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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법의 오용, 따르지 않으면 교사가 다치고, 제대로 적용하면 작동이 안된다!
-교육부가 법무부의 대리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나는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가이자 회복적 서클 진행자로서 매년 약 10여 차례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정말 학교 관리자로서는 어찌 해 볼 수 없는 현장사건에 개입하고 있다. 이미 2013년 경기도교육청의 회복적생활교육 교사 매뉴얼에 주저자로 참여하였고, 그 후 경기도내 여러 교육지원청에서 교사직무연수에서도 진행자로 참여하여 현장교사들과 학교폭력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또한 2014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 직무연수 및 강원지방경찰청 학교폭력전담경찰들의 회복적 서클로 하는 연수도 훈련가로 참여하였고, 강원경찰청은 나중에 이 연수를 기반으로 “너와 함께(With You)”라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여 2015년 전국 경찰 프로그램 우수 사례로는 3위라는 명예까지 담당 경찰이 받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2012년부터 ‘학교폭력’이라는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와 세인들의 관심으로 인해 갑자기 내가 소속한 비폭력평화물결은 다른 몇몇 회복적실천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시민사회활동에서 학교현장으로 강력히 흡수되는 상황으로 변하게 되어 거의 학교의 갈등해결과 회복적 실천 업무가 80%이상으로 바뀌는 결과로 가게 되었다. 지난봄학기는 서울시교육청산하 11개 교육지원청중 거의 7~8개 지원청의 회복적 생활교육 직무연수로 2개월 이상을 4월말부터 계속 교사들을 만났다. 교육청이외에 개별학교에로 매주 최소 두세 건은 평화교육이나 각종 갈등관련 또래조정이니 하는 것으로 스탭들이 학교현장을 나가고 있다. 학부모, 학생, 교사, 장학사들에 대한 부지기수의 접촉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 중에는 수석교사로 있다가 이제는 장학사, 교장, 교감으로 발령이 나서 계속적인 자문과 인연을 맺고 계시는 분들도 있게 되었다. 


내가 서두에 나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지금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즉 학폭법에 관련하여 현장 실천가로서 그리고 회복적 생활교육 직무연수 훈련가로서 나의 경험에 비추어, 그동안의 교육부의 학폭법이 세인들의 인식과는 얼마나 잘못되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가 이번 9월 1일부터 고시한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이 나오면서 큰 탄식과 우려를 금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가해학생 조치 기준은 그야말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충격과 더불어 교과부가 법무부로 소속으로 이관되었는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거꾸로 가는 행정의 전형적인 표본이어서 가히 이것을 만드는 전문가와 교육행정관료들이 과연 교육자인가 아니면 법무부 소속 실무자들인가 하는 이해가 안가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기준은 그야말로 기계공학적인 표준이 되어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가해학생’들의 양산과 거리로 몰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이 세부기준 고시는 최악의 공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되었다.


학교폭력을 안에서 들여다 보지 않고 밖에서 듣거나 언론으로 기사를 접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번에 나온 가해학생 조치 세부기준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보수 정부에 대한 또 다른 시민사회 한 실천가의 일반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행 학폭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한 일반학교의 표준적인 시행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가 학교폭력 신고를 하면 2주안에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연다. 학교폭력 사례는 그 무슨 사례이든 그 누군가 신체적 폭력이외에도 욕설이나 조롱 등으로 인한 심리적인 것도 다 된다. 당사자들은 따로 격리되어 자기 진술서를 쓰고, 담당 부장선생이 몇 가지 확인을 거쳐 학폭위를 열게 된다. 여기에 참석한 학생 당사자들과 양쪽 학부모의 입장 변론을 듣고 학폭위 위원들은 가해학생에 대한 1호~9호중 최종 조치를 내리게 된다.


교육부는 그간의 쟁점이 늘어나는 학폭위 결정 재심 청구 비율과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치의 변별력이 가장 큰 쟁점으로 여겨 - 이건 정말 큰 착각이다 - 다음과 같은 세부시행기준을 9월부터 실시하도록 내놓았다.


학폭처벌 점수표.jpg



아마도 계속적인 재심청구들의 증가되는 소송사건으로 견디다 못해 이에 대한 판별기준을 내놓아서 재심청구율이 떨어지기를 기대하여 내놓은 것 같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을 이해 못한 수준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이제 그 결과가 가해학생으로 딱지 붙은 학생들이 이로인해 얼마나 힘들어지게 될지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결과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그런다고 뭐 대수인가? 매년 혹은 적어도 2년 내에 자리가 바뀌니까 교육관료인 행정가로서 다른 자리로 가고 다른 사람이 책임을 지겠지만 자신은 다른 부서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고시를 보면 가해학생은 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정도, 화해정도에 있어 물리적 계산표를 통해 점수화되고 그 점수로 인해 1호~9호의 조치를 받게 된다. 겉으로 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정말 감정이 들어가지 않는 너무나 합리적이다- 계산법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공정하고 계산법이 명확하고 객관적인 듯이 보여 모두가 행복해 할 것 같고, 가해학생도 이에 이의를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되어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일 것이다.


여기의 함정은 어떤 패러다임으로 실재를 들여다 보고 있느냐에 -당신의 의식이 실재를 해석한다- 따른다.  신문에서 보는 성인들 사건사고 소식에 익숙한 일반 사람들은 그러한 고정관념으로 학교현장에도 무서운 ‘지옥에서 온 학생’이 실재로 학교에 존재하고 있고, 이들은 가해학생으로 나타나 몇 몇 학생들을 괴롭히는 ‘문제아’로써 학습공동체를 흔들고 있다는 생각을 학교로 투영해서 가지고 있다면 지금의 학폭법과 이 가해학생 조치 세부기준이 별다른 문제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12년 학폭법이 강화되어 공포된 이후 지난 5년간 시행한 결과, 교육부관련 수많은 학교폭력 전문가들과 교육관료들은 학폭법의 실행 효과를 막는 장애 요소로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한 것 같다(이는 2016.3.23., 중앙일보 정현진 기자의 “학교폭력 발생하면 아이 혼자 진술하게 하지 마세요” 글로 잘 나와 있다.) 중앙일보 기자가 전문가들과 인터뷰 해서 쓴 기사에 따르면 교육행정 전문가들의 핵심 사항을 내 나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학폭위 심의 건수가 매년 늘고 있고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학폭위 심의 결과에 대한 재심청구와 이의신청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② 재심청구가 느는 것은 학부모  위원들이 늘어 ‘객관적·중립적을 판단할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③ 학부모 위원들이 가피해자 부모를 다 잘 알고 있어서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④ 피해자측 권리를 보호해 줄 관련 서류에 대한 학교측의 안내와 성의가 부족하다.
⑤ 대책으로 ‘미성년자인 학생 진술 조사에 학부모가 동석“하고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관련 서류들을 - 예를 들면 카톡의 문자 메시지 등- 꼼꼼히 챙겨야 한다. 
⑥ 가해자 대상 조치의 구체적 양형 기준이 없어 학교에 따라 심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번 고시는 기자가 전문가들과 이야기해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⑥번의 해당사항에 대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자가 만난 전문가들이 정말 학교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실제 갈등들을 다루어 보았는지 아니면 상상을 하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위에 열거한 것은 학교폭력현상에 대한 결과론적인 것이지 원인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들 전문가들과 다른 견해를 갖는 것은 재심청구의 건수가 많아지는 것은 학폭법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지 전문가 없는 학부모 위원들 때문도, 소송절차에 대한 안내 부족도 아니다. 소송절차에 대한 서류가 피해자의 권리 - 가해학생도 억울한 상황이 많이 있다 -를 보호해 준다고 하는 데 실제 결과는 소송비용, 시간, 그리고 법원까지 가는 3~8개월의 기간 동안 폭력 기억 진술의 재실습과 패턴 강화로 이어져 변호사 이외엔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구조적 변화없는 처벌이 되어 피해자가 현장으로 돌아오면 그 갈등현실은 그대로 있어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류가 당사자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도대체 어디서 그런 믿음이 오는 것일까? 더욱 놀라운 것은 피해자 진술에 있어서 부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이는 미숙해서 사건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성숙한 부모가 옆에 있어서 제대로 사건 기술을 할 것이란 신념을 말하고 있다. 나는 단호하게 말하지만 아이들은 금방 풀어지고 아무 문제 없는 데 학부모들이 더 문제이고 난리여서 학교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최소한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신고 대부분은 부모들이 개입되어 어려움에 봉착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이 모두가 아이문제와 부모 자신의 정체성을 혼돈해서 생기는 문제이다.    


위 전문가들의 해결책이 문제의 본질에 벗어나 있다는 나의 진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앞서 설명한 대부분의 일반 학교가 따르는 학폭위 시나리오 흐름을 보자.


첫째, 학교 폭력 상황이 발생하여 한 쪽이 상대방을 학폭위에 신고하였다고 하자. 이 때부터 일어난 단 한 가지 사건으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으로 나누어진다.


- 조심해야 할 것은 사회에서 쓰는 가해자 피해자는 학교 캠퍼스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 그들 사이에 얽힌 과거의 여러 스토리를 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정말 분간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더구나, 내가 학교폭력관련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하러 개입할 때 그 사안들이 7호~9호 조치 사안이어서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다. 대개는 1호~3호 조치사안으로 중간 과정에서 더 커진 것이 대부분이다. 대개 90% 이상의 건이 그 이유가 “욕설에 참지못해”(3위), “그냥”(2위) 그리고 1위가 “장난으로”였다. 이런 건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으로 딱지 붙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사실의 곡해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갈등 당사자들은 따로 각각 진술조서를 쓰고, 이에 대한 학교측 담당교사가 진위여부를 물어서 소견서를 학폭위에 올린다.


- 여기서 대부분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일어난 일에 대해 각각의 이야기를 듣고 담당 교사가 판별하여 객관적 진실을 밝혀 보고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내가 언제나 결정적인 문제점이 이 부분이라 여기고 있는 데, 이 진술은 사건의 사실이 아니라 진술자가 이미 학폭위 건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두려움과 옳고그름의 렌즈로 자기 정당화와 상대방의 잘못에 대한 프레임으로 당사자 자기 진술서가 쓰여지고 있어서 교사가 객관적 판단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식자는 인식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현대 물리학의 인식론이라면, 이미 진술은 해석된 사건이고 거기에는 객관성을 확인하는 부분이 어렵다. 특히 사실보다 감정이라는 게 더욱 사실 탐구를 어렵게 만든다. 학교가 학생들 다툼에 끼여서 담임이든 학교 관리자이든 연루되어 소송을 당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객관적 판단의 개입이 오히려 만족하지 못한 당사자에 의해 비난을 당하고 무능하다는 욕을 들으면서 같이 힘들게 된다.


셋째, 학폭위에서는 당사자들이 자기 변호와 상대방의 잘못의 극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진술하고, 학폭위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교육부의 지침이 1호~9호 조치여서 자연스럽게 경향적으로 누가 누구보다 얼마나 잘못했는지에 따라 정보를 듣고 해석하게 된다.


- 학폭위에서 말하고 들리는 것은 상대방이 얼마나 잘못했는지에 대한 진술이고, 학폭위원들은 처벌에 대한 조치들의 안내지침을 손에 갖고 있기 때문에 더 다른 상상력을 하기가 그런 프레임과 응보형 분위기에서는 어렵다. 자기변호를 하는 당사자들에 대해 학폭위는 고통을 부과하는 조치를 어쨌든 내리기 때문에 그 결과가 본질을 꿰뚫은 조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넷째, 1호~9호의 조치는 ‘어째서’라는 원인론적인 조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드러난 ‘법적인 잘못’의 결과에 대한 조치여서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 가해학생의 행위가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에 있어서 정도가 심각하다 생각이 들 때, 부과되는 조치가 교내/교외 봉사, 특별교육이나 심리치유 등부터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인데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들 대부분은 원래의 상황은 작은 것에서 - 장난, 비아냥, 실수 - 시작되었지만 중간의 과정속에서 눈덩이 굴러가듯 커져 버리게 된다. 이 때 원래의 행위는 잊혀지고 중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행한 것들의 주고받는 것들이 더 크게 문제가 되고 얽히면서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은 상호적으로 일어나서 모든 것을 가해 학생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명백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학생들의 근본적인 역동적 관계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 격리된 봉사나 특별 교육 및 심리치료를 받고 돌아올 때 그 구조는 그대로 남아있어서 보복 패턴을 강화시킨다. 상처를 받은 학생은 설 자리가 없고, 처벌을 받은 행위자는 이미 법적 의무를 다 한 셈이어서 상대방에 대한 책임에 대해 질 필요성이 반감된다. 또한 가해 학생에 대해 일단 학폭위로 처벌 받은 학생이 다시 소송건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이중 처벌이 되어 버려서 법리적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은 개인의 성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 역동적 주고받는 관계가 그러한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행위자(가해자) 일방의 행동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이해는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그 외에 학폭위로 간 사건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가를 보면 일단 그 사건이 일어나 제대로 안 풀리게 되는 경우엔 수많은 사람들이 -학생들, 학생 부모들, 담임, 학폭담당교사, 부장교사 및 관리자들- 영향을 받아 크게 흔들리게 된다. 심지어 담임과 학폭담당교사는 트라우마에 걸려 힘들어 하는 경우를 현장에서 많이 목격하였다. 반 단체 학부모 카톡에 일단 사건이 올려지게 되면 학부모들의 즐거운 대화는 얼어붙고 단체 카톡은 정지상태가 되며, 자기 아이들이 연루되지 않도록 단속을 하기 시작한다, 그 애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주문과 함께. 


학교 복도와 화장실에 학폭전담경찰의 포스터가 붙어 있어 학폭 건이 생기면 담임보다 경찰에 먼저 신고하라는 메시지를 학생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전달받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교육에서 갈등 상황이 학교폭력이란 카테고리로 이미지화되면서 교육의 한 주제로 다가가기 보다는 사법적 조치의 사항으로 건너가면서 이로부터 교사가 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방식을 단절시키고 재빠르게 학폭위나 경찰에게 넘기는 무력감과 매너리즘이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는 비극적인 사실이다. 교사가 뭔가를 해보려 시도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학폭법에 의해 다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학폭법에 충실하고자하면 실제로 해결은 안되고 봉합이 되어 작동은 안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고, 그 고통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원래 학폭법이 가해자를 위한 조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법의 정신이 예방과 선도를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인데 지금의 상황은 점점 처벌에 대한 공학적인 매너리즘에 빠져서 기대와 는 다른 곳으로 멀리 가고 있다. 학교는 이미 학생인권법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지도에서 체벌을 할 수 없게 되었기에 현재 쉽게 쓰는 것이 벌점제이다. 기존의 벌점제에 대해 이번에 교육부가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세부 기준’을 정해 주었으니 그 벌점제의 만연은 불 번지듯 번지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봄학기에 부천에서 열린 학폭위원 연수에서는 대부분 학폭위원들이 학부모로서 기대는 학생들 처벌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화해와 교우관계의 복원, 사건의 재발 방지, 교육적 조치의 필요성 등이었다. 이렇게 현장의 학폭위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교육부는 기계적인 해결책으로 학폭위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자 시도한 셈이다.


지금까지 학폭법과 학폭위의 문제가 가해 학생에 대한 조처의 불명확함이나 학폭위원들의 자질 문제이기 보다는 당사자들의 마음 연결의 초기 대응의 실패에 관해 이야기 했다. 갈등은 ‘사건 그 자체’보다는 상호 ‘감정적 이해’의 결핍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고, 초기 대응의 옳고 그름에 따른 객관적 진술과 처벌의 방식이라는 응보형 패러다임이 결정적인 원인임을 너무나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학폭위 이후에도 많은 소송들이 재심청구로 이어지는 현실과 그들의 기대와 달리 법정 소송의 결과는 변호사를 제외한 당사자 모두에게 기대보다 못한 실망과 더불어 손바닥으로 막을 수 있었던 일들이 나중에는 큰 앙금으로 구조화되어 버리는 어리석음을 계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내가 학교 폭력의 실제 사례에 들어가서 보면, 의뢰한 사건 대부분이 봉합이 어려운 수준으로 진행된 복잡한 사건으로 변질된 것들이지만 그래도 거의 10건중 7건 정도는 회복적 서클 모델 방식으로 당사자들의 소통을 통해 원만히 해결을 하고 있다. 그중 실패의 3건정도 안되는 경우는 대부분 이미 소송에 들어가서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들어가 한쪽이 결과에 대한 승리의 기대로 회복적 대화모임에 대한 동기유발의 부족의 경우가 있고, 아니면 대화모임중에 2주안에 학폭위를 열려야 하는 부담 때문에 과정중에 학폭위를 강행하여서 당사자들이 분노가 올라와 결딴이 나는 경우들이다. 혹은 학교측이 법적인 안전문제로 안되면 책임지는 일에 주저하여 중간에 대화모임에 신뢰를 갖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그대로 진행하여 사건이 어그러지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무엇이 달랐던 것인가? 돌이켜 보면 전문성이나 진행기술이 아니라 안전한 공간에서 당사자들을 초대하고 진실하게 자기 속 이야기를 말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간단한 대화방식, 곧 존중과 신뢰, 이해와 공감의 방식 그 자체가 유효했던 것이다. 두려움을 주고 처벌을 통한 고통부과가 상대방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오래 묵은 신념들이 당사자들의 내면에 있는 진실의 불꽃과 그 힘을 작동시키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문제의 진실은 법의 엄격한 적용과 합리적 절차에 있지 않다. 당사자간에 굳어지고 닫힌 마음을 열고, 서로 연결하여 일어난 일에 대해 무엇이 소중했는지 확인하고 책임이행을 하며 협력하여 학습 공동체를 세우도록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대안이다. 이런 확신을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은 동의하고 있으며 점차 교육운동의 새로운 흐름으로서 일어나고 있다. 교육자로서 자신의 학생을 가해자라고 해서 교실에서 아웃시키는 벌점제에 대해 얼마나 마음이 아픈 심정을 갖고 있는지 헤아려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자극상황에 대해 -폭력이란 말은 너무 거센 상투적인 말이다- 묵과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벌점제로 인해 아웃되는 자기 제자에 대해 마음편할 일도 아니다. 처벌의 수준을 강화하기 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의 모색이 더 시급함을 자각하고, 처벌과 배제가 아닌 회복과 배려의 교실문화를 시급히 세워야 할 때이다. 학폭법도 이제는 바뀌어져야 한다.


(201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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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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