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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기로서 관찰의 힘

 

서클에 온전히 현존하기

 

봄부터 새롭게 마음자리인문학독서모임이란 이름으로 열 댓명의 여성 참가자들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첫 학기는 파커 파머의 책 4-생이 말을 걸어올 때,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비통한 자들의 정치학-을 읽었고, 이번 가을에는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를 읽었고 지금은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그리고 타라 블랙의 받아들임이 예정되어 있다.

사실 이전의 비폭력대화 워크숍 참가를 통해 서로 아는 몇 몇을 제외하고는 서로가 낯설고 관심도 직업도 무척이나 다르다. 간호사부터 교사, 시민사회 활동가 혹은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인문학 독서모임이라는 일반적인 기대를 가지고 와서 단순히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텍스트가 자신의 영혼에 말을 거는 방식을 의식하며 그것을 대화로 나누고, 서클로 동그랗게 앉아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처음 여러 주간은 불편해하고 남을 의식을 많이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있어서 나 자신이나 참여자들 대부분이 이야기하는 놀라움과 신기함은 어떻게 친한 지인한테도 이야기 해 보지 못한 속의 것을 여기서 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뭔가 독특하게 느껴지는 편안함이 이 독서모임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바빠서 정해진 독서분량을 읽지 못해 그냥 빠질까하다가도 그 자리에 앉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으로 와서 앉아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사실 요즘의 참가자들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 상대방에 대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집중력, 흐름을 단절시키기 않고 경청하며 듣기, 열린 질문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아서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을 이제는 불편해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있는 것이다. 전체의 흐름이 완만하게 느리면서도 때로는 웃다가 침묵하고, 듣다가 눈물을 흘리고, 기다리다가 갑자기 생각지 못한 참여자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며 서클에서 주의집중을 받기도 하면서 서클 인도자가 이 사람 저 사람으로 건너다니며 움직여 간다. 마치 참여형 리더십이라 할까, 움직이는 순환 리더십이라 할까 아무튼 통제 없이 저절로 말하고 이끄는 사람이 신기하게도 출현한다.

놀라운 것은 신기하게 출현하는 돌아가는 리더십의 경우만 아니다. 실상 각자의 독특한 삶의 경험, 차이, 각 사람의 인생의 다른 경험들이 듣는 각자에게 충돌이나 도전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눈뜨임과 삶의 깊이를 노출하는 선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도 특이한 경험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 한올 한올 다른 색깔의 실들이 서로 이어지고 합쳐져서 다양한 총천연색의 양탄자처럼 그 어떤 울림에 가슴들이 열려지고 영혼이 적셔지는 느낌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그 무엇이 서로에게 나누어지고 있다는 감각이 이 서클 모임의 매력이고 이제야 사람들은 ~, 서클의 힘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다른 친한 친구들이나 절친한 이들에게서도 나오지 않는 깊이와 뭔가 중요한 것을 잘 모르는 이들과 편하게 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신기하네요. 무슨 마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뭔가 중독된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할 때 고개를 서로 끄덕인다.

오직 남성이 나 혼자인 이 모임에서 나도 최근에는 누구 옆에 앉아 있어도 나나 상대방도 편하게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전에는 내 옆에는 잘 사람들이 앉으려 하지 않으려 했던 것에 비하면 단순히 자리의 변화를 넘어서 그만큼 뭔가 연결되고 상대의 타자성이 자신에게 허락이 되는 분위기로 전환된 것이다. 내 자신의 변화에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은 내 생각에 골똘히 하면 주변이 안보이고 오직 생각에 내 의식이 따라가는 게 일상의 패턴이었으나 요즈음은 전체 주변의 에너지와 각자의 이야기의 다른 빛깔들이 서클의 전체 속에서 들려지고 주목하게 되면서 나에 대한 집중과 주변 참석자에 대한 집중이 일어나 동시에 보여지고 들려진다.

생각이 아니라 거기에 온전히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때때로 일어나고 이제는 그 알아차림이 길어지고 있다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생각하기와 집중하기, 말하기와 듣기, 나누기와 침묵하기, 기다리기와 주목하기, 나 홀로 있기와 더불어 연결되어 있기, 감정이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마주 대하기와 뒤로 떨어져 있기, 움직임과 정지, 생각의 흐름과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기... 각각이 명료히 구별되고 그 간극이 느껴지면서 각각이 살아있는 에너지로 그 자체의 순간이 충만하게 그것 자체로 경험되어진다. 그 대비로 인해 그리고 저것으로 인해 이것이 더욱 의식에 조명이 되고 해상도가 높은 명료한 순간과 공간으로 다가온다.

 

 

현존하기의 빛깔들

 

지난 월요일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끝내며 자신의 변화와 현존에 대한 경험을 나누다가 다음과 같은 세 이야기가 -그중 하나는 내 이야기- 현존의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 힘과 의미를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야기 하나,

한 참석자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왜 여행을 자신이 좋아하고 어딘가 걸어가고 찾아가고 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살펴보니 그것은 이제야 생각나는 건 바로 낯선 곳을 가고, 혼자 걷고 하는 이유가 바로 현존이 주는 활력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낯설음이 주는 생생함, 자연과 사물에 대한 응시, 순간순간 걸음에서 오는 만끽함은 바로 익숙한 기억이나 생각의 습관의 덫에서 자신이 나와서 그때그때 그 순간과 그 공간이 주는 독특함에 대한 응시, 곧 지금 이순간에 현존하기를 통해 오는 충만감의 매력 때문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고백이었다.

 

이야기 둘,

23일의 워크숍이 주는 에너지 탈진과 심신이 무거운 상태를 느끼면서도 공공도서관에서 독서모임에서 일어야 할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앉아 읽다가 깜박 잠이 들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나가던 어느 노인이 잠잘 거면 왜 도서관에서 자는 거야하는 핀잔의 소리에 정신이 들었고 그 순간에 자기내부에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반응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고 그 내면의 목소리와 지금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인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기와의 역설적인 대비가 일어나면서 그 양쪽을 순식간에 보고 알아차리고 있는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평소였다면 무슨 비난의 되받아치는 목소리를 관성적으로 할 뻔하였는데, 그 순간에 현존으로 돌아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아치는 강한 에너지의 순간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무엇을 하기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머물러 있기라는 짧은 교훈과 깨달음이 있게 되었다.

 

이야기 셋,

내게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다. 광명에서 서클 모임이 있어 대중교통으로 강촌에서 오던 길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모임장소인 센터까지 오는 데는 10분정도 거리였는데 아침에 먹은 매운 고추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배가 쑤셔오며 엄청난 고통으로 내장을 후비듯이 아파오는 것이었다. 걷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의 처음으로 겪는 뜻밖의 고통으로 전신이 급격히 움츠려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도로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서 서클 모임은 기다리고 있고 해서 어떻게든 센터로 가기로 하면서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그 고통을 알아차리는 것뿐이었다. 일어나고 있는 고통의 강도, 전신의 변화와 느낌에 대해 거부하지 않고 오직 주의집중해서 그 고통을 맞이하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이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느끼기만 하면서 주목하고 그 고통과 신체의 변화와 움직임을 주시하며 감싸는 방식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며 집중하고 있었다.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주목하고 있으니까 그 고통의 강도는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경험을 하면서도 견딜 수 있게 되었고 가까스로 센터까지 도착해고 모임이 시작되었지만 내 의식은 내가 경험하는 고통과 상대방이 말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그대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두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통도 사라지게 되었다. 정말 뜻박의 경험은 왜 아픈 것이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지 라는 생각이 없이 그대로 그 고통과 계속 머무르면서 의식하며 고통 속으로 들어가 맛보면서 있어보았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 매우 생생하고 온통 시간의 흐름이 제대로 느껴지고 그 고통과 시간과 공간의 실재가 매우 크게 다가와 그렇게 강도 깊게 그 순간순간을 그리고 그 공간에 있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독특한 경험이었다.

 

자연을 통해, 타자가 나에게 한 듣기 힘들은 말을 통해,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통해 주목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현존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 내게 다가오는 것은 내게 일어나는 사건, 상황, 그리고 일과 과제는 현존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는 깨달음이다. 타자의 대면, 사건의 일어남, 그리고 주변상황의 것들은 그대로 현존을 여는 실마리가 되고 이는 일상이 깊이에로, 생생함과 활력을 얻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일어나고 있는 것과 다가오는 것에 판단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전환과 활력이 있게 된다. 주목하기 그 자체가 시간의 무거운 압력을 벗게 하고, 생생함과 충만한 에너지의 흐름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자기 방어 없이 순수하게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전체에 대한 감각, 생각이나 판단 없이 느끼는 것에만 주의집중하는 것에서 오는 순수한 질적 경험과 평안한 장소감각에 대한 맛을 알게 된다.

그 질적 경험은 안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가져온다. 고통이 내장을 후비면서 있을 때 안전은 뭔가 그것을 피해서 우회하거나 그것을 다른 교량이 되는 수단을 통해 그 위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그 안에 뛰어들어 하나하나 철저히 경험함으로써 오는 편안함과 안전함에 대한 다른 감각이었다. 마치 물에 빠질 때 놀라서 나오기 위해 뭔가 필사적으로 버둥대며 노력하여얻어지는 안전과 달리 그냥 자신을 물에 맡겨서 엎드려 물에 밀착하여서 그 흐름을 통해 빠져나오는 안전함이라고나 할까.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 공포스러움으로부터 일어나는 자동 방어기제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 판단 없이 몰입해서 하나하나 맛봄을 통해 숨어있는 온전한 전체 속에 내가 허락되고 받아지는 -I'm OK!- 궁극적인 안전감이 머리가 온몸과 영혼 속에서 일어나게 된다.

본래 불완전하거나 결핍된 것이 없다는 것, 뭔가 기대하지 못한 위기의 상황이 겉으로 볼 때 실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는 아니 진정으로 뭔가 진실이고 실제이라는 것은 지금 내가 존재한다는 투명한 자각 그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이고 결함 없는 온전한 리얼리티이며 그로부터 나는 본래 분리되지도 분리될 수도 없다는 존재적인 안전함과 충만성으로 지지받게 된다. 나는 경험된 것 그리고 경험하는 나라는 생각 그 뒤에 있는 지켜보는 의식의 바다이다. 일어난 파도 역시 그것의 일부이지만 전체는 아니다. 그 파도는 대앙에 참여하며 대양의 깊이를 노출시킨다.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존재력, 잃거나 성취되는 것도 아닌 본래의 그 심원한 존재의 터전. 이런 것이 지금 이순간의 현존이 주는 놀라운 직관적 암시이다.

 

금주 독서모임에서 읽은 톨레의 글은 나의 이런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마음을 초월해 존재의 깊은 실재와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와는 아주 다른 특성, 다시 말해 순응하고, 판단하지 않고, 삶에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허용하고, 모든 것을 앎으로 끌어안는 포용력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특성은 여성성과 훨씬 더 가깝습니다. 마음의 에너지가 완강하게 굳어 있다면 존재 에너지는 부드럽고 유연하고, 그러면서도 마음보다도 무한히 더 강합니다. 마음이 우리의 문명을 다스리고 있다면 존재는 지상과 그 너머에 있는 모든 생명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존재는 눈에 보이는 물질의 우주를 가능하게 하는 지성입니다.

.....

내맡김은 삶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따른다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지혜입니다. 당신이 삶의 흐름을 경험하는 유일한 장소는 지금이므로, 내맡김이란 지금의 순간을 무조건적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에 대한 내면의 저항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내면의 저항은 마음의 판단과 부정적 감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세상살이가 잘못되어갈 때 그렇게 말하게 되는데,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과 지금 있는 것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고통의 틈새입니다. 세상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라면, 살아가면서 일이 잘못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고통과 슬픔을 겪지 않으려면 온전히 내맡기기 위한 수행이 필요합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마자, 당신은 마음으로부터 벗어나 존재와 연결됩니다. 저항은 마음입니다.

......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의 삶의 상황을 구성하는 일시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무언가가 있으며, 내맡김을 통해서만 거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생명이요 당신이라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시간없는 현존의 영역에서 영원히 존재합니다. 예수는 이 생명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오직 한 가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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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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