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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수난 예고와 그 도전

 

본문: 8:22-38

 

 

사순절은 통상 그리스도의 생애중 특히 그분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기간이다. 기독교는 독특하게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해 삶의 궁극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생의 길잡이에 대한 방향감각을 얻는다. 초기 기독교에서 박해를 받은 여러 원인중에 기독교 혐오자들이 가진 일반적인 태도중 하나는 피의 종교, 즉 성만찬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먹는다는 낯선 의식에 대한 거부였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그 의례에 참여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것만 아니라 실상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한다는 결단에 대한 자기 표시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도 고난에 참여한다는 것은 머리로서는 이해해도 심장으로는 아직도 낯설은 개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산다는 것에 의식과 노력을 집중한다.그런데 예수에게는 그의 탄생부터 베들레헴 주변의 두 살 이하 갓난아이들이 살해되는 죽음의 이야기(2:16)로 시작되어 그의 삶의 미션의 최고지점에서 수난(죽음)에 대한 예고로 진행된다. 마치 그의 인생은 죽음과 더불어 죽음을 맞이하며 사는 독특한 삶이었다. 마치 어떻게 잘 생존할 것인가보다는 죽음을 어떻게 치열하게 맞이할 것인가에 그의 의식이 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물론 전통적인 주석가들과 인기있는 복음전파자들은 이것을 믿고자 하지 않는다)

 

비폭력평화 실천가로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은 어떻게 생존하고 살 것인가가 바로 지배체제에 있어서는 은밀한 공모를 가져온다는 사실이고, 어디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바로 그러한 지배체제의 덫으로부터 벗어나 진리가 너희에게 자유를 주리라한 예수의 고백의 차원처럼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는 중요한 가능성의 문을 연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비폭력실천에 몸담고 60의 나이를 먹은 나의 이제야 드는 통찰이다. 실패와 죽음은 비극이라는 선입관에 대해 수난을 신앙의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전적으로 다르게 보고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의 이야기는 뭔가 감추어졌던 진실의 폭로와 더불어 세상에 있되 세상에 속하지 않는삶의 방식에 대해 신비롭게 그 무언가를 가져다준다. 그 뭔가에 대한 신비로운 비밀이 어떻게 수난이 드러내 주는 것일까? 실패와 죽음이 일반적으로 비극이란 개념을 깨고 우리는 어떻게 새로움, 선함 그리고 완전함에 대한 렌즈로 삶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일까?

 

오늘의 본문인 첫 번째 수난의 예고이야기를 통해 다른 실재, 다른 삶에 대한 그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수난의 의미를 이해하기위해서는 전적으로 당신의 눈뜨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베짜이다의 소경의 이야기(22-26)처럼 눈이 열려서 사람들이 제대로 보이는 첫 경험을 통해 우리는 수난의 깊이에 들어설 수 있다. 둘째는 길을 가는 자만이 그 수난의 예고의 울림을 맛볼 수 있다.‘마을들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가시는 도중에’(27)처럼 도중에 on the way’ 있는 자만이 다른 삶의 스토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눈뜨고 길을 가는 차원에 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궁극의 존재에 대한 자기 심장에서의 실재체험에 도달하게 된다. ‘당신은 그리스도이십니다’(29)라는 정체성이 확연해지는 것이다. 넷째는 그러한 삶의 궁극 존재의 자기 체험이 있을 때야 비로소 역설의 삶을 사는 자유를 얻게 된다. 그런 궁극 존재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려야 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31-38) 것을 소중히 그리고 기꺼이 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섬김의 자유가 있게 된다.

 

뒤따르는 자의 표상인 베드로는 이에 대해 말렸지만 눈이 열려 자신의 존재의 궁극성인 그리스도의 빛을 품은 사는 자의 눈에는 이것이 신의 일’(33)이요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을 거느리는전적인 다른 차원의 우주로서 실재를 경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수난은 이렇게 눈뜨임-길을 감-신성한 정체성의 자각-탈지배를 향한 섬김의 실천이 그동안 노출되지 않은 사람의 일이 아닌 하느님의 일이 되고 영광의 삶이 된다는 깨우침으로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 지배체제에서의 공모는 그렇게 수난의 방식으로 잠자는 우리를 흔들어 깨울 때에만 비로소 내가 뭘하고 있는 것이지 라는 새로운 초대에 겨우 귀울여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초대에 귀를 기울이는 자도 그리 많지는 않다. 누군가 나를 흔드는 것보다 나는 아직 달콤한 잠에 더 취해 있는 것이 편안하고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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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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