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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신화와 망상속에서

 

 

폭염이 연일 지속되면서 몸을 무겁게 한다. 그런데 이 폭염만큼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연일 터지고 있는 0.1%의 상류층에 대한 기사들이다. 교육관료가 민중을 개·돼지로 표현하고, 검사장이 수백억내지 천억대의 개인재산을 갑자기 불리는가 하면, 민정수석에 대한 계속 터지는 비리문제와 삼성 노()회장에 대한 섹스 스캔들이 앞의 내용을 뒤의 사건이 덮으며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강성 군관료층의 사드도입문제 등으로 청화대쪽으로부터 수많은 선전(프로파겐다)이 쏟아진다. 이러한 이중의 폭염이 쏟아지면서 머리를 더욱 달구어 보고 듣고 사는 것 자체가 짜증나게 불쾌지수를 높인다.

 

아침에 토머스 머튼의 책을 보다가 이와 관련된 문귀가 눈에 들어왔다.

 

풍요로운 세상의 사람들은, 잔인한 신화와 망상이라는 한결같은 음식을 먹으며 살을 찌운다. 잔인한 신화와 망각은 본질적으로 폭력적 삶에 의해 강도 높은 긴장 속에서 꾸준히 유지되는데, 이것은 인간적으로 참기 어려움 실존을 많은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그러므로 폭력의 문제는 폭도나 반역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외적으로는 질서정연하고, 모양새는 좋지만, 내적으로는 정신병적 집착과 망상에 사로잡힌 전체 구조의 문제이다.”

<신앙과 폭력>

 

흥미롭게 들리는 것은 폭력이 국가 전복에 대한 폭도나 빨갱이라는 반역자의 문제가 아니라, 외적으로는 질서있고 모양새를 갖춘 점잖은 외모의 권력층과 전문가들이 내적으로 가져오는 정신병적 집착과 망상의 구조문제,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지배 엘리트로 인해 문제가 수천 배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 사회가 이처럼 정신분열적이고 속물적인 근성의 노골적인 폭로로 넘치는 세기말의 만성적인 혼탁함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일까? 그래도 거꾸로 딱 한 가지 잘 한 일은,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고위직이든 저 정도의 인간이 앉는 자리라면 누구든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이구나 하는 자신감과 용기를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너희들도 형편없는 개·돼지구나를 느끼게 만들은 것이다. 그래도 그런 욕으로는 씻어지지 않는 깊은 상처들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공공선에 있어서 최소한 상식과 헌신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기대가 하나의 환영이라는 것을 가슴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비참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구조적·심리적 폭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저항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근본원인이 바로 잔인한 신화와 망상의 눈가림과 심장의 얼어붙음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머튼이 말한 풍요로운 세상의 사람들이 살을 찌우는잔인한 신화와 그에 따른 망상 게임의 법칙에 우리 사회가 갇혀 있다는 통렬한 성찰을 요한다.

 

이는 저항에 앞서서 먼저 무엇이 리얼리티인지를 제대로 보는 인식의 심각성을 자각시킨다. 예수가 네눈이 성하지 않으면 얼마나 어둡겠느냐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잔인한 신화와 망상에 대해 눈을 부아리며 심각하게 저항할 필요조차 없다. 단지 보면서 연민으로 웃는 것도 이 폭염을 견디어 내는 한 지혜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모으느라(거기 올라가느라) 고생 많았겠네!” 


 (201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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