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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를 배우는 것이다

 

 

폭염과 지침이 맞물려 하루의 삶을 무겁게 내리 누르는 여름 아침. 주변 작은 산책로의 벤취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곧 불볕더위가 밀려올 것이라는 전조가 아침 기운을 타고 코끝과 얼굴에 가까이 다가와 있고, 공기의 흐름은 팽팽한 충일감으로 가득 차 있되, 정적속에 새소리와 멀리 차소리 등의 소음이 침묵을 타고 흐른다. 그냥 거기 앉아 저항없이 숨을 들이마시며 느끼고 있다. 여름의 그 무겁도록 내리 누르는 듯 한 기운이 폐를 통해 흘러 지나간다. 그리고 다가오는 6월 아침의 신성한 녹색의 물결들. 저마다 치열하게 하늘을 향해 발돋움을 한다. 자연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성장을 향한 숨죽인 치열함을 전 존재로 드러내고 있다.

 

가슴에서 일렁거리는 파도가 일상의 여러 물결을 만나 격하게 솟구쳤다 내려앉는다. 작고 커다란 사건들이 가슴에서 파도를 일으키는 것이다. 학교폭력 관련 서울시 한 여중의 학급 전체에서 일어난 복잡한 갈등의 개입 과정, 고양의 한 중학생이 학폭관련 조사과정에서 9층에서 투신하였으나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은 건졌으나 전신 파열로 인한 심한 중태의 소식, 서클에서 만나는 참여자들의 개인의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 안산의 세월호관련 한 활동가의 내적 소진과 관련된 이야기..... 그 모든 것이 내 가슴에서 파도를 일으키고 부딪치며 파편으로 흩어진다. 현장에 개입하든 소문으로 듣던 아니면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건 간에 그 모두가 가슴에 파도를 일으키며 소용돌이치게 만든다. 달아나거나 피할 길이 없다.

 

그렇게 파도가 솟구치며 부딪쳐 파편화되는 순간에 나는 저항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깊이 자각하려 애쓴다. 이 파도도 바닷물의 한 일부라는 것을. 이 소용돌이도 더 큰 삶의 강물의 한 일부라는 것을. 파도가 치솟거나, 소용돌이가 일렁거리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흔들리는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가슴속 더 깊은 곳에서 만나는 실재는 이 파도나 소용돌이가 더 큰 강물의 흐름이나 거대한 심연의 바다의 한 일부라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가슴이 아프고 슬픔이 계속적으로 몰아쳐 오는 형국속에서 피하거나 저항하기엔 힘이 너무 부치는 이 상황에서 나의 선택은 그 파도와 소용돌이를 그대로 느끼며 주목하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를 배운다. 나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그리고 더 큰 실재의 한 일부이자, 그 흐름의 한 파편이라는 깨달음속에서 내 가슴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 이처럼 이해불가한 모순덩어리인 비참한 현실의 충격으로 오는 파편화속에서 문득 가슴 스미며 얼얼하게 다가오는 것이 나를 감싼다. ‘그토록 뜨거운 사랑이 아직도 내 찢어지는 가슴속 깊이에 남아있다니......’

 

(2016.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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