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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 올리버의 시 세 편

 

(평화로운 삶을 위한 마음자리 인문학 독서모임: 파커 파머가 말하는 자기 생을 살피는 3의 것으로서 시를 통한 자기 생에 말을 걸기 내면성찰 자료)

 

여리디여린 아침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안녕.

오늘 넌 내 가슴에

무얼 해줄까?

그리고 내 가슴은 얼마나 많은 꿀을 견디고

무너질가?

 

이건 사소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 달팽이 한 마리가

격자 모양 잎들을

푸른 나팔 모양 꽃들을 기어오른다.

 

분명 온 세상 시계들은

요란하게 똑딱거리고 있을 거다.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달팽이는

창백한 뿔을 뻗어 이리저리 흔들며

손가락만 한 몸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

점액의 은빛 길을 남기며.

 

,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내 어찌 이걸 깰까?

내 어찌 달팽이를, 꽃들을 떠날까?

내 어찌 다시 내성적이고 야심 찬 삶을 이어갈까?

 

 

 

나무들에 대한 꿈

 

나무들, 한적한 집, 얼마간의 푸른 땅뙈기에 대한

꿈이 내 안에 있었다.

소란스런 모든 도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들

공장과 학교와 탄식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꿈이.

시간을 가지겠노라 생각했다. 오로지

시냇물과 새들을 벗하는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

거치나마 내 삶에서 우러나온 시 몇 구절을 짓겠노라 생각했다.

그러자 문득 그건 죽음에 대한 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곳에서 조금씩 떨어져 있는 건 결국 죽음이니까.

 

지금도 여전히 나무들에 대한 꿈이 내 안에 있다

하지만 그만 두자. 절제된 삶을 그리워하여

세상의 예술가 절반이 움츠러들거나 야위어간다.

누군가 해결책을 찾으면 말하게 하라.

나는 그동안 탄식이 들리는 곳에 마음을 쏟으리라.

그곳에서 시대는 우리의 진정한 참여를 간절히 바라고

모든 위기가 저마다 칼날을 세워 방향을 가리킨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도대체 누가 온화한 날을 노래하는 음악을 만들었을까?

 

 

 

기러기 떼

 

 

그대는 선할 필요가 없다.

수백 리 사막을 무릎 꿇고

회개하며 기어 갈 필요는 없다.

육신이라는 순한 동물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도록 두면 그뿐.

절망에 대해 말해 다오, 그대 절망에 대해,

나도 내 절망을 말해주련다.

그 사이에도 세계는 움직인다.

그 사이에도 태양은, 비의 맑은 수정알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인다.

평원과 깊은 나무숲 너머로

산과 강들 너머로.

그 사이에도 기러기 떼는 저 높이 맑고 푸른 공중에서

다시 집으로 향하고 있다.

그대가 누구이든, 얼마나 고독하든

세계는 그대의 상상 속에 나타나

기러기 떼처럼 거세고 격하게 그대를 소리쳐 부른다.

만물의 가족 안에

그대가 자리한 곳을 거듭거듭 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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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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