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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는 언제나 목적이 있지만

목적 속에 언제나 존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워크숍을 끝내고 집으로 차를 몰고가는 골목길에서 한 애가 몹시 서러워하며 제 엄마를 뒤에서 따라가면서 울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엄마는 애의 그런 보채며 우는 모습에 상관하지 않고 앞서 걸어가고 있었고 그 애보다 더 작은 아이가 엄마 곁을 종종 걸음으로 침묵하며 따라가는 것을 옆으로 지나면서 보게되었다.

 

엄마가 왜 애가 저런데 그냥 앞서 걸어가고만 있는가하는 궁금증보다 내게 갑자기 닥친 가슴속에서의 울림이 다가왔다. 내가 저런 모양인 것같다는 생각에로 미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일생을 뭔가 서러운 불만을 갖고 살아왔다. 내가 흐느끼며 힘들다고 목소리를 내던지 아니면 안으로 삼키며 있던지 간에, 분명 나의 모습은 대개는 내게 대한 자극에 대해 투정과 불만이 차 있었다. 인생이 불공평하다거나 나만 불운이다거나 아니면 슬프거나 괴롭다는 외침이 가슴을 채우고 산지가 참 오랜 세월이었다. 새삼 생각해보면, 기분나쁘거나 고통스럽거나 혹은 힘들다고 몸과 영혼이 아우성을 칠 때, 난 그것 자체의 분위기에 싸여 마냥 그 기분이 나를 휘감도록 내버려 두곤 하였다. 그래서 허무주의 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간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흐느끼며 볼맨 소리를 내면, 그 현상에 싸이기 보다 목적을 생각한다. 아하, 애가 그렇게 울면서 불만인 표정이었던 것은 엄마의 관심이나 내가 기대한 것의 수용이 안되어 그런 것처럼, 나의 불만어린 몸짓은 신의 관심에 대한 자기 확증의 경험이 필요해서 그렇게 영혼이 울음을 그치지 않았었던 것이구나. 왜 내가 이런 불편함이나 내적인 울음의 상황에 있는 것이지에 대해 그 모든 것이 그렇게 상황이 내게 일어난 원인에 있지않고 내가 향해 가는 목적-어긋난 목적-의 실현을 위해 애가 서럽게 계속 울듯이 나도 그러한 것이었다.

 

내 정체성이 원래 그렇게 나빠 조금만 건드려도 울먹하며 괴로운 비명이나 볼멘 소리를 내 지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떤 목적의 실현이 그만큼 강렬하기에 난 참을 수 없었고, 내 지르면서 악을 쓰거나 비통해 하며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내 자신도 싫어질 만큼 주체를 못하는 그런 목메이도록 칭얼거린 것은 인격의 부재이기 보다 오히려 목적이 있었던 것이고 그 표현은 비록 아름답지는 못해도 가슴속은 뜨거운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가 악쓰고 칭얼거리는 것으로 실수나 추함이 따라오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왜 그런 식의 인간일 뿐인가라는 아쉬움보다는 뭔가 실현하고 싶은 목적으로 인해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고 내가 수용이 되어진다.

 

아이가 칭얼거리면서 울며 엄마뒤를 따라가는 골목에는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무, 상점, 다른 애들이나 개가 지나감, 자동차 소리들, 햇살, 하늘... 그 주변의 더 큰 공간에서 더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햇살, 침묵, 소리 그리고 움직임들... 그 공간에서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전체는 조화되어 흐르고 있다. 실현되지 않은 목적이 그 아이의 움직임과 외침의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공간은 영향을 받지 않고 각 사물은 있는 그대로 서 있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그 공간을 관통하며 지나간다. 그 전체 공간에서 무수히 많은 소리와 움직임이 일어나지만 공간은 텅 비되 충만한 존재 그 자체로 있다.


존재로서 공간은 무수히 많은 것을 허락하면서도 그대로 넉넉히 거기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수줍어 하며 노출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존재를 통해 자신의 개별성을 부여받지만 그 존재는 허락할 뿐 자신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 울음은 목적이 있었던 것이구나를 지각하게 될 때 나는 이해되고 수용된다. 내 행위에 대해 납득이 가며 안심이 된다. 그러나 목적에 대한 이해가 평화를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목적을 넘어선 존재하기 그 자체가 간파될 때, 나는 목적없이도 사는 것,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주목하며 있는 것만으로도 더욱 충만하며 평화로와 진다.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 본래 없다는 깨달음이 거기서 일어난다. 목적보다 더 큰 존재해 있음이 울음을 멈추게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든다. ‘그래, 괜찮은거야!’


2016.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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