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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영성I: 기존의 ‘타락-구속’ 패러다임을 넘어




지금까지 기독교가 자신의 존재의 근거인 신비적이고 예언적인 감각을 상실함으로써 신앙실천이 맥빠지고 생기없게 만든 것은 데카르트적 사유와 계몽주의가 갖는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어거스틴이 형성한 타락-구속의 영성에 기인한다고 매튜 폭스는 주장한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몸의 영역을 경시하고, 살아있는 우주론을 상실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이 움츠러들고 마음이 오그라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세상 및 자연과의 결속을 상실하여 분리됨으로써, 우주적 고독속에서 인간중심적 거만함과 악에 대한 자연 파괴를 가져오는 무기력증을 낳게 되었다. 그 결과가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미래세대를 죽이면서도 경건하고 행복해 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이다.1) 



데카르트의 이분적 사유와 뉴턴의 기계적 세계관은 지적 분석과 언어능력에 사로잡힌 좌뇌(left-brain)에만 관여함으로써 우주적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감각력을 상실하였다. 좌뇌 편향의 사유모델은 생을 문제로 파악하여 신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예를 들면 우정, 성(性)의 향유, 예술·여행·놀이로부터 오는 감각적인 기쁨과 황홀, 흙 및 몸에서 오는 경이 등과 같은 통합적인 감각을 잃어버림으로써 생에 대한 촉촉한 감동 없이 메마르고 굳어버린 합리적 심성을 초래하게 되었다.2) 



신앙의 기존 패러다임이었던 타락-구속(Fall-Redemption)의 가부장적 모델은 지혜와 에로스를 거부하고 지식과 통제를 중요시한다. 하느님이 어떻게 내밀한 인간영혼속에 일하시는가 하는 내향성을 강조함으로써 인간중심주의의 사고틀을 형성하고 이는 토양살해, 생태살해 등의 죄를 적발하는 데 무능하였고, 원죄를 강조함으로써 우리 인생의 땅스러움(earthliness), 육체성, 아름다움, 축제에 대한 감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얻었다.3) 이는 생에 대한 냉소, 무관심 그리고 따분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이는 에너지를 정통교리의 수호에 치중하여 정통실천에 대한 열정을 가로막는다. 이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거나 남에게 죄를 투사하며, 신비를 도덕으로 바꾸고, 과학의 노력을 중상하고, 예언자를 단죄하며, 안락함에 대한 도전에 실패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4) 결국은 지구 파괴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자기결단의 창조적 능력을 북돋는 데 무력해지고 만다.   



타락-구속의 패러다임은 결국 일 만년 혹은 길어야 수십만 년의 인간역사에 하나님의 은총을 제한시킴으로서 180억년의 우주 역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죄책의 강조는 결과적으로 삶을 사랑하고 나누며 즐기는 창조자의 선물로 보는데 실패한다. 인생보다 하늘을, 정의보다 감정을, 재능의 발전보다 금욕을, 표현보다 억압을 가르친다. 기존의 신앙 패러다임은 생에 대한 통제, 부정 그리고 수동성에 머무르게 된다. 이에 대한 치유는 어떻게 생을 긍정하는 사유·태도·헌신을 유발할 수 있는 통전적인 패러다임을 얻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추상적 사고를 넘어서 생에 대한 경외를 일으키고, 집으로서의 우주 안에서 상호관계성을 북돋우는 영성의 회복과 연관된다.



매튜폭스가 구축하고자 하는 새로운 신학적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는 기존종교의 영적 잠재력을 다시 일깨워 삶과 제도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독교 전통안에 있는 신비주의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중세의 창조신비가들을 재발견한다.5) 신비주의가 거부될 때, 좌절·불의·불평에 대한 깊은 치유를 주지 못하며 축제가 사라져 마약·알코올·소비주의·군사주의의 부정적 탐닉이 조장되는 것이다. 신비주의의 부활은 자비와 관계성을 회복시키며, 사물에 대한 깊은 경외, 이 세상에 대한 긍정, 쾌활성과 유머, 그리고 마음을 각성시켜 힘을 부여하게 된다.6)



이러한 신비주의에 힘이 되어주는 것은 포스트모던 우주론의 새로운 우주 이야기의 출현이다. 포스트모던시대에 있어서 과학은 가이아와 성장하는 유기체 그리고 활동구조로서 진동하는 에너지와 장이 물질보다 근원적이라 말하며, 카오스이론과 비결정론은 자연이 가진 자유와 자발성을 지녔으며, 창조적 진화를 진행한다고 증언하고 있다.7) 이러한 발견은 상호관계적이고 역동적인 집으로서의 우주론,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여기에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연의 신비를 재발견함으로써 살아있는 우주론의 등장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다. 이는 또한 영적실천에 있어서 힘의 행사와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출처가 된다.



살아있는 우주론안에서 정의를 향한 해방운동은 이제 사회적 약자를 넘어서서 생태적 약자를 고려하며, 역사를 넘어서서 우주를 통해 조화, 균형, 정의 ,경축을 더 충만히 전개해야 하는 과정으로 바뀌어지게 된다. 특히 그중에 페미니스트 운동은 덜 상하계급적이고 더 수평적인 하느님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제공하게 된다. 지성의 억압이 아닌 감성의 표현, 참여적 관계성, 춤추는 영혼의 상상력과 놀이, 물질과 육체성의 긍정, 공격과 경쟁보다 창조성을 더 고려하는 실천모델을 출현시킨다.8) 



위에 진술하였듯이 포스트모던 시대에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신비주의에 대한 동경, 과학으로부터의 새로운 우주 이야기, 그리고 정의추구의 해방운동과 여성해방운동 등의 도전은 비억압적인 영성을 위한 신학적 사유의 틀을 제공한다. 그리고 현대에 있어서 이들의 도전에 긍정적인 대답을 얻기 위해 매튜폭스는 성서의 예언적 전통과 예수의 말과 행위를 재음미하게 된다. 그 결과 기존의 ‘타락-구속’의 신앙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기독교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동안 낯설었던 ‘창조영성’을 재 복원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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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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