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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평화물결 훈련사업 후원의 밤에 부쳐서

                                   -비폭력 훈련 사업 모델들의 중요성과 그 실천을 향하여-


일시: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저녁 8시

장소: 만해 NGO 센터 

                                         박 성 용

         

지난 10월말 저희단체가 준비단체로 참여한 “2008년 평화활동가 대회”에 한 진행자로서 참여한 “평화활동가로서 살아남기”라는 워크숍에서 원폭 피해자와 그의 2세 환우들을 위해 일하는 한 여성 활동가의 말이 기억납니다. 부모가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그녀에게 “한 달 월급으로 백만 원은 받고 있는 거니?”에 대해 실상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자신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단체에서 일하는 이유는 “고통이 있는 곳인데 아무도 그들을 위해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고백이었습니다. 그 말이 본인만이 아니라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것은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개의 실재가 여기에 존재합니다. 하나는 자기 생존의 미래가 불투명하며 원폭피해해결의 문제는 여러 복잡한 문제와 연루되어 해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무거움입니다. 이 현실적인 무거움과 달리 다른 실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거기서 자기 삶을 투신하고 여기에 내 삶이 있다고 자발적으로 그 음지 속에서 버티며 사명과 헌신이라는 부름의 실재 앞에 서있다는 것입니다. 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 것은 이것입니다. 모두가 생존하기에 바쁜데도, 자기 삶이 아니라 보편적 책임감의 부름 앞에 서는 소수의 다른 선택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귀중히 생각하는 것은 항상 있어온 현실의 무거운 비극의 실재에 대해 몇몇은 특이하게, 자신의 고통이든 이웃의 고통이든 그것 때문에 다른 삶을 선택하고 희망을 위한 작은 모닥불을 밝히는 데서 다른 새로운 현실의 가능성을 읽기 때문입니다.  


저나 여기 오신 분들도 같은 질문을 다음과 같이 끊임없이 하셨을 것입니다: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 99%가 착하고 선하며 평화에 대한 염원과 기대를 갖고 있는 데도 우리의 삶은 어째서 이렇게 황폐해가고 폭력적이며 참담한 결과를 지니고 있고 그 대응방식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인가?


이것은 3억 5천만의 인도인들이 불과 10만도 안 되는 영국군의 지배를 받는 불가사의한 모순된 현실에 대한 질문이자, 이라크전쟁에서 보듯이 소수 군사주의 엘리트들의 거짓과 음모에서 시작된 전쟁의 결과는 90%가 넘는 죄 없는 이라크 여성과 아이들의 희생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번지는 분쟁상황들에 대해 같은 질문이 해당됩니다.


단순한 염원만으로는 해결책이 못됩니다. 그렇다고 분노의 방법은 누가 잘못인지를 찾으면서 또 다른 희생자를 찾고 폭력을 증가시킬 뿐이지요.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이 보여주듯이 그 어떤 의로운 전쟁의 명분이든 간에 전쟁에 의한 평화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더 많은 군사비와 죄 없는 희생자의 숫자, 전쟁에 개입한 젊은 20대의 군인들의 심각한 정신적 공황상태를 만들어 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무력감속에 빠져 있는 방법은 지금의 분쟁과 폭력에 의한 희생들이 너무 크고, 내안의 내면에서 진실에 대한 추구라는 가치에 위배되는 정신적 질환이 크게 됩니다.


폭력의 그림자는 처음에는 멀리 저 다른 곳에서 시작해서 그곳만의 일인 줄 알았는데 어느 새 그 그림자는 이런저런 모양으로 내 발치 앞까지 다가와 있다는 사실에 우린 놀라고 당황하게 되지요. 남의 문제로만 보이던 것이 문득 나의 문제가 되었다는 이 깨달음과 더불어  이 무겁고 불길한 현실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대비나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충격도 있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관심과 에너지를 전혀 다른 곳에 쏟고 있어서-그것이 성공, 돈, 자기 안전 확보이든 간에-이런 종류의 이슈들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문외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겉으로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군사적 분쟁이나 사회적 폭력들은 우리 각자가 소중히 여기고 추구하고 있는 진리에 대한 신념에 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각자에게 심각한 도전이 됩니다. 서두에 한 여성평화운동가의 예를 들었듯이 우리 모두는 생존의 위협에 대한 물질적 안전의 확보에 매우 염려하고 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 각자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노크하고 내 양심을 두드리고 있는 진실에 대한 열정이라는 숨어있는 목소리가 존재하지요. 그리고 어쩌면 깊게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절망하고 힘들어 하는 까닭은 생존에 대한 물질적 안전의 확보보다 더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는 삶의 의미와 진실에 대한 추구의 목소리를 내가 듣고 있지 않고 회피하고 있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겉으로는 ‘난 괜찮아!’라고 표정을 짓고 있을 순 있어도 내가 나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한 낯선 목소리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네가 보는 이 고통의 현실에 뭔가 너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니?”라는 이 낯선 목소리가 그 어떤 이유를 대고 귀를 막아도 긴장이 풀리는 순간엔 소스라치게 낯선 방문객으로서 노크를 하며 기다리고 있지요. 그것은 바로 내 내면에는 내가 이해하는 것 이상의 나의 신성한 근원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나의 정체성은 바로 나아닌 것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공동관계이라는 삶의 본성이 나를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여성 활동가의 경우처럼 자기가 헌신하고 돌보아야 할 진실에 대해 오직 응답할 수밖에 없다는 결단에로 이어지게 됩니다.


비폭력 평화물결이 지난 6년 동안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한 가지 중심점이 있다면 바로 진리에 대한 열정이요 비폭력과 평화는 이 진리에 대한 열정을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서 가장 잘 구현하는 길이라는 확신에 서있습니다. 기독교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비폭력과 평화는 신을 이 땅에서 만나는 길인 것이요, 사회·윤리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우리 각자가 내면에서 갖고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욕구인 “공동관계성(inter-being)”과 “보편적 우정”을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비폭력 평화물결은 정치외교적인 관점에서 이념과 거대담론 속에 평화를 가두어두지 않고 평화를 내면화하고 생활화하여 각자가 물방울이 되어 사회변혁이라는 평화의 물길을 만들어 내는 과제를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오늘 후원의 밤과 관련해서 참석한 동료들과 지인들 그리고 여러 같은 뜻을 가진 후원자들에게 평화의 내면화와 생활화 그리고 사회변혁에로의 동력화라는 과제에 대해 비폭력 평화물결이 지닌 비전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기를 초대합니다. 그것은 평화에 대한 염원이나 그리움만으로는 안 되고, 평화에 대한 지식, 태도 그리고 기술을 지닌 평화활동가와 평화사역자들에 대한 양성과 훈련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비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군인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훈련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의 학문과 싱크 탱크의 연구 활동, 거대한 자본과 현대화한 무기들 그리고 언론이 존재하면서 대다수 시민들은 소수 지배 엘리트가 만들어 놓은 폭력문화의 덫에 갇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폭력적인 평화운동도 이에 대해 계속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전문영역이 끊임없는 훈련과 연구 활동이 필요한데 우리는 이에 대한 별다른 훈련을 받지 못해서 변화의 핵심역량을 세우지 못했고 그래서 비폭력 평화의 사회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풀뿌리 민주주의에로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촛불집회의 그 뜨거운 역동성의 분출에도 불구하고 한때의 행사로 그침으로서 남겨진 과제이기도 합니다.


비폭력 평화물결은 그동안 스스로를 평화활동가 혹은 평화사역자로 칭하든 안하든 간에 최소한 평화를 의식적으로 살고 생활화하는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비전을 실현해 왔습니다. 저희들이 후원을 요청하는 훈련 사업들은 그 용어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낯설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의 분쟁과 갈등 현장에서는 매우 높은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문화적 편견이 거의 없으며 삶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훈련모델들입니다. 그것들 모두는 주제에 있어서는 진지하지만 재미있고, 거리에서 소리치지 않고 조용히 일하지만 부드럽고 변화를 위한 명료한 목표와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모델들입니다.


청소년 재소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75년에 처음 도입된 “폭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평화훈련(AVP)" 모델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어서 전 세계 50여개 나라의 폭력현장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우리 안에 있는 ‘변혁적 힘’에 의해 강력한 자기존중과 타인배려, 폭력에 대한 대안적인 대응, 최선의 결과에 대한 헌신과 신뢰 공동체의 구축에 있어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재소자의 누범에 있어서 보통 1/2의 비율이하로 중범죄의 경우 6%이하로 낮추는 국제 보고가 이를 말해 줍니다. 한국은 작년에 40명의 참여자들이 이 모델을 처음 맛보고 모두 동의하여서 금년엔 입문 4회과 심화 1회를 끝내고 내년하반기에 국내 진행자들을 처음으로 배출할 일정을 갖고 있습니다.


”비폭력 직접행동“ 모델도 지난 4월에 처음 소개되어 20여명의 활동가들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모델은 캠페인을 위한 지원그룹의 형성, 대중호소방식의 창조적 기술, 단체의 능력강화, 비전 만들기, 사회변화 방법론, 비폭력행동의 가치와 힘, 소란 속에서 창조적인 비폭력 대응, 지배 권력에 대응하는 이론과 실습, 운동의 평가와 장기전략 세우기 등등 사회변화현장에서 느껴지는 여러 주제들에 관련된  평화능력에 대한 훈련과 학습에 대한 전략과 도구들을 제공합니다.


이들 두 모델은 국내에 비폭력 평화물결이 처음 소개한 것이지만 참여자들의 후속모임에 대한 열정이 매우 높아서 AVP는 훈련공동체를 구상중이고, 직접행동 참여자 일부는 저희 국제 비폭력 평화물결의 모델인 ”훈련받은 국제시민에 의한 갈등개입과 평화구축이라는 제 3자 개입 모델“을 자체 훈련 모임을 만들어 2주에 한 번씩 모여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간디와 마틴루터킹 계열의 훈련모델인 “비폭력 영성과 실천”모델도 저희 자체 프로그램인 비폭력평화아카데미와 다른 평화교육단체와 공동주관하는 기독교평화아카데미에서 학기제로 소개되고 있으며, 여기에 참여한 몇 분들은 해외 평화교육 기관에 연계되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꾸준히 해오는 “비폭력 대화” 모델도 여러 차례 입문과정을 진행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비폭력 대화를 통한 부모 되기 모델도 두 번 진행하였으며 이젠 어느 정도 세간에 인지도를 갖고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심화과정과 학교현장에서 비폭력 대화과정도 새로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또한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은 해외국제분쟁지역에 대한 국제시민으로서의 책임과 국제비폭력평화물결의 과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저희 단체는 국제비폭력평화물결이 스리랑카에서 해온 “훈련받은 시민에 의한 분쟁개입과 평화구축” 사업을 필리핀에서 이제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데 동참하길 원합니다. 가능한 재정 후원과 자원자들을 일정기간 파견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평화활동가 여러 명이 함께 학습하고 있는 제 3자 개입모델(“Opening Space for Democracy, 조지 레이키, 다니엘 훈터 저)의 자체 훈련 모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훈련 시스템을 갖추어 해외분쟁지역에 가서 단순히 원조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화구축을 현지 활동가들과 연대하여 이룩하는 사업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비폭력 평화물결이 소개한 훈련 사업들은 단순히 꿈만 꿔온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내에 소개하여 참여자들이 맛보았고 그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었습니다. 앞으로 이 모델들이 한국에서 잘 퍼져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모델들로서 이미 현장으로부터 기대가 있고 싹이 나서 성장하고 있는 모델들입니다. 단지 물을 조금 더 주고 거름을 주면 저절로 성숙할 나무들을 이미 보고 있습니다. AVP는 내년 가을이면 첫 국내진행자가 15명이 배출되고 일정이 순조로우면 3년 후 50명의 AVP활동가가 감옥, 학교, 공동체와 단체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5년 후면 최소 100명이 넘는 숫자로 불어나게 됩니다. 비폭력 평화물결이 이런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모델들을 도입한 것은 비폭력 평화물결의 전유물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함께 그 모델들을 사방에 퍼지도록 하기 위해 협력적인 네트워크를 저희 단체가 사용하기 때문에 그 의사결정에서 평등성과 타 단체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현장의 욕구에 대한 실제적인 효과가 있기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저희 비폭력 평화물결이 꿈꾸는 또 하나의 비전은 단순히 평화훈련 모델의 한국적 적용에만 있지 않습니다. 단순히 지식과 기술부분을 넘어 가치와 태도를 지니고 사는 사람을 세우고 그들이 서로 지원하고 돌보는 훈련 공동체를 이룩해서 부문과 현장에서 자신의 활동영역에서 헌신하고 확장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모델들은 자기 경험적 학습방법에 의존하고 있어서 20명 안팎의 참가자 제한과 2년이 넘는 점진적 학습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에 들어가는 시간과 재정 그리고 노력들이 만만치를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후원이 아니라 CMS 방식처럼 작은 정성이라도 꾸준히 도움을 주실 수 있다면 저희 비폭력 평화물결의 비전이 현실화되는 데 앞으로 2년 후라면 그 비전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국내외 금융위기의 파고로 인해 모두들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그만큼 더욱 어려워진 평화운동진영에 다시 근본을 세우기 위한 이 의미 있는 일에  함께 해 주신다면 큰 기쁨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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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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