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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적 차이가 있는 무뚝뚝한 두 남중생간의 갈등을 전환하기

 

 

폭력과 갈등이 실제 일어난 당사자들을 조정·중재하려 할 때 진행자가 관심 가져야 할 초점은 일어난 갈등을 어떻게 빨리 해결할 것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연결할 수 있겠는가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연결이 이루어지면 당사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아 나선다.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당사자중의 그 어느 누구도 과거의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의 기록이나 문제 행동들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본성이 선하고 충분한 문제 해결의 온전한 지성을 갖고 있다는 것과 그 사람이 일으킨 문제행동을 분리시켜 그 행동은 부정적 감정과 판단의 그림자에 의한 지성의 빛이 온전히 발휘되지 않기에 그런 문제행동의 패턴을 - 만성적인 문제행동인 경우에는 더욱 부정적인 감정의 자동 반응이 견고화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계속적으로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실재는 온전하고 우리의 내면적 자아도 온전하며, 자아와 실재는 자비롭고 스스로 일어나는 사건과 다가오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그리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지성과 힘을 온전히 갖고 있다는 신념은 문제해결 서클의 진행자에게는 갈등의 폭풍우속에서 매우 중요한 지주가 된다. 부정적 감정과 상처에 의한 그림자가 지성의 빛을 가리고 있지만 자아와 실재의 선함과 자비로움의 본성을 믿으면 그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근본 신념이 때때로 힘든 갈등 상황에 직면할 때는 흔들리고 두려움과 막막함이 진행자에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진행 궤도를 이탈하거나, 진행에 막혀 있을 때 이것을 다시 환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때가 있다. 이번 갈등 사례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는 점에서 큰 교훈을 얻게 되었다.

자극 상황

 

금주에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들에게 회복적 서클에 대한 소개 워크숍을 하던 중 마침 바로 이틀 전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년부장선생님의 고민을 듣게 되었다. 학생부모와 학생들간에 오간 이야기를 들으며 당사자들은 구두로 사과를 했지만 그래도 가해를 한 학생에 대해 징벌을 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일처리가 더 악화되거나 전혀 해결되지 않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안타까워 자원하여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학생들의 어려운 상황이 안타까운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회복적 서클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눈으로 보여주어서 금방 배운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 드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사전 모임을 통해 두 담임이 말한 것을 종합하면 AB는 오랜 친구이지만 AB를 가끔은 못살게 굴어서 B가 지난 2년간 A가 자신에게 행한 괴롭힘을 기록하거나 녹음했다고 한다. 그런데 월요일도 A가 못살게 굴어서 B가 폭발을 하여 이번에는 먼저 치고 둘이 코피가 나도록 폭력이 있었고 주변에는 이것을 지켜본 동료들이 함께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양쪽 부모들까지도 힘들어진 상황이었다.

담임의 관찰에 의하면 A는 교사들에게 시비를 걸고 욕설을 하고 1학년때 약 5~6회정도 자주 주먹질 싸움을 하였고 동료들의 발표에는 시비와 조소를 학급에서 하는 학생이었다. 인성검사의 결과를 보면 이타성이 제로이고 도덕성이 낮으며 죄책감과 양심, 배려등이 매우 낮았다고 한다. 이는 아버지의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 요소에 어렸을 때 할머니가 무조건 감싸준 영향도 있을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 심지어 여자 애들에게는 창녀라는 말까지 하고 여교사에는 무시하고 남교사에게는 복종을 어느 정도 하는 편이란 말을 들었다.

 

B는 스스로 공부하는 형이고 재능이 많으나 자기 안으로 굳게 들어가 있어서 다른 아이들과는 그리 소통이 되지 않은 내성적인 아이이기도 하다. 자기 판단이 세고 이해안되면 완고히 거부하는 성격도 있다. B의 어머니는 이 사건을 듣고 1학년때도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강제 전학을 주장했으나 A 어머니의 사과로 재발에 대한 조치가 단호히 있기를 바랬다. A의 어머니는 초등때부터 계속해서 일어나는 싸움으로 힘들어 했고 아이를 위해 B어머니께 사과를 했지만 학교측에 대해 2년동안 보고가 없어서 - 알았으면 뭔가 조치를 했을 것인데- 쌓아두기만 한 학교에 원망이 있었다.

 

진행과정

 

사전 모임을 갖고 두 담임교사, AB를 각기 따로 만났다. 먼저 B를 만났는 데 대화모임을 하는 것에 완고히 저항하고 있는 상태였고 사과를 받아 다 끝난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입장이었고 B는 아무런 감정단어를 한마디도 사전모임과 본모임에서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감정표현이 없었고 거의 대답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말을 거의 못하거나 안하는 두 남학생을 각각 사전모임에서 한 것은 결국 지난 과거에 대한 구체적인 일보다는 짧게 이야기하고 이야기 할 것이 없다는 두 학생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인내하며 침묵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면 다시 상대방의 느낌과 생각이라 여겨지는 것을 시도해서 상대방이 맞는다고 응답을 겨우 받아내는 것과 회복적 서클의 질문을 계속 변형하여 부드럽고 안전하게 던져서 조금이나마 반응을 보이고 말을 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두 학생은 다른 애들과의 관계에서는 특이하지 않게 무난하게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났다하면 A는 이상하게도 B에 대해 공격적이게 된다고 한다. B는 마음이 경직되어 있고 옳고그름에 대한 판단과 의식이 강한 편이며, 반면 A는 다른 사람의 말을 기억해서 듣는 것이 거의 힘들어한다. 1분 이상 이야기를 듣고 반영해 달라고 하면 집중을 하지 못해 들은 것을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상대의 말을 제대로 집중해 듣지 못한다. 그리고 대화가 매우 간단하고 싫어요. 됐어요. 별다른 할 말이 없어요로 일관하는 특성이 같다. 진행자로서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한 셈이다. 들을 수 없으니 반영해줄 수 없고, 말할 것이 별로 없다고 하니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에 진행자인 나에게 다가 온 것은 극도의 예측 불가능함과 어떻게 진행할지 모르는 진행자체가 어려운 상황의 궁지였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회복적 서클의 질문을 다시 풀어서 다른 말로 다가가고, 나의 호기심이나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아니라 공감으로 침묵하는 상대의 마음을 상상으로 확인하여 그것이 맞는 지 댄스하듯이 오고가며 연결의 끈을 이어가는 방법이었다. 같이 따라서 잠시 침묵하고, 표현되지 않은 느낌을 얼굴과 자세에서 읽어주며, 생각을 지지하고 뒤따라가면서 이미 말한 말을 확장하거나 구체적인 말로 정리해나가는 방법을 취하였다.

 

또 하나의 방법은 담임선생 두분과 학년부장선생님의 마음을 보태는 것이다. 교사로서 학생들이 해야만하는 것에 대한 언급보다는 공통된 인간성으로 평등하게 앉아서 한 개인으로 직면한 두 학생들에 대한 진실어린 염려와 기대 그리고 이 둘의 폭력이 가져온 영향들에 대한 자기 진술들을 말하는 기회를 주고 이것을 이용해서 학생의 마음이 연결되도록 다시 진행자가 재반복하여 이에 대한 응답을 각 학생으로부터 듣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느껴지는 것은 B는 어른에 대한 불신, 자기 내면의 고립으로 오는 장벽, 자기생각에 빠져있는 것이 심해서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고, A는 가정의 비난과 권위, 학교에서 수많은 문제아로의 지적과 갈등들로 스스로를 폐쇄하여서 두 번 만나는 데도 감정 언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내면이 팍팍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염려와 기대, 그리고 상대방의 고통에 대한 정직한 나 진술어로서의 표현이 그나마 들은 것을 한 두마디로 다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반응을 보였다.

 

이 최소한의 반응으로 인해 AB는 서로의 수많은 갈등의 과거에 대해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잊고 앞으로 잘 지냈으면 해요라는 B의 겨우 한 마디를 가지고 1시간 가량 5명이 공동의 탐구를 계속하게 되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간단한 정리 (상호 이해와 자기 책임 과정)를 위해 침묵, 아주 간단한 응답, 되풀이 되는 감정지원과 진심의 실마리를 연결하는 연결과 공감어를 각 학생들의 말속에 넣어서 마음의 연결을 시도하기가 있었다. A는 자기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 지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라면 기꺼이 언급할 수도 있었을 말들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A가 겨우 한 말 난 아무렇지 않아요.”라는 한 마디를 가지고 수용과 공감 그리고 본래의 진심에 대한 추측과 자기표현을 돕기로 나아가면서 결국은 싸웠다고 어색해하지 말기를 바래라는 응답을 듣게 되었고 이것이 두 사람간에 과거에 대한 잊기와 앞으로 잘해보기에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이 보이게 되었다.

 

이렇게 무뚝뚝하고 말이 없으며, 그 어떤 감정 언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두 남학생들의 소통을 진행하는 것은 내용의 전달보다는 앉아있는 분위기, 침묵의 적절한 이용, 기다림과 말한 내용과 비슷한 의미어나 내면의 진심을 말해주는 언어로 바꾸기, 눈마주침과 수용이라는 분위기가 쌍방간의 연결에 크게 작용함을 결과적으로 알게 되었다.

 

1시간 반이 그렇게 흐르면서 선생님들은 수업을 위해 나가고 나서, 둘이서 앞으로 잘 지내는 것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실행가능하고 서로를 다시 잇게 해주는 제안들에 관해 30분을 더 보내면서 쌍방간에 합의에 도달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서로 운동을 좋아하니까 11회 농구나 축구 등 스포츠를 함께 합니다.

2. 우리는 노는 시간에 서로 대면합니다. 이를 위해 노는 시간에 가끔씩 BA를 찾아옵니다.

3. 부족하거나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즉시 서로 말해주고 상대방은 이를 고칩니다. (, “하지마하면 안합니다.)

4.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합니다. 그 예로 SNS에서 장난이라도 시비가 없도록 합니다.

5. 친구들에게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 예로 BSNS에서 친구들이 A와의 일을 언급하지 않도록 올리고, ASNS를 잘 안하니까 동료들에게 말로 B와 친구로지내는 것에 가볍게 협조를 구합니다.

 

진행자로서 경험

 

앞서 이야기 한 데로 이 두학생은 교사들에게는 1학년때 매우 힘든 학생들이었고 당사자들도 다른 친구들과 폭력과 갈등의 여러 연루된 사건들이 있어서 친구들간의 관계나 부모들이 이에 대해 많이 속을 썩는 일이 있었다. 특히 두 학생은 성격이 전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것은 무뚝뚝함과 감정표현없는 진술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듣기 어려운 마음 상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갈등을 풀어가는 진행자로서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되지 않고 끊어지고, 나아가지 못하고,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우 버거운 진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안될 것같다는 생각과 진행이 막혔다는 생각이 올라 올 때, 내가 다시 확인하는 것은 각 개인의 선함과 각자는 최선의 방식으로 -비록 다른 사람은 이해를 못하는 방식이지만- 자기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 순간순간의 에너지와 반응에 전렴하여 듣고 주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한 말에서 진정한 마음이 무엇일지를 계속해서 추측하며 확인하고 댄스처럼 앞으로 뒤로 전진하고 후퇴하는 반복하는 연결과 공감을 회복적 서클의 기본적인 열린 질문과정속에 녹아내 진행함으로써 겨우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다.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공감과 연결을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라는 교훈이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학생들은 끝나고 소감으로 좋았어요. 편했어요. 무거운 것이 없어졌어요라고 간단히 대답했지만 돌아가는 얼굴표정은 환하게 펴졌고 악수하고 Wee클래스에서 나가는 발걸음과 목소리는 매우 밝아졌다.

 

나 자신도 그들이 자신들의 약속에 싸인을 하고 각자 약속한 종이를 들고 위클래스 문을 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하고 마음이 놓이게 되었다. 정말 어려운 딱딱한 순간을 용케 통과했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할 수 있었다. 학년부장선생님과 결과를 이야기 하면서 선도위원회에서 이 학생들의 약속을 그대로 수용하되 일정 기간을 지내고서 사후모임을 통해 약속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종결을 짓는 방향으로 마무리 하였다.

 

201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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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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