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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색- 위험한 것의 변용

 

 

학교 현장이 어렵다보니 회복적 서클에 대한 워크숍 수요와 주문이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교사나 학부모 개인들과 접촉하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민도 늘어가고 있다. 그것은 상처, 힘든과거의 기억, 불안, 갈등, 손상의 경험에 대한 일정한 자동 프로그램화된 습관적인 자동응답패턴들이 보이고 -나의 경험을 포함해서- 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과제가 보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생각하는 것중 하나는 다가오는 것-자극, 도전, 과제, 사람, 관계, 피하고 싶었던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하면 적절한 응답을 할 수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내가 깨닫는 것은 다가오고 일어나고 있는 그 초기의 상황, 맞이하는 그 인식 개시점에서 마치 자기충족 예언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맞이하고 인식하는 그 첫 마음의 문에 따라 결과가 이미 예측되어 있는 데 대부분의 자동프로그램화된 습관된 반응은 단절의 고통으로 끝나게 된다. , 분리로 인한 위험한 것, 적대적인 것으로 이미지화되면서 상대는 -그것이 사람이든, 관계이든, 의견이든, 아니면 심리적 실재로서 도전이나 위기이든간에- 나의 안전에 대한 위협적인 것으로 비춰지면서 자기 보호나 상대에 대한 저항 혹은 강제적으로 자기 신념을 상대에게 영향을 미쳐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누구이고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 어떻게 내 마음이 쏠리는가에 의해, 즉 내 인식의 경향과 흐름을 타고 달라지고 그 결과도 달라지며 그로 인한 나에 대한 정체성, 그 타자 - 눈에보이는 실체이든 안보이는 심리적 실체이든-와의 관계, 그리고 그 둘사이에 흐르는 공간의 경험적 진실도 달라지게 된다는 이해가 갈등과 폭력, 상처와 파괴의 일상적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수많은 스토리들 속에서 문득 문득 깨달아지면서 나의 정신적 사유양식(mental mode)’를 재 실습하는 과제를 떠 올리게 된다. 그것의 중요한 실천이 바로 머리의 지성은 어떻게 명료해지고 마음은 어떻게 부드러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그것이다. 투명함과 환대하기 그것이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제없는 관찰이다.

둘째, 평가없는 이해이다.

셋째, 방어없는 받아들임이다.

넷째, 반응아닌 선택이다.

 

이에 대해 다음은 한 사례이다:

 

9월 중순에 들어선 요즘의 아침은 고즈녁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로 참으로 사뭇 가슴을 맑게 한다. 내가 사는 은평뉴타운 아파트를 둘러싼 야산으로 나있는 산책길에서 이 나긋한 바람과 공기를 가르는 햇살은 영묘한 춤을 추며 주변의 나뭇잎들을 가볍게 뒤흔든다.

이런 축복된 시공간에서 마크네포의 책을 읽으며 산책을 하다가 벤취에 걸터앉아 나뭇잎의 변형과 그 떨림을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날아온 말벌 하나가 눈앞에서 이리 저리 날면서 얼굴과 팔 근처를 계속 스치며 떠날 줄을 모른다. 어릴 때부터 가장 무서워 했던 것이 뱀과 벌이었는 데, 벌중에도 가장 무서운 말벌에 쏘여 붓고 통증이 심한 경험이 있어 몸이 움찔하며 매우 긴장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심으로 그렇게 움츠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환영하며 가만히 있으면서 그 벌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그 벌의 전 모습이 자세히 다가오게 되었다. 벌 앞에 호기심으로 부드럽게 바라보며 아무런 방어나 거부없이 무언가를 상대에게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을 열어 놓은 채 있어본 적이 기억에 없었던 것 같다.

 

그 벌은 결국 내 손등에 잠시 앉았다. 나는 아무런 방어없이 긴장도 내려놓고 위험에 대한 인식도 내려놓은 채 손 등에 앉은 그 존재의 포즈와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바라보니 그 아픔다움과 그 움직임의 생동거림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그 독특한 모양과 전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여러 빛깔들의 화려함이란!

 

결국 녀석은 뜻밖에도 -아이쿠!- 내 이마에 내려 앉고서 다시 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혹시 이게 내 목으로 내려가거나 혹은 귀속으로 들어간다면?' 잠시 올라온 끔찍한 상상을 알아차리고 나서 긴장을 내려놓고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 존재에 온통 집중하여 주목하게 되었다. '그 감촉의 묘함, 가벼운 간지러움의 파장이 감촉을 통해 전신으로 전달되었다. 팽팽한 온 촉각의 집중 담긴 한 오분여의 시간을 그렇게 보낸 것 같다. 그러면서 그 순간은 두려움이나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생생한 황홀감, 벌과 내 인식간의 혼연일체의 감각, 유희과 경이로움이 그 순간에 흐르고 있었다.

 

벌이 날아가고 나서야 그 사라진 그 공간은 더욱 친밀하고 생생하게 흐름을 타고 있었다. 그렇게 2~3그램도 안되는 듯 싶은 작은 존재가 아무런 목적없이 유희하며 내 피부에 접촉하며 놀았던 그 순간이 그토록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줄 줄이야! 그 연약한 존재의 자유로운 자기방어없는 놀이가 이상스러운 감탄을 자아내면서 이 세상의 근원적 실재는 파머가 인용한 릴케의 싯구인 서로 보호하고 접하여 인사하는관계야말로 바로 실재(리얼리티)의 핵심이겠구나 하는 고요한 깨달음이 전신을 관통하며 흐르게 되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용케도 나는 위험한 것에 대해 통제하지 않고 관찰함으로써 그리고 그 존재 그대로 평가 대신에 호기심어린 주목하기 과정을 통해, 더 나아가 그 과정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꺼이 받아들이고 느끼고 알아차리면서 내 안에서 과거의 기억에 따른 자동 반응이 아니라 새롭게 형성된 지금 여기의 온전한 흐름속에서 그 작은 존재와 교감하기를 선택함으로써 무언가 새로운 변형이 일어남을 경험하였다. 그것은 위험한 순간이 순수한 놀이의 순간으로 즐거움과 편안함으로 바뀐 것이다.  

 

(201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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