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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6
 

어둠, 영광 그리고 평화



그 근방, 들에는 목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양떼를 지키고 있었다

...이 때에 갑자기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그 천사와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 (눅2:8,13)





누가복음은 구원의 역사(His-story)를 작은 자, 잃은 자, 끝장난 자

(the least, the lost, the last)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예수(“구원하신다”) 탄생의 시작은

바로 생의 끝에 있는 노년 즈가리아, 엘리사벳 부부에게서 시작되고 있다.

아기를 잉태할 수 있을 가능성은 커녕 죽음을 앞둔 부부들이었다.

시골의 한 비천한 여인 마리아, 목자들 또한

바로 the least, the lost, the last이다.


이 the least, the lost, the last들은 바닥의 존재들이기에

어둠의 실체를 가장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어둠은 단순히 이야기, 좀 떨어져서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담의 논쟁거리가 아니라

호흡과 핏속에서 느껴지고 짓누르는 실재인 것이다.


바닥은 어둠의 실체를 똑바로 드러낸다.

모든 썩고 무거운 것들이 바닥일수록 잘 보이기 때문이다.

바닥은 따라서 가장 자비가 필요한 곳이다.

이야깃거리나 구경거리 혹은 나는 그렇지 않아서 안심되는

자기 위로의 비교할만한 대상이 아니라

막혀있는 삶의 탈출구에 진정한 삶의 의미물음이 시험받는 곳이다.


이 바닥에서 한 하늘의 소리가 계시된다:

“하늘의 영광은 땅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다!”

바닥의 약함과 절실함이 하늘을 연다.

하늘의 세력(천군천사)이 자기 존재를 비로소 드러내는 곳이

바로 바닥(구유-말먹이통)에서 온다.


이것은 저것을 불러일으키고 서로 의존한다.

하늘의 영광은 땅의 평화를 불러일으키고

하늘의 영광은 땅의 평화에 상호의존한다.


땅의 평화는 하늘의 영광을 불러일으키고

땅의 평화는 하늘의 영광에 상호의존한다.


영광과 평화는 어둠의 다스림을 통해서이다.

태초에 흑암과 혼돈(chaos)에서

빛을 통해 질서지움(cosmos)로 창조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그렇게 영광과 평화는 어둠을 질서지움으로 변형시키는

새 창조의 근원이 된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의 고지(告知)는

전적인 갱신과 새창조의 소식이다.

어둠과 두려움의 세력화가 무력화되고,

마굿간과 말구유의 주변(the marginal)이 중심이 되며

끝장난 자, 작은 자, 잃은 자, 마지막된 자가

새로운 희망의 실재를 접하게 된다.


땅의 가장 비천한 곳에서

하늘의 징조가 현실이 되어진다.

새로운 개벽의 조짐이 보이게 된다.


그 새로운 조짐을 알아차리고

막혀있는 가능성과 보이지 않은 현실을

궁극적인 현실-“구세주의 표적”-로 인식하고 전하는

그 아름답고 순수한 증언자,

아 ~ 누가라는 인물의 투명한 눈과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여.

그 무섭도록 예민한 통찰이 가슴을 울리고 있다.


20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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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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