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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 질문하기

조회 수 2854 추천 수 0 2016.10.24 08:15:11

                                           >변화를 위해 질문하기<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 메리 올리버 -



 

일상의 삶에서 혼란과 갈등, 비난과 다툼의 상황에 진입할 때 일반적으로 내가 습관적으로 해 왔던 것은 대답을 찾기는 것이었다. 대답이 그러한 궁지와 막힘에서 나를 건저 내 줄 수 있는 출구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대게 그러한 상태에서 대답을 얻는다는 것은 실제로 잘 작동이 안 되어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상태에서는 대답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답을 갖고 있지 못해서 그런 처지에 빠져 있다는 오랜 확신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왜 그러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근본적인 생각의 밑바탕에는 그러한 혼란과 갈등, 비난과 다툼을 문제(a problem)’로 보고 있었고, 그에 상응하여 당연히 대답(an answer)’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항상 깔려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도식의 덫에 걸려서 혼란이나 논쟁에 직면하면 옳은 대답에 내 의식과 에너지가 맞추어지고, 그걸로 상대방에게 말하게 되면서 나의 선한 의도와는 대부분 다른 분리와 상처 그리고 이슈에 대한 논쟁과 거리두기라는 예상 밖의 결과들에 봉착하면서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올바른 정답을 정확하게 찾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하는 나의 신념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상대방의 말과 논쟁에 침묵하고 뒤로 물러서는 버릇까지 생기게 되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에 대해 정확히 나의 심장을 찔렀다. “제정신이 아님(insanity)이란 유사한 일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문제-정답의 도식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재에 대해 다가간다는 것은 나에겐 많은 긴장과 에너지 소모를 가져오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도식 하에서 유사한 패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변화의 가능성이 필요하다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가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내 관념의 체계 속에 변화의 실마리가 찾아온 것은 뜻밖에도 양자물리학이나 생태학의 영역에서였다. 우주가 시간당 엄청난 속도로 급팽창하고 있으며, 그 팽창하는 공간에는 대부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고 거기서 새로운 별들이 생성되어 나온다는 단순한 이해나 자연계의 복잡성과 혼돈 속에서 패턴화된 질서가 일어나는 프랙탈 이론 등의 사고를 접하면서였다. ‘문제-정답의 도식에서 혼돈-창조의 패러다임이 열리면서 다툼과 적대감, 비난과 대결에 있어서 좀더 다른 시각과 다른 차원을 이해하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대화나 이해 혹은 갈등 전환에 관해 서클진행을 하면서 점차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대답을 찾는 것보다 그러한 혼란과 갈등을 창조적 생성의 과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확연한 이해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한 창조적 생성을 향해 중요한 요소가 경청하기이외에 질문하기가 있다

    

질문하기는 마치 어둔 바다 속을 항행하는 배에게 등대에서 길을 알려주는 등댓불과 같다. 그 질문은 어디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방향, 논의의 내용에 대한 범위, 어떤 에너지로 말할 지에 대한 열정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당연히 그로 인해 결과로서 어떤 실재(reality)를 가져올 지를 예고한다. 더 강조하자면 질문은 어떤 실재를 만나게 될지를 결정하는 자기충족 예언의 법칙을 작동시킨다.


그래서 어떤 질문들은 -아니 대부분의 우리가 쓰는 질문들- 그 결과가 장벽에 부딪치기라는 결과나 아니면 낭떠러지에로 추락하기로 몰고 간다. 예를 들면 교사가 말썽피우는 학생에게 넌 선생님께 도대체 뭐가 불만이니?”라고 묻는 순간, “선생님은요, 지난 번에 00의 잘못을 하시고도 사과안하셨고, 00한테는 그냥 넘어가시면서 유독 나의 행동에만 민감하게 대응하셨잖아요. 불공평하세요.” 교사의 선한 의도는 문제해결을 위해 질문한 것인데 결과는 상대방의 신념을 강화시켜서 비난의 응답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는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태도가 뭐가 잘못인지를 논쟁하면서 서로에 대해 기분 나쁜 상태로 있게 된다. “너 그런 거짓말 어디서 배웠어?”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그래서? 그런 행동이 옳다는 거야?”......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응보적 질문, 파괴적 질문이라 부른다. 비록 선한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분리와 상처의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것들은 자극상황에서 자동반응으로 뭐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을 주려고 할 때 흔히 걸리는 덫이다.


다른 질문들은 -자극과 반응의 덫에 걸리지 않은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 아직 가능한 질문들- 미래를 여는 도로다리를 내고 그리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회복적 서클에서 하는 질문들처럼 너는 그 상황이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니?” “네 마음에 대해 무엇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거니?” “네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니?” “앞으로 나가기 위해 무엇을 제안하고 싶니?” 우리는 이런 종류의 질문을 회복적 질문 혹은 건설적 질문(간디는 이를 건설적 프로그램을 구축하기라 했다)이라 말한다.


보통 회의시간의 논쟁이나 상대방의 아니오의 대응에 대해서 효과가 있는 것은 설득이나 사실에 대한 설명 혹은 나의 논리적 타당성에 의한 주장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런 경우 질문이 유효하다. “어떤 중요한 의미를 우리들의 안()이 놓쳤다면 그게 무엇인가요?” “그러면 그 의미를 포함하여 이미 나온 제안의 의미를 고려하여, 어떤 수정 제안이 있나요?” 그러한 열린 질문은 주장에 주장으로 맞서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중요한 것을 고려하여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낸다

 

회복적 질문 혹은 건설적 질문의 특징은 과정(process)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응보적 혹은 파괴적 질문은 당면한 혼란과 갈등을 문제로 보고 누가 얼마만큼 잘못을 저질렀는지 쌍방이 확인하는 내용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회복적 질문 혹은 건설적 질문은 그 혼란과 갈등을 창조적 생성으로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거칠고 힘든 것(input)에서 아름답고 선한 것(output)으로 나오는 과정과 절차가 있으면, 그 과정으로 인해 결과로 나오는 산출물은 예견되어 있는 것이다. 결과나 목표인 대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오직 과정(process)에 충실할 때 그리고 그 과정이 건설적일 때 그 결과는 당연히 건설적인 방향의 결과가 나온다

 

질문하기의 한 모델 중에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진실의 여부를 가르쳐주기가 아니라 질문하기라는 방식을 통해 내적인 작업을 돕는 탁월한 다른 예는 바이런 케이티의 작업(the work)’에 의한 네 가지 질문이다. 그녀는 4 가지 질문과정을 통해 삶에 있어 분노와 좌절의 경험을 하고 있는 개인들로 하여금 스스로 만든 덫에서 나오도록 돕는다. 그 질문은 너무나 간단하다. (먼저, 당신이 힘들어 하고 있는 그 어떤 문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간단히 진술한다.) 그게 진실인가요? 당신은 그게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나요? 그 생각을 생각할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일까요? 이 네 질문을 작업한 후에 처음 진술을 뒤바꾸기를 하여 성찰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지닌 선입견이나 오류가 드러나고 실제로 있는 것에 대한 통찰을 당사자는 얻게 된다. 이것도 일련의 연결된 질문의 작업 과정을 통해 스스로 진실의 전체성을 깨닫는 데 돕는 방식이다

 

질문은 고정관념에 의한 판단과 자동반응방식을 넘어서 모호한 것과 도전적인 것에 대한 학습의 과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현실을 탐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이다. 단순히 개인의 작업을 넘어서 이것을 공공성과 정치적 사건에 적용시킬 수 있는 예는 다음과 같다. 이 방식은 드러난 사건의 현상의 밑바닥을 뚫고 들어가 사건의 전체적인 본질을 알아보고 여기서 변화의 추동력을 얻는 학습 방법이다. 이것을 빙산으로 본다면 사건은 빙산의 드러난 부분이고 그 나머지는 물수면에서 드러나지 않은 실재이다. 그러나 빙산은 드러난 부분과 더욱 드러나지 않은 더 큰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를 통찰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이용한다.

 

1. 빙산의 드러난 부분으로서 사건이라는 현상이 존재 한다. 예를 들어, 농민 백남기 죽음과 물대포

 

질문하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상적인 반응이기는 하지만 학습을 일으키려면 그것을 넘어 질문을 가지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것을 성찰해야 한다)

 

2. 빙산의 드러나지 않은 바로 밑부분에 패턴’(혹은 추세)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세월호 침몰, 메르스 사태, 지진과 원전의 안전문제, 미르 재단...

 

질문하기: 예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가? 어떤 유사한 패턴들이 존재하는가?

 

3. 패턴뒤에는 시스템적 구조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보수 배타적 권력의 지배와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여러 기둥들인 언론, 사법시스템, 정경유착...

 

질문하기: 이런 패턴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힘/세력은 무엇들일까? 누가 그리고 무엇이 이 힘/세력을 떠받치고 있는가? 그 떠받치고 있는 동조의 기둥들 중 어느 부분이 가장 취약한가?

 

(비폭력 저항은 힘과 세를 불려서 하는, 지배권력에 대한 거세고 힘든 저항이 아니라 단순히 동조하지 않기를 전략적 목표로 한다. 같은 종류의 대응의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배권력을 떠받치는 지주들 중 가장 약한 부분을 초점으로 그것 한두 개를 집중적으로 건드려 전체가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다.)

 

4. 이 시스템 구조 뒤에는 그 어떤 멘탈 모드(고정신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건국신화의 건설자, 선악의 아마겟돈 전쟁...

 

질문하기: 우리의 사고방식 중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공공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질문하기저항보다 더 전략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위 3번과 4번의 질문을 통해 대안을 구축할 힘과 통찰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을 통해 지배 구조와 시스템의 지주들에 대한 핵심 세력들을 - 사건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을- 분간하여 대안의 핵심역량을 키우게 된다. 토마스 쿤이 말했듯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자체의 진실에 의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지하는 실천공동체에 의해 생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지주들 중 약점이 보여질수록 대안적인 실천을 위한 핵심역량들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네 번째 질문은 변화를 위한 근본 통찰을 주고, 싸우다가 적을 닮아가지 않기 위한 심성모델(mental mode)을 형성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대응하기가 아니라 생성적인 흐름의 에너지가 분출하게 된다. 변화의 전략은 사건의 현상을 타깃으로 하는 것보다는 구조와 심성모드를 깊이 확인될 때 그 변화를 위한 에너지와 효율성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이런 일련의 심층적 성찰을 위한 네 가지 질문들은 사건 뒤의 움직이는 구조와 동력을 간파하여서 적절한 전략적 사고패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건 형성의 디자이너들 뒤에는 그들이 옳다고 믿는 심성 모드가 존재하며, 그 심성 모드를 타깃으로 할 때, 지배 체제의 근본 뿌리를 건드리게 된다.


지금까지 설명하였듯이 혼란과 갈등, 비난과 다툼의 상황을 풀어내는 것은 정답에 의한 교정하기 보다는 그 사건의 암흑 물질과 에너지에 적절한 열린 질문을 던져서 의미 질서를 직조(weaving)하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의 상황적 출현’(빅터 프랭클)이 가능해짐을 통해서이다. 미리 예측된 대답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예측을 할 수 없는 결과를 과정을 통해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자신을 넘는 보다 큰 전체성이라는 실재로부터 받는 선물과 같다.


파커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 따르면 개인의 사적 영역과 공공의 시민실천 영역에서 개인의 성장이나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질문 사용의 한 예는 이천 년전 예수 시대에 살던 랍비 힐렐의 3 가지 질문이다. 그 질문은 이렇다.

 

- 만일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해 존재할까?

- 만일 내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나는 무엇인가?

-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인가?

 

바로 이 세 질문은 개인의 내적인 삶과 공공의 정치영역에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질문이다. 그 세 질문은 바로 흑인 커뮤니티 조직가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방법이기도 하다. 바로 조직 참모였던 마셜 간츠 Marshall Ganz는 오바마 지지 자원봉사자들에게 훈련캠프를 통해 위 세 질문에 의해 서로 자신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고, 다시 다음날 그이후의 전략적 실무를 위한 기획과 역할분담을 시켜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자신이 이 사회의 사건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공유된 고통과 희망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이라는 치열한 긴박감 속에서 우리가 세상에 바라는 공유 가치와 실재로 들어가기 위해 어떤 선택이 가능할지를 묻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의 목적은 이 도전에 부응하는 것, 이 희망을 붙잡고 그것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자아의 이야기들을 빚어낸 다음에, 우리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관계를 구축한다. 거기로부터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고 희망의 경험을 배우면서 전략화와 행동으로 들어간다. 그것이 지금에 관한 이야기다.”

 

주장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 보호와 방어의 논리를 강화시키지만, 질문은 상대방을 괴롭게 만든다. 그것은 자기를 보게 만들고 질문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비극적 사건들에 대해 우리 민초들은 정확히 그것이 어떻게 왜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를 못한다. 그러나 질문하기를 통해 민초들은 각성하는 것을 자극시키고 상대방의 굳건한 심성-모드를 약화시키거나 의심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에 의지한 시스템과 구조는 더 이상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다.


간디는 말했다. “그대가 보기 원하는 변화가 되어라.”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질문을 통해 일어난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 정당한 것이라 생각한 토대를 흔드는 것은 바로 질문이다. 우리 삶의 비극적 현실에 대해 질문을 함으로써 개인은 시민으로,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에로의 주목하기가 일어난다.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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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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