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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말해지고 들려지도록

- 갈등을 풀어가기 위한 접근과 해결 -

 


 

 

갈등상황 대처에 있어서 비극적인 현실

 

2011년 말 대구여중생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의 문제는 사회이슈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결과는 사법시스템의 학교영역의 진출이외엔 교사가 교육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축소되어 무력감에 대한 호소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다음 사례는 회복적 서클의 방식으로 학교폭력문제를 다루어온 내게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워 들어간 것들이다.

 

사례1) 중학교 2학년 여학생 10명이 64의 집단적 갈등이 생겼다. 표면적으로 두 명이 서로 손찌검을 한 사건이었으나 실상을 보면 6명에는 지배와 통제의 행동패턴을 가진 보스형의 한 학생(가정폭력을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당함)을 중심으로 있고, 다른 쪽은 1학년부터 왕따를 당한 학생과 그 친구 그리고 그에 가담했으나 나중에는 이를 후회하고 입장을 바꾼 학생, 계속적인 무시로 인해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및 자살충동을 지닌 학생이 한 그룹이었다. 이들 양 그룹간에는 크고 작은 다른 일들이 서로 얽혀있었다. 학생부장선생과 담임들의 섣부른 사과와 화해시도가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어 이제는 피해학생들에겐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도 없게 되었다.

 

사례2) 전교 짱인 덩치 큰 중3 한 남학생이 동료들과 더불어 여학생들을 욕설과 장난으로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학교 오는 것까지도 두려워진 한 여학생이 동료 두 명과 더불어 상담신청을 해서 알려지게 되었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숨겨진 수많은 힘든 사례들이 나와 그 어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남학생은 교사의 비난, 학생들의 거부감, 가정에서의 방치 등으로 수업태도가 불량했고 교사들에게도 대들어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손을 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많은 학생들을 처벌한다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그 친구의 다른 동료들이 거기에 있고, 전학을 가도 멀리 못가서 그 지역에서 여학생들의 안전이 보장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전에는 없던 카톡과 밴드의 소통도구로 인해 요즘은 오히려 수많은 학생들이 일시에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이들의 글을 보게 된 학부모들의 분노 섞인 개입도 세어져서 학교는 요즘 학교폭력사건에 관해서는 전례없는 무력감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학교는 학칙이나 교과부의 학교폭력대책 지침에 따라 가해 학생을 처벌하여 출석정지, 사회봉사, 전학 등의 조치를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간의 문제는 해결이 안 된 채 그대로 남는다. 교사가 아무리 잘 조치를 하려해도 학생들간의 미묘한 관계와 여러 얽힌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표면적인 처방이 되어 당사자들은 만족감을 가질 수도 없다. 특히 위 사례들은 당사자들간 서로 얽히고설킨 중층적인 마음의 균열이 있어서 조치가 쉽지 않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고통을 부과하여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응보형 대응은 아무런 교육적 의미나 지속적인 효과를 얻지도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갈등과 폭력의 일어남 그 자체가 아니라 이에 대한 건설적인 소통방식의 부재와 서로를 더욱 자극하게 하는 언어행위가 문제인 것이다.

 


갈등에 대한 접근방법 성찰

 

퀘이커 교육사상가인 파커파머는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핵심은 진리가 소통되는 안전한 공간의 확보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학교폭력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말이 들려지는 안전한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와 그 안전한 공간에서 어떻게 서로의 진실이 말해지고 들려지도록 소통할 수 있을까가 갈등전환의 핵심이 된다. 자기 영혼의 내면의 진정성의 목소리에 따라 말하고 듣는 법에 대해 강조하고 그는 이를 신뢰의 서클의 방식에서 풀어내고 있다.


한편, 크리슈나무르티의 평가없는 관찰의 중요성과 칼로저스와 마슬로의 인격적이고 존재론적인 심리학에 영향을 받은 비폭력대화의 창시자인 마셜 로젠버그는 우리의 대화패턴이 옳고 그름의 판단언어로 인해 강요, 비난, 욕설 등이 형성되기 때문에, 각자가 갈등상황에서 자신의 내면에 소중한 의미를 대화로 풀어내는 것을 제안한다. 자극상황에 대한 판단없는 관찰, 옳고 그름의 생각대신 가슴에 있는 느낌과 욕구를 알아차리기, 그리고 각자의 욕구를 함께 고려하여 실현할 수 있는 부탁의 방식으로 우리의 언어습관을 바꾸도록 요청한다.


교육 및 임상심리학의 관점에서 갈등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외에도 양자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봄(창조적인 대화론)과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조직학습 이론가들인 윌리암 아이작스(대화의 재발견, 오토 샤머(U이론그리고 피터 셍게 (5경영)등은 현대물리학의 인식론적 관점을 갈등과 승승의 문제해결영역에 적용한다. 파동으로서 우리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 항상 변화하는 흐름속에 상호의존적인 관계성으로 존재하고, 각 사물에게는 숨겨진 전체(hidden wholeness)가 비가시적인 구조형태속에서 접힌 질서로 존재한다는 이해가 그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각 갈등도 그 자체의 숨겨진 전체성을 갖고 있어서 실재가 자신을 펼쳐나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숨겨진 전체성이 드러나고 이에 따라 살고 싶은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는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을 돕게 되면 저절로 리얼리티의 전체성이 갈등을 치유하고 배움이 일어나며 앞으로 나아가는 통찰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물리실험실에서 쓰는 인식방법론을 갈등상황에 적용한다. , 판단을 보류하고 실재를 이해하는 알아차림, 그리고 원하는 미래와 목적에 대한 명료성, 그리고 이 알아차림과 가고자 하는 미래의 명료성 상이에서 협력하여 작업하기라는 협력적 대화 프로세스 메카니즘을 작동시키기가 중요한 원리로 제안한다.

 


갈등전환의 과정

 

갈등은 문제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기회이다. 그리고 또한 갈등과 폭력은 사실상 자신에게 소중한 의미나 욕구에 대한 자기표현이 상대방에게는 전달이 안 되는 방식으로 혹은 오히려 분노를 자초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기에 자신의 진심에 대한 왜곡하는 혹은 비극적인 표현의 현상이다. 그러므로 갈등과 폭력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초대하여 자비롭게 듣고, 정직하게 말하며 나온 진실들의 총체성에 입각하여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의사결정으로 초대하면 갈등들은 무난히 풀린다. 여기서 이들 이론가들의 핵심은 문제행동에 대한 맞서 싸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보다 원하는 미래에 대한 함께 창조하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것이다. 위의 이론가들의 도움으로 서클 진행방식으로 어떻게 갈등을 풀어내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갈등조정 진행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제 3의 중립자로서 갈등 당사자들을 일대일로 사전에 만난다. 문제해결을 위한 서클 진행자는 대답을 주는 자가 아니다. 오직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여 당사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상대방이 일어난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영향을 받고 상태가 어떠한지,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은 어떤 삶의 의미와 중요성을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소개한 후 누가 와야 할 것인지 이에 관련된 사람들의 명단을 받는다. 실제로 위의 사례처럼 애타심이나 감정표현 능력 혹은 도덕적 민감성이 현저히 떨어진 가해 학생들이나 ADHD증상의심의 학생, 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대면했을 때는 매우 조심스러운 경청과 공감 및 온전히 현존해 있어서 말하는 학생이 안심하도록 해야 하며, 특히 나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질문을 상대방에게 해서는 안되고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를 의식하며 마음의 연결을 중심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갈등으로 영향을 받은 모두가 전체모임으로 앉아있을 때, 소통이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해 솔직하게 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것이 대화 원칙과 대화 과정에서 작용하게 한다. 특히 잘못된 것보다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느낌과 욕구에 기초한 의미들이 갈등사건과정의 각자의 행위속에서 나타나도록 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각자 내면의 진실들이 드러나고, 이는 진실의 타페스트리(파머의 용어)’를 짜면서 사건의 숨은 전체성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 전체성이 드러나는 과정속에서 공동지성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실행동의를 통해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고나서, 일정기간후 사후모임을 통해 그 약속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소감을 말하고 실천된 것에 대한 감사와 필요하면 이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재수정의 약속을 하여 상호 신뢰와 공동체를 복구하는 길을 걷는다.

 


갈등전환으로부터 오는 지혜

 

위의 두 사례는 갈등의 단층들이 지닌 복잡한 얽힘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모여 자신의 진심을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교사들도 신기해할 정도로 만족스런 해결과 더불어 동료간의 관계가 급속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 교실분위기가 그 후 확 달라졌다. 이런 방식으로 보통 학교폭력 사건을 대할 때 10건중 8건 정도는 그 심각성의 정도에 상관없이 당사자들이 잘 해결하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다.


이러한 높은 해결의 가능성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첫째는 그 사건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이 참여하여 함께 생각하고 함께 협력하며 함께 원하는 미래로의 가능성을 선택하는 메카니즘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경청의 힘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서클을 진행하여 쌍방이 자신의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는 관여한 학생들에 대해 딱지붙이지 않고, 존중을 통해 두려움, 수치심 혹은 도덕적 의무나 판단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문제를 가진 당사자들은 언제나 해결에 대한 충분한 지혜도 갖고 있음을 목도하는 점이다. 그리고 안전한 공간에서의 대화는 적대자나 문제아가 진실의 전체성을 보게 하는 기여자로 전환되어 그들의 다름과 차이는 전체성을 보는 선물로 다가온다. 특별히 감동하게 되는 것은 당사자들이 서로 사건의 영향에 대한 감정을 나누고 진실로 원하는 것에 명료해진 후에 행해지는 실행약속들이 외부 전문가도 제안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에 대한 적절함과 당사자들의 마음의 중심에 연결되는 꼭 맞는 실행제안들을 만들어 서로를 돌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해결의 경험을 통해 상호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정체성이 재 강화되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분출된다. 그런 화해장면을 진행자로 목도하는 것은 인간의 선함과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배우는 기회가 된다.

 

 

<계간 우리교육 2014 가을 통권 257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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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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