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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으로의 비상

조회 수 2072 추천 수 0 2009.02.11 13:36:55
 
어둠속으로의 비상


얼마 전의 일이다. 저녁 한 밤중에 책을 보고 있던 나는 화장실에 가고자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문 옆 벾에서 어떤 물체가 날갯짓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교회라고 해야 양옥집 단독 주택을 고쳐서 홀을 예배처로 그리고 내 방하나와 부엌으로 쓰고 있었다.) 서서 살펴보니 나방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되는가 보고 싶어 마침 문 옆에 놓여 있는 벤취에 누워 가만히 지켜보니, 둥글게 엮어진 거미줄집으로부터는 벗어난 모양인 데 거미줄이 아직 몇 가락이 발에 엉켜 땅바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내려뜨려져서 그것마저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발이 묶여 있기에 날개로 ‘파다닥’ 거리며 바동거리다간 힘이 빠지는지 멈추면 다시 시계추마냥 흔들거리고, 그러다간 다시 날갯짓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었다.

동정심이 일어 손으로 거미줄을 치워줄까하고 몇 번이나 결심하다가도 생존이라는 엄숙한 자연법칙에 누구 편드는 것이 올바른 일 같지 않기에 나방을 향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속으로 격려하다간 멈출 때에는 “에잇, 바보같은 놈, 더 힘을 내지 않고..”하며 실망과 격려가 교차되길 약 20여 분.

이젠 승산도 없고 더군다나 그동안 참고 있던 오줌보가 터지기 일보직전에 있었기에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면서도 섭섭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큰 몸체로 그까짓 거미줄 몇 가락 당해내지 못하다니-- 죽어도 싸다.” 그러나 심중으로는 거미에 잡혀 먹힐 나방의 모습을 생각하자니 여간 화나는 일이 아니었다.

하찮은 미물의 일로 화가 나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그런 일을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어 괘념치 않기로 마음먹고 교회로 다시 들어오는 순간, 뜻밖의 장면에 얼어붙고 말았다. 있어야 할 나방은 없고 텅 빈 벽만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한 충격과 함께 표현하기 어려운 희열로 온 몸이 전율하는 것을 느끼며 난 한참이나 멍하니 나방이 날아가 버린 어둔 밤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다! 날 진 못해도 날려는 몸부림이라도 치자. 그러면 때로는 날 수도 있는 법이니...
거미줄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슴의 날개를 움직이지 않는 무기력함이 더 무서운 것임을 알자꾸나. 성서를 읽어보니 출애굽할 때 이스라엘(하비루집단)이 무서워 한 것과 하느님이 무서워하신 것은 다른 것 같았다. 이스라엘이 무서워 한 것은 거미줄(애굽의 추적, 식량난, 길을 막아서는 타민족, 사막의 더위와 질병)이었지만 하느님은 오히려 날개를 사용하지 않음(애굽이 주는 식량, 고기 생활안정 때문에 달게 채찍을 받는 타성)에 두려움을 느끼신 것 아닌가.

때로는 거미줄이 나방을 잡아먹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방의 날개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있음을 알자꾸나. 거미줄이란 자신의 날개를 더욱 세게 흔들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알고 기뻐하자. 그 일 이후로 조용한 밤이면 빈 벽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1987. 8.15.   (20년전 친구들에게 보냈던 ‘고사리 편지’를 사이버상으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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