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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흐름에서 도약

조회 수 1357 추천 수 0 2015.09.20 11:06:13

                                                        일상의 흐름에서 도약

 

삶에서 영혼이 존재와 힘

그리고 빛을 깨닫게 되기를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며

밝음과 일체가 속에서

그대의 영혼이

우주의 흐름과

가까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기를

 .............

 

- 존 오도나휴-

 

 

안양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교사워크숍을 하고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강다리를 넘어 하늘공원에 주차하고 오랬만에 둘이서 한강산책을 하였다. 9월 중순치고는 청명하고 환한 가을전경이 전개되고 있었다. 코스모스와 억새풀들이 그리고 부드러운 바람이 아직은 따갑다고 여길만한 햇살을 타고 가을속으로 어느 새 계절이 들어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낮이 어느 덧 짧아지고 있었고 강 건너편에서 간간히 흘러가는 새털구름 옆으로 청명한 하늘이 점점 석양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붉어가고 있는 장면이 장관이어서 침묵으로 오래간만에 석양이 물드는 것을 주목하며 바라보게 되었다. 이렇게 한가롭게 그리고 오랫동안 서서히 황홀한 모습으로 하늘과 주변이 변모해 가는 것을 주목해 보기가 그리 흔치 않은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침내 강수면위도 하늘 빛을 닮아 동조하면서 빛을 품기 시작하면서 여린 금빛깔의 잔잔한 물결을 이루며 하늘과 강수면 위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전경이 출현하면서 모든 것이 변모와 신성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 한강 한 가운데 수면위로 갑자기 큰 고기가 펄쩍 튀어오르며 수면과 평행으로 올랐다가 정지하는가 싶더니 물속으로 사라져 파문을 일으킨다. 석양, 고요한 강물의 흐름 그리고 펄쩍 튀어오른 물고기 이어지는 파문과 다시 찾은 고요함. 확연히 다가오는 완벽한 순간과 공간의 흐름에 대한 자각! 여기 있음흐름이 그리고 고요움직임이 서로안에 엮여져 들어가 총체적인 완벽함, 순간의 절정, 상호지탱과 상호 접혀 들어감으로 생생한 전경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의 박차고 오른 상승으로 인해 내 의식도 갑자기 홀연 듯 그 무언가 일상의 의식구조에서 뭔가 그동안 보지 못한 리얼리티를 홀깃 엿본 것처럼 확연해져 오는 충격이 일어났다. 10여분씩 되풀이 되는 여기저기서, 물고기의 박차고 오르는 허공의 춤을 응시하고 있자니 절절한 감응이 심장 깊이를 후비며 전달되었다.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자동적으로 흘러가는 거대한 삶의 흐름 안에 내가 있었고, 거기서 나도 그 사회문화의 당연한 흐름의 거대함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생존하며 묻혀 흘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게 물고기처럼 그런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려니 하였지만 뭔가 숨 막히는 정세가 여전히 불편하여 낯설고 무거운 의식이 잠재되어 있었지만 그런 흐름속에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뭐라고 딱히 다르게 생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저 물고기의 수면아래로부터 허공으로의 튀어오름을 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다른 생각이 내 의식에 충격을 주며 다가왔다. 그래도 그 흐름을 뚫고 튀어 오르는 시도가 도움은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때때로 튀어 올라 다른 존재의 차원인 햇살, 바람, 공기를 피부로 느끼는 것도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 생존에서 상승으로, 흐름에서 도약하며 좀더 부드럽고 가벼운 차원에로의 돌파를 꿈꾸기! 그것도 심각하게가 아니라 놀이로서 그렇게 하기.

 

석양을 배경으로 금물결 위로 전존재를 담아 햇살과 허공속으로 그 물 흐름을 쳐서 몸을 올리는 물고기의 도약! 그 순간속의 시도에 담긴 영원의 몸짓이 나를 감동케 한다. “삶에서 영혼이 존재와 힘 그리고 빛을 깨닫게 되기를...영혼이 우주의 흐름과 가까이 연결되기를..”

 

일상의 의식 속에서 일순간, 자신을 보여주며 출현한 영혼의 몸짓. 그리고 새롭게 맛보는 햇살과 공기의 존재 그리고 파동의 에너지. 생존을 넘어 황홀에로의 진입- 존재의 향연과 어울림. 여기 이 순간의 완벽함. 나는 생존자를 넘어 놀이자라는 인식과 그 존재의 힘. 다시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고 강을 뒤로 하고 둘이서 돌아오는 길에 내 심장은 여전히 석양과 도약하는 물고기로 인해 절실한 그리움이 사무치도록 전신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2015.9.19.


사본 -CAM030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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