말하는 마그네틱 장(field)로서 땅이, 공간이 열려지고 확대되면서 자유가 숨을 쉬고 생명을 얻고 서로 풍성케 하는 삶으로 전환된다. 다름과 다양성이 선물로 서로에 대한 복지의 기여자로 바뀐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해침이 없는 새 하늘과 새 땅”(게시록)의 새 지평이다.

새 하늘과 새 땅으로서의 마음의 가난과 온유함의 영토에서는 모든 자극상황은 새로운 통찰과 배움으로 바뀐다. ‘불편한 자’ ‘거리끼는 것’ ‘적대자로서 자극 상황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호기심으로 전적인 환대와 더불어 그 상황, 사람, 관계의 진실을 명료화하기(‘하늘 나라의 현현)와 해침이 아닌 상대방에 기여와 풍성하게 하기로서 안전한 공간열기 (‘땅의 차지’)가 작동함으로서 모든 자극은 선물로 바꾸어지게 된다.

(201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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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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