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글 수 16
                                                      그람시와 비폭력 운동

( 이 글은 2012228일 알베르토 라바테Alberto L’Abote 교수가 트렌센드 미디어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 (http://www.transcend.org/tms/2012/08/gramsci-and-nonviolence/) 중 일부를 발췌하여 이진권 님이 번역하고 비폭력평화물결의 비폭력 e-저널에 실린 글이다)

 

 

1992년에 길라자(Ghilarza, 사르데나 섬 지역)에서 그람시와 비폭력을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나는 그람시와 비폭력의 관계에 대한 7가지 가정들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 가정은 그람시와 비폭력 간의 처음 연결은 그람시는 정치를 도덕적 행위, 예를 들면 윤리적 가치들, 진리, 그리고 자기 규율 등과 연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정치에 엄청난 중요성을 두었다는 것이다.

 

2) 두 번째 가정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그람시의 개념에 관한 것이다. 그는 집단화된 사람”(mass man)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 존재를 서로가 단단히 결속된 개인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호 연결된 관계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존재로 이해하였다. 그를 분명하게 읽어가다 보면, 그가 사람들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모든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개별 인간들이 적절하고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3) 세 번째 가정은 건설과 파괴 간의 긴밀한 유대이다. 이것은 또한 건설적인 계획의 중요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람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이제는 매우 필요하게 된 새로운 싹들을 드러내기 위해 낡은 것을 파괴하고, 수확하기 위해서 역사의 휴경지들을 가차 없이 짓누르는 사람은 파괴하면서 건설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창조하는 그 만큼만 파괴한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러므로 새로운 세상은 낡은 세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새 세상이 자라나는 만큼 낡은 세상이 천천히 부숴지고 산산조각난다.

 

4) 네 번째 가정은 세 번째 가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그람시는 기동전(맹렬하게 싸우는 전쟁)보다는 진지전(진지를 기반으로 싸우는 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전선의 충돌보다는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위치들과 공간들을 장악해서, 파괴할 낡은 것들 속에 건설할 새로운 세상의 전초지로서 벙커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람시는 전진과 후퇴 가운데서도 더 전진하는 이 특별한 전쟁이, 소위 진보된 서구 나라들 중에서는 적합하다고 보았다.

 

5) 다섯째 가정은 바닥 조직과,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혁명이라 불리우는 바닥으로부터 위로(bottom-up) 진행되는 운동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그는 시종일관 예민하게 바닥 조직의 중요성- 노동자 그룹과 평의회, 다양한 바닥 기관들,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비록 더디더라도 착취하는 자본주의 세상을 끝장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조직들-을 강화하는 사상을 전개했다. 즉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어서 전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일종의 바닥에 기초한 대항 권력을 불러일으키고자 한 것이다.

 

6) 여섯째 가정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생각이 헤게모니 개념으로 옮겨 간 것이다. 헤게모니 개념이란 또한 주도적 그룹만이 아닌 모든 그룹들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순간들을 포함한다. 즉 설득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이루고자 하는 확고한 노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처음에는 노동자 계급에 의한 문화적 우위로 제기한다.

 

7) 마지막 가정은 비폭력 운동에 꽤나 교훈을 주는데, 산업화가 진전된 나라들에서는 대공장 노동자들이 혁명 과정의 주요한 지렛대로 인식된다고 하는 노동자 계급 신화 극복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가장 산업화된 지역들에서 이 과정이 일어났어야 했지만 실제는 확실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론에 따라서는 남쪽(이탈리아)의 농부들과 산업화가 안 된 나라들의 민중들은 그 과정에서 밀려났지만, 반면 몇몇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영감을 받은 혁명들은 실제로 일어났다.

 

이 주제를 토론하기 위해 초청된 두 전문가는 반응이 매우 달랐다. 맑시스트는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고, 성직자 전문가는 대부분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 맑시스트는 그람시가 비폭력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그람시가 폭력은 역사의 산파라는 맑시스트의 생각을 수용했다고 여겼다. 또한 그람시는 간디, 톨스토이, 그리고 다른 평화주의자들의 사상을 순진한 이론화라고 여겼다고 보았다.

 

첫 번째 비판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람시의 폭력에 대한 태도는 내게는 훨씬 더 복잡다단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많은 인용문을 통해 드러난 폭력과 전쟁에 관한 그람시의 생각은, 사회 변화의 수단으로서 그것을 수용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군중들을 무지 상태로 방치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깝다. 또한 그들이 빠져 있는 야만의 상태를 없앨 수 있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폭력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람시는 그러한 조건들을 넘어서기 위해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혁명적 접근만이 아니라 민중의 교육과 훈련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람시는 폭력에 직면하는 것을 매우 고통스러워 했으며, 그것을 민중의 바람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그 자체와 군중들의 실질적인 요구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이해한 듯하다. 그러므로 그람시에게 폭력은 뭔가 강요된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지 그들 자신이 선택한 것은 아니다.

 

평화주의 사상의 순진성을 이야기한 두 번째 비판에 대한 나의 응답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볼 때 그람시가 평화주의를 의심했으며, ‘영구적인 평화를 추구하는 비역사적인 유토피아라고 비폭력의 입장을 평가 절하한 것이 비폭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한 것은 소위 부정적 평화인 전쟁 없음으로 평화를 보는 것과 부정의, 착취, 불평등(요한 갈퉁이 구조적 폭력이라 이름 붙인)에 기반하지 않는 사회적, 국제적 관계들을 포함하는 적극적 평화를 구별하는 것이고, 비폭력 운동이 하는 것과 같이, 양쪽 모두의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다.

 

그람시의 관점은 참으로 평화를 직접적 폭력의 완벽한 결여로 보면서도, 비록 구조적 폭력이 소위 지구화과정 때문에 더욱 더 위협적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전적으로 무시하면서 평화주의를 그것들의 모순들을 숨기는 연막 커텐으로 사용하는, 평화주의의 불일치성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그러한 판단에서 그람시의 사상과 비폭력 사이는 간격보다 유사성을 더 볼 수 있다. 그 친근함은 여러 문구에서 드러나는데, 이는 비폭력 자체가 결코 갈등의 결여가 아니며 오히려 새롭고 더욱 효과적으로 권력과 부정의의 남용에 저항하는 방식이라는 것, “폭력의 추방이 아니라 그것의 극복이라는 것, 즉 그람시도 역시 분투했던 진리, 정의, 공정, 자조, 사회주의 등과 같은 가치들을 얻기 위한 시도, 그것도 직접적인 폭력에 전혀 의지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모든 사람들, 주로는 추방당한 이들을 이탈리아와 다른 유럽국가에서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급진적 변화의 명백한 담지자로 관여시키는 것으로 이루어 가는 것이다.

 

- 알베르토 라바테 교수 (평화와 발전, 환경을 위한 트렌센드 네트워크 회원)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복적 서클 진행 연습 모임 안내 9/21 평화세상 2017-09-07 201
공지 파커 파머의 마음비추기 10기 피정으로 초대합니다 2017년가을-2018년여름 일정 평화세상 2017-08-16 224
공지 비폭력평화물결 새 공간으로 이전합니다! file 평화세상 2017-03-24 500
공지 학교와 시민사회에서 서클 모델들의 현재와 그 비전 file 평화세상 2017-01-15 636
공지 '분별'과 '영혼의 리더십' 워크숍 안내 9월 21일-22일 file 평화세상 2015-09-06 1377
11 청소년을 위한 HIPP(청소년평화지킴이) 입문과정 워크숍으로의 초대 file 평화세상 2016-07-01 930
10 청소년을 위한 HIPP(청소년평화지킴이) 심화 2 과정으로의 초대 file 평화세상 2016-07-01 971
9 분별(Discernment) 워크숍으로의 초대 10/20(화) file 평화세상 2015-10-09 1233
» 평화운동의 방향: 그람시와 비폭력 운동 메인즈 2013-01-19 1915
7 비폭력 편지 1 메인즈 2009-05-07 2046
6 비폭력 훈련 사업 모델들의 중요성과 그 실천을 향하여 file 관리자 2008-12-09 2046
5 비폭력 평화훈련사업 후원의 밤 메인즈 2008-12-09 1965
4 한강을 평화의 강, 교동을 평화의 섬으로 -뉴스기사 메인즈 2007-05-08 2573
3 바로 지금 평화를 고민하라 -뉴스기사 메인즈 2007-05-08 1937
2 Towards the Eco-justice Peace Movement of People with Disabilities Interweaving with Ecofeminist Visions and Practices file 관리자 2007-02-09 2139
1 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기독교와 불교의 생태평화화 (책소개) file 관리자 2007-01-29 2160
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