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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과 수행

조회 수 405 추천 수 0 2017.05.24 14:07:32

                                                                            서클과 수행

 

박성용/비폭력평화물결대표

 

 

수행은 삶을 온전하고 적절하게 사는 숙달된 경지와 관련하여 신체적·정서적·정신적·영적인 통합의 행위와 관련된다. 마음이나 명상을 넘어 몸과 세상을 연결시키는 통전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와 수행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단순히 신에게로의 일치(기독교)나 사물을 관하는(불교) 정적인 행위를 넘어, 공적인 영역에서 사회적 고통과 사회변화의 요청에 직면하여 해방(해방신학)과 참여(참여불교)의 관점이 가미되면서 수도원적 흐름에서 구조적 폭력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라는 방식에 대한 활동성(activism)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것의 한 예가 토머스 머튼과 틱낫한의 수행자로서의 모델이다.


서클은 원래 선주민과 종파화된 종교적 평화공동체내에서 수 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삶과 만물의 거룩함 및 상호의존의 공동체적 세계관에 기초한 개인 자신과 공동체의 연결과 돌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삶의 거룩함 앞에서 마을부락과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든 도전들과 경험들에 대해 둘러 앉아서 이야기 방식으로 서로 나누고 이해하고 연결하여 공동의 지혜를 끌어올리고 서로 격려하며 치유와 화해를 하면서 공동체-속에서-존재로써 자신과 동료를 돌보는 일련의 소통과정이자 거룩한 친교(communion, 원시기독교공동체에서는 koinonia로 불림)로써의 행위이다.

 

서클은 원래 만물이 신성하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존중과 돌봄의 방식이라는 것을 삶의 문화로 가지고 있는 곳에서 진행되어 와서, 수행이라는 구분된 의식없이도 서클의 삶 자체가 온전하고 적절하게 사는 삶에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세속적이고 자본주의적 삶의 문화 속에서 서클은 고대의 지혜인 존중, 평등, 관계, 일치라는 공유 가치만 아니라, 공동의 수련, 훈련워크숍, 시민사회 단체의 운영, 교육방식, 기업운영과 전략기획(특히, 윌리암 아이작스나 피터 셍게의 조직학습이론 등)에 있어서 새롭게 서클 프로세스의 방식을 통한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서클은 단순히 마음 수련이라는 방식에 있어서 수행의 좁은 의미를 넘어 삶의 통전적인 영역에서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방식과 도구로도 사용되어 이른바 서클 프로세스의 재부흥이라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필자는 기독교평화영성(특히, 퀘이커평화운동)과 간디철학에 기초한 비폭력 실천과 훈련영역에서 10여 년간 몸담아 오면서 서클과 관련된 국제모델들을 접하고 확산하는 훈련가겸 진행자로 활동해 왔다. 그 예로써는 삶을 변혁시키는 평화훈련(AVP; Alternatives to Violence Project),’ ‘청소년평화지킴이(HIPP; Help Increase Peace Program),’ ‘회복적 서클(RC; Restorative Circles),’ ‘신뢰의 서클(Circle of Trust)’ 스터디 서클(Study Circle)’이 그것이다. AVP, HIPP, 신뢰의 서클은 자체의 진행자들 모임인 실천 커뮤니티가 구축되어 있으며, 회복적 서클 진행자는 한국에 수백 명에 이른다.

 

필자가 진행자로 경험하고 있는 서클들은 영혼의 내면작업을 피정형태의 워크숍을 통해 진행하는 모델(, 신뢰의 서클), 트라우마 치유와 관련된 모델(, 트라우마 서클 워크숍), 갈등현장에 개입하여 갈등전환과 화해를 통해 공동체를 구축하는 모델(, 회복적 서클), 커리큘럼으로서 자존감과 폭력의 대안적 실천을 위한 훈련으로써 모델(, AVP, HIPP), 도전적인 과제를 배움의 커리큘럼화하거나 지역사회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문제해결과 사회적 기획의 심층 민주주의 실천 모델(, 스터디 서클) 등으로 나눈다. 그러나 서클 프로세스의 철학, 즉 서클로 운영되고 진행되는 과정과 철학에 있어서는 비슷하고 일관성이 많아서 그 다양한 변형과 적용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외에 단체 운영에서 서클회의와 서클모임 도입(회의진행, 운영방식 결정), 관계회복과 공동체 구축에 대한 관계적 가르침으로써의 수업으로써 서클 타임(Circle Time)’ 그리고 현재까지 4년된 평화서클교회의 서클형 예배와 신앙커뮤니티의 운영, 각 지역 평화훈련센터에서 서클형 훈련모델 전파와 파트너십 구축 등이 있다.

 

내면작업에서부터 대화실천 그리고 더 넓게는 사회변화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 선상에서 서클은 다양한 적용을 하면서 참여자의 내면성찰을 통한 개인의 배움과 성장을 돕고, 문제해결과 사회적 기획(social design) 그리고 더 나아가 심층 민주주의 시민역량강화라는 사회적 비전에 이르기까지 서클의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이 글은 서클이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실천되고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써, 농촌선교훈련원에서 진행되는 워크숍강좌를 위한 글로써, 영성실천가와 종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서클의 비전을 간략히 소개하는 글이다.

 

1. 서클이란?

 

서클은 참여자들이 특정한 공통된 관심주제를 갖고 그것이 일상 나눔이든, 배움이나 도전 혹은 기획의 주제이든 간에- 함께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관심 주제를 온전히 경청하고 정직하게 말하는 과정을 통하여 함께 생각하기함께 작업하기의 과정을 통해 배움과 통찰을 이끌어내고, 과제를 실천하는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과정(process)’을 만들어낸다.

 

서클은 존중의 에너지에 의해 안전한 대화공간위에서, 능동적인 경청과 솔직한 말하기 그리고 열린 질문을 통해, 각자의 진실이 직조(weaving)되어지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형태로 만들어내어, 상호이해와 상호연결을 통해 출현된 공동지성의 힘으로 주제를 스스로 다루는 방식을 통해 참여자들과 소속 공동체에 능력을 부여한다. 그 내용은 가정, 단체/기관, (신앙)공동체, 지역사회에서 상호간의 이해, 일상 나눔, 공동체 돌보기, 배움과 훈련, 도전적 문제나 구성원간의 갈등의 해결과 전환, 기획과 사회적 실천 등의 다양한 목적에 대해 관심있는 개인들의 굳어진 마음을 열고, 서로의 마음을 모으고 관심주제에 상호의 마음을 연결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마음을 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상으로 설정한 지점에로 나가도록 한다. 그 작동은 다음과 같이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다: “서클은 거칠고 힘든 것으로 시작하여(input),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 나온다(output).”

서클은 단순히 동그랗게 모여있는 형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서클이 함의하는 철학적 기반으로써 유지된다. 이는 다음과 같다:
- 존중하기: 만물은 거룩하고 이를 존중으로 대한다. 존중은 단순히 윤리적인 실천덕목이 아니라 만물의 거룩함을 인지하는 인식론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이해를 위한 선결 요소이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화의 사회적 실천 덕목이다.
- 평등과 포함: 모두가 포함되고 각자의 목소리는 그 다양성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진실을 위해 중요하다. 여기서 리더십은 누군가 한 개인이나 소수가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다. 모두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위한 공간을 허락하며, 리더십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전체 구성원에게로 돌아간다.

- 상호의존과 전체로의 기여: 참여자들은 서로를 지원하고 서로는 타인의 자원(resources)이 된다. 나의 웰빙은 타자에 의존해 있으며, 나의 정체성도 관계안에서 이루어진다. 개인의 깊이와 서로의 사이는 침범되지 않으며, 진실의 전체성이 드러나고 그것에 의해 인도되도록 다수결이 아니라 마음의 일치를 통한 의사결정(consensus)을 통해 모두를 돌본다.

 

2. 오래됐으나 잊혀진 서클진행의 패러다임 전환

 

가르침과 배움: 가르침과 배움을 강요나 설득, 조언이나 충고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쉽사리 상대방에 대한 영혼의 폭력을 가져온다. 가르침과 배움은 진리가 소통되는 안전한 공간의 유지속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다(파커파머, 데이비드 봄, 윌리엄 아이작스). 각자에게는 내면의 신성함/스승/빛이 존재하며 안전한 공간을 통해 스스로 작동된다.

경청: 영성과 배움은 말하기에 있지 않고 경청에 있다. 경청은 판단을 유보하고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기억을 내려놓고 타자에게 공간을 허락하는 적극적인 행위이다. 말하기는 기억에 의존하며 그것은 실재의 전체성에 대한 파편화된 과거의 기억에 의존한다.

대화: 서클에서는 논쟁하여 이기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대화는 말 그대로 dia(통하여)+logos(의미) 즉 홀로의 사고(I-thinking)에서 함께 사유하기(we-thinking)를 통한 의미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진리는 오직 대화의 방식을 통해서만 이해되고 다가갈 수 있다.

과정에서 출현하는 지성: 도전적인 문제나 과제 혹은 다루어야 할 갈등에 대해 전문가나 카르스마적인 인물의 지성에 의존하지 않으며, 사전에 그 해결책에 대해 모를지라도 충분히 다가가서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복잡성과 모름으로 시작하더라도 과정을 통해 지성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원래 지성 intelligenceinter(사이)+legere(모으다)의 뜻으로 지성은 서로간의 연결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모음을 통해 저절로 발생한다. 서클은 주장보다 과정을 통해 충분함에서 풍성함으로 나아간다.

돌봄과 능력부여: 서클 참여는 두려움이나 강요가 아닌 초대이자 자발성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목적은 타자를 돌보고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giving)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가장 강력한 욕구(마셜 로젠버그)이다. 서클은 그렇게 줌으로 자신도 돌보고 능력부여를 받는다. 그리고 그것이 신성한 행위임을 분위기와 몸으로 느낀다.

전체성이 펼쳐지기: 나의 사고와 타자의 사고는 각자를 넘어 전체성에로, 더 큰 선(the goodness) 혹은 영(the spirit)에로의 개방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주체성, 상대방의 타자성 그리고 주제의 진리성이 엮이고 자신을 개방하여 더 큰 전체의 잠재적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그러한 각자의 자기 개방을 통해 그리고 전체성의 통로가 됨을 통해 우리는 온전한 자아와 온전한 사회에 대한 감각을 회복한다.

 

3. 서클의 적용 영역의 사례

(*표는 현재 한국에서 적용경험이 있거나 진행중임)

 

침묵, 경청 그리고 열린 질문을 통해 개인의 내면 탐구를 서로 돌보면서 자신의 참자아에 대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신앙공동체, 평화공동체 등의 특별한 목적의 공동체의 프로그램운영, 구성원의 의사결정 그리고 운영모임에 관한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을 도울 수 있다(*).

내면의 갈등, 트라우마, 관계적 갈등, 공동체의 집단갈등에 대한 경청을 통한 지원이나 직접적인 조정중재 개입을 할 수 있다(*).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전문가나 교사없이 스스로 소그룹(3~20)으로 서로의 배움 돕는 공동학습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

단체(*)나 기업의 도전적인 과제에 대한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팀구축을 통한 사업실천을 할 수 있다.

범죄, 폭력과 관련된 가해자나 피해자 혹은 그 가족을 돌보는 모임을 진행하거나, 책임이행을 위한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다(*).

기관(*), 단체(*), 동아리(*), 기업의 운영과 평가 등에 있어서 존중하는 관계속에서 효율적인 시스템 관리와 민주적인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다.

지역개발의 이슈나 혐오 시설 설치(교도소, 쉼터,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시설) 등의 설치에 있어서 의사결정에 시민들의 자율적인 경청모임(지역주민대화모임 등)의 과정을 만들어 민주적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정규 학교수업을 이탈한 청소년의 비행, 이탈행동에 있어서 당사자가 참여하는 맞춤형 모임을 통해 계속적으로 돌볼 수 있다(*).

학교에 있어서 지친 교사의 돌봄과 회복, 청소년 리더십구축, 민주적 의사결정 등을 포함한 평화롭고 안전한 학습커뮤니티의 통합적인 시스템구축을 할 수 있다(*).

4.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서클 모델의 이해

1) 신뢰의 서클 퀘이커 영성교육사상가인 파커파머에 의한 모델로 교사와 시민사회에 피정형태의 모델로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커뮤니티를 말한다. 내면의 교사(혹은 내면의 빛)에 대한 신뢰를 통해 23일의 사계절 비유를 통한 4회 피정모임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면의 리더십을 통한 학교문화바꾸기(Leading Together)가 진행 중이며 해외의 경우는 추가로 민주주의 형성을 위한 마음의 습관 워크숍(Democracy Circle), 목회자와 종교지도자를 위한 모델(Geography of Grace, the Soul of Aging) 등이 존재한다. 신뢰의 서클 두 원칙은 영혼 또는 참 자아가 실재하며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과 영혼은 특별한 관계에서만 안전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영혼의 내면작업을 위해 홀로 그리고 더불어하는 피정(Retreat)스타일 형태의 모임이다. 특히 신뢰의 서클의 꽃은 명료화모임으로 힘든 심리적 문제가 있는 사람은 중심인물로 명료화위원들 3~5명을 초대하여 경청과 열린 정직한 질문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명료화하는 과정을 돕는다(퀘이커 모델).

2) 회복적 서클 갈등과 혼란, 상처와 파괴의 현장에서 갈등 당사자들이나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모여 존중과 경청, 열린 구조화된 질문을 가지고 사전서클, 본서클, 사후서클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서 일어난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서로를 돌보는 진행방식이다. 통상 심각한 학교폭력의 경우에도 학교가 손을 놓은 학교폭력사안 10건중 7건은 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하고 강력한 모델이다. 진행자는 해결사가 아니라 대화진행자로서 서클 안에서 서로를 연결시키고 경청하도록 돕는 역할만 수행한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필요없는 적정기술(혹은 중간기술)이다. 당사자가 두 명이든 수십 명이든 간에 일련의 과정을 통해 표면적인 갈등의 해결보다 관계개선을 통한 갈등전환과 공동체 구축을 돕는다.

3)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돌봄과 회복 서클 상담자의 전문기술에 의한 1:1 상담과 달리 이는 서클로 진행되며 참여자들의 간단한 트라우마 이해와 그 진행방식을 이해하여 서로의 문제를 스스로 돕는 방식이다. 서클 진행원리에 구성주의, 재평가상담, 안구운동탈민감화와 재처리(EMDR), 가슴지성 등의 대인관계와 심리학 모델을 응용하여 자가 치유를 돕는다. 통상 4일정도로 진행되며, 워크숍이 끝나면 경청동반자모임을 통해 참여자들이 스스로 서로의 경험을 경청과 질문 그리고 부정적 인지에 대한 간단한 전환기술을 통해 서로를 돌보아준다.

4) 분별 모임- 이는 영적인 안내에 대한 분별(discernment)을 위한 영적 지원 모임이다. 그 내용으로는 자신이나 공동체가 성령/진리에 의해 어떻게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인지, 혼란의 한 가운데 있을 때 어떻게 영적 가이드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수결 원칙이 아니라 성령의 안내에 따른 마음의 일치를 통해 의사결정(consensus)를 할 수 있을지, 내가 경험한 것이 진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간단한 각각의 프로세스가 있다. 이 분별모임은 서클철학과 그 의미에 대한 어느 정도 경험한 자들이 영적인 안내에 대해 공동의 지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때 진행된다.

5) AVP/HIPP- 성령의 작동방식을 폭력의 상황에서 작동되도록 돕는 능력부여의 커리큘럼이다. 성령의 열매이전에 성령이 폭력상황에서 작동되는 방식에 대한 경험적 학습방법을 평화감수성 실습과 변혁시키는 힘(AVP의 성령의 번역어;HIPP에서는 ”HIPP의 지혜로 말한다. 종교적 언어를 안 쓰고 일반인을 위해 대체언어로 사용함)”을 결합하여 비폭력의 실천을 일상화시킨다. 변혁시키는 힘/HIPP 지혜에는 12가지 원리들이 있고 이 원리에 자신의 삶에서 살과 피가 되어 실재(reality)가 되도록 입문, 심화, 진행자과정을 통해 체현시킨다. 그 원리에는 일부 예를 들면 상대방의 선에 다가가기, 진리에 자신의 입장을 세우기, 존중·정직·배려의 공동체를 돌보기 등의 원리들이 의식에 살아있도록 훈련을 한다.

6) 스터디 서클- 미국민권운동의 효시가 된 로자 팍스가 훈련받은 Highlander Folk Center의 대화모임 모델이자 지금은 스터디서클 민주주의국가로 숭상받는 스웨덴의 성인학습모임(1년에 35,000개의 스터디 서클이 진행됨) 모델이다. 원래는 미국의 한 감리교목사의 쇼터쿼운동이 효시가 되었다(그 운동은 단종되었다). 소그룹이 자신이 관심하는 사회이슈에 대한 해결을 위해 서클형태로 모여 일련의 정규 모임을 진행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서로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팀구축 모델이자 사회변혁의 실천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대화모델이다.

5. 서클모델의 교회에로의 실험적 적용 이야기

평화서클교회란 이름으로 기독교평화전통과 간디철학을 중심으로 비폭력 실천가와 교육자(회복적생활 교육자)들을 중심으로 한 10여명의 소수의 인원들이 4년전 교회를 개척하였다. 치유와 화해, 갈등해결, 비폭력 실천에 뜻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가치들에 대한 신앙과 신념의 강화, 그리고 실천의 숙달을 위해 예배를 통해 공동의 목표와 서로의 지원을 비전으로 갖고 모였다. 현재 이에 대한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다:

- 예배: 서클의 안전한 공간을 넘어 거룩한 현존의 공간으로써의 예배모임을 일상에 있어서 성령의 역사와 증거, 영가, 텍스트에 대한 거룩한 독서나 영적탐구 질문에 의한 개인 성찰과 전체 성찰(해석이나 생각나눔이 아닌 증언하기 방식의 자기 내면의 진실을 말하기와 적극적인 경청하기) 등으로 구성된다. 예배는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반이 걸리며 이는 두 번에 걸친 자기 진실 말하기 일상의 증언, 텍스트의 증언-가 보통 각각 40분이상이 걸린다. 목회자는 설교가 아닌 텍스트뽑기, 텍스트에 대한 안내말, 그리고 영적형성을 위한 질문들을 만들어 사용한다. 예배 전에 따로 30분 현존명상이 개인선택으로 있다.

봉사: 교인 대부분이 비폭력대화자, 회복적 생활교육자, 풀뿌리 주민조직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개인의 지역현장이나 학교에서의 활동 프로그램이 있고 그러한 경험을 나눈다. 자체내 단체는 마음·봄과 파트너 단체는 비폭력평화물결이다. 지역모임이나 HIPP워크숍진행, 비폭력대화를 통한 상담, 회복적 서클에 의한 개인이나 단체 구성원간 갈등해결지원 등이 있다.

친교: 교인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서클의 가치인 안전한 공간, 환대, 돌봄, 기여, 적극적인 경청의 가치가 흐르는 분위기 조성이다. 이를 위한 서클운영모임을 진행하고, 교인이 문제에 직면하였을 때 명료화모임을 통해 경청과 열린 질문으로 자기 탐구를 돕는다.

훈련: 최근에는 주로 서클에 의한 대화, 이해, 배움, 기획, 문제해결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워크숍형태의 모임들이 진행중이다. 월요일 저녁은 정규적으로 자기 영혼을 돌보는 인문학적 소양의 워크숍이 진행중이다. 주로 파커파머의 사상, 치유화해, 대화 등에 관련되어 있다. 2017년에 들어와 새로 시작한 연구모임은 재난, 뜻밖의 사고, 질병, 죽음 등으로 인한 생존자나 친척·동료들(, 자살유가족, 갑작스런 사고 생존자, 청소년자살충동자 등)을 돌보는 회복과 돌봄의 자조모임(SHSG; self-help service group)’의 구축과 그 훈련과 확산을 위한 서클모임이 진행중에 있다. 이 자조모임은 가을에는 매뉴얼형성과 진행실습 및 전략기획을 통해 내년부터 관심영역별로 팀을 구축하여 핵심역량을 세워 각각 현장에서 활동하는 방향으로 기획중이다.

운영: 서클로 모이는 운영모임은 2017년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한 후부터 분별모임의 한 형태로 더 발전된 형태로 진행된다. 사업과 운영모임도 예배의 한 형태로 되기 위해, 성령의 안내에 자신을 개방한 침묵모임과 간단한 프로세스를 통해 아젠다를 명료화하고 이에 대한 개인이 자신의 내면에서 최선의 응답을 말로 표현하고, 토론없이 침묵으로 듣고 나서, 중요한 것에 대한 통찰, 제안을 다시 말함으로써 의사결정을 하고, 결과에 대한 배움과 축하를 표현함으로써 운영모임은 끝난다. 여기서 목회자는 단순히 진행자이며 서클에 1/n으로 참여하여 자기 의견을 내놓는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포함과 평등이 보장되며, 논쟁이 아니라 중요한 것에 대한 분별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대한 허락이 가능하도록 진행한다.


6. 서클의 영적 의미

전통적인 수련은 사물을 관()하는(seeing-what-it-is)’ 홀로 하는 방석수행(sitting meditation)의 마음닦음에 집중한다. 만물의 상호의존성의 입장에서 그 사물의 실체적 본성이 없다는 자각(불교)이든지 아니면 실체적 본성을 넘는 초월성에로의 일치(기독교)가 해방의 궁극적인 경지가 된다. 한 개인이 자신의 영혼의 고립성은 탈피하지만 홀로의 확대로서 무경계성을 통하여 전체성을 얻는다.

서클은 같은 상호의존성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관하는(seeing-what-it-happens)’데 있어, 홀로 및 더불어의 긴장과 역동성속에서 자기 마음을 닦는다. 서클(전체성)의 가장자리(the edge)에서 자기 중심, 타자의 중심 그리고 서클의 중심을 연결하고 엮는 방식으로 통해 전체성으로 나아가는 통합적 과정(integral processing) 그 자체가 존재의 본성임을 깨닫는다. , 전통적인 수련은 존재(being)의 암묵적 입장에 초점이 있지만 서클은 과정이라는 되어짐속의 공동창조자(co-creator in becoming)라는 참여하는 의식 속에 있는다.

연결과 과정의 무제약적이고 살아있는 의식이 자신의 정체성이다. 여기서는 하나의 확대로써 무한이라는 한빛의 경험이 아니라, 다원성 안에서의 일치라는 무지개빛의 개별성과 전체성의 역동적인 조화가 일어난다. 전통적인 수행이 참자아를 공(순야타)이든 그리스도(신적실재)로 해석하든 참자아(the Self-대문자 S)에 대한 해석이라면, 서클은 역설의 긴장에서 개별성과 전체성이 함께 펼쳐진다. 그런 점에서 전자가 자이언트 영혼의 소수 구도자에게 허락된 수행의 길이라면, 서클은 일반적인 개인이 도달해 볼 수 있는 적정기술(appropriate skill’로써의 마음닦음의 길이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자이언트 영혼이 되지 못함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현대 물리학의 이중 슬릿(slit) 실험에서 보여주듯이, 양자가 두 구멍을 통과하면 스크린에 두 개의 과녁무리가 아닌 여러 개로 병렬되어 양자의 결과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고정된 본성이 아닌 각 존재는 입자가 아닌 파동이며 상호 얽힘을 통해 수많은 정체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클에서는 본성이라는 자기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하나의 슬릿처럼 자신을 펼치면서 다중적 가능성을 현실화(Realization)하면서 차이와 다양성에 의해 모두가 전체성이 자신에게 펼쳐지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너지 방식으로 양자도약처럼 자신이 변화된다. 모두가 본성이 아닌 되어져감에 있고 그 되어져감은 타자()를 통해 보다 풍성함에로 도약을 한다. 그럼으로써 타자와 자신을 새로 경험한다. 우리는 서클에서 영적 수행은 본성의 깊이에 대한 자각보다는 창조의 과정이 실재(reality)라는 인식론적 통찰이 중요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서클에서 영적 수행은 에고(the ego)에서 참자아(the Self, 대문자 S)로의 무한 확대나 아니면 무한축소의 방식으로가 아니라, 수많은 슬릿의 파동에 얽혀짐(weaving)을 통해 통전적이며 역설적인 긴장의 승화속에서 일어난다. 전통적인 수행은 긴장과 다원성에 대한 민감함을 키우지 못하지만, 서클에서 수행은 긴장과 다원성은 새로운 의미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이다. 이는 전통적인 수행이 인생이 지닌 고통, 죽음, 죄라는 실존적 공허’(빅터 프랭클의 말)를 문제나 모순으로 보고 해답을 추구하는 방식의 선형적(linear) 수행방식을 추구했다면, 서클은 이를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역설로 보고 창조적 긴장속에서 새로운 것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다.

영적 수행으로써 서클이 주는 의미는 더 있다. 그것은 수행의 목적이 문제(the ego)를 넘어선 해답(the Self)을 증득함보다는 오히려 풍성함에로의 메카니즘에 대한 인식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대개 전통적인 수행은 문제가 많은 상황이나 문제를 지닌 사람에 대해 해답으로써 해방된/구원된 상태(느르바나, 바실레이아)에 초점을 둔다면, 서클은 비참함에서 풍요로움의 연금술적인 인식 메카니즘을 수행의 근본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안전한 공간안에서 환대, 연결, 탐구, 나아가기 등의 일련의 치유바퀴(the medicine wheel)을 돌리는 과정으로써의 수행인 것이다.

존재의 궁극 상태에 대한 초점에서 과정(processing)에 대한 인식론적 수행을 갖는다는 것은 만나지는 사건, 사물, 상황, 도전, 위기, 사람의 본성에 상관없이 그대로 환대하고 연결하고 의미의 상황적 출현’(빅터 프랭클의 말)을 실행시킴(en-acting)을 탐구하여 전체의 상황적 의미(혹은, 공동지성)에 따라 나아감을 선택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존재의 본성을 깨닫는 데 드리는 수십 년의 수행 시간보다(아쉽게도 대부분의 영적 구도자들은 그 경지에 도달하는 데 실패한다), 인식의 메카니즘을 수행의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은 훨씬 시간이 적게 걸릴 뿐만 아니라, 그 수행과정 자체가 열매가 있다. , 만나지는 사건, 사물, 상황, 도전, 위기, 관계에 관계없이 비참함에서 풍성함에로의 전환을 가져오는 실천(praxis)을 매순간 매공간에서 이루어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인식과 수행에 있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하는 일이다.

서클은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한다. 침묵만이 아니라 듣기, 말하기, 협력하기, 마음의 일치를 통해 의사결정하기, 공간안에서 타자를 주목하기, 공간안에서 안보이는 에너지의 흐름을 간파하기, 전체성에 대해 자신을 열어놓기 등은 수행에 일조하며, 그 자체가 마음닦기의 수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닫힌 마음이 열리고, 그 마음들이 연결되고, 마음을 내고, 그래서 서로를 풍성하게 하는 배움과 성장을 주거나, 혹은 공동의 과제를 향해 앞으로 나가도록 마음이 모아지는 수행은 최소한 위대한 영혼을 갖지 못한 대다수에게는 적정기술로써 수행 스타일이 된다. , 사건, 상황, 관계가 서클이라는 과정의 메카니즘을 통해 보다 적절히 응답되어지고 더욱 풍성한 결과로 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욱 생생해질 것인가? 이런 점에서 서클에서의 수행은 단순히 사물을 관()하는 것을 넘어 창조의 능력을 일으킨다.          


나오며

지난 수년간 서클진행과 현장적용의 경험을 통해 서클과 수행의 주제와 관련하여 필자가 확인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은 영적 수행이 될 수 있고 서클은 영적인 인격형성(spiritual formation)만 아니라 시대적 과제에 대한 능동적 행동을 위한 지혜와 에너지 그리고 핵심역량을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단순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통용되고 있는 비폭력대화(NVC)라는 용어를 넘어 서클대화라는 말을 선호하고 이를 알리는 까닭은 비폭력대화가 갖는 중심성을 해체하고, 상대방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이유만 아니라, 나의 정체성/자기-가치의식, 타자의 타자성/차이, 그리고 이슈의 진리성(“위대한 사물의 은총”-파커 파머의 용어로 주제가 갖는 내면성을 말한다)이라는 대화의 3 주체가 서로를 풍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서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상방법이라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홀로의 수련방법, 저널쓰기라는 주제의 진리성과 나의 정체성의 수련방식을 넘어 서클은 입체적이고 통전적인 방식으로 타자에게까지 포함하여 서로를 돌보게 한다. 그래서 개인의 정체성이 서클에서 더욱 내면의 교사에게 다가가도록 돕고, 서로가 대화 참여자인 타자들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깊게 들어가게 하면서 경청을 통해 선물로 받게 한다. 또한 다루어지는 학습주제나 갈등사건은 인격적인 내면성을 가지고 자신의 깊이를 펼쳐낸다. 그래서 관계안의 존재로써 우리는 온전한 자아로서 통합적인 능동성(integral activism)의 에너지를 뿜어내게 만든다.

서클이 수행으로 최적화될 때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필자가 보기엔 이것이다. 개인적 수련(수련공동체에서 공동으로 수련을 해도 현재의 수행 모델은 개별적 수행의 집합적인 모습이 대다수이다. 그것은 개별화된 수행의 집단적 모습으로 존재한다.)에서 그 개인이 지닌 잠재적 가능성의 현실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서클의 수행은 장차 서클수행이라는 좀더 정교한 수행방식이 의식적으로 형성된다면- 그 개인이 지닌 잠재적 가능성의 현실화를 넘어 타자와 엮여지고 그 타자와 주제가 주는 잠재적 가능성의 현실화도 포함한다. 더 나아가 그 개인, 타자 그리고 주제의 3자를 포함하는 열린 공간 그 자체(현대물리학은 파동, 비국소성[non-locality]및 영점장[zero-point field]의 영적수행에 대한 메타포를 제시한다)의 무한한 가능성의 현실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서클은 영혼중심의 내적인 영역(the within)만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외면적인 영역(the without)과의 접촉점을 잃지 않으면서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통합하고 이를 실현해 나간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격리된 장소에로 붙박이 명상이나 수련이 아니라 움직이고 살아있는 실재-인간, 도전, 상황, 관계-와의 연결을 환대하기, 연결하기, 탐구하기, 나아가기라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게 하여 밝으면서 질적인 새 존재됨의 창조로 인도한다.

이 점에서 빅터 프랭클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의미가 존재보다 더 크다.” 서클을 수행으로 삼는 것은 바로 각 개별성의 본성의 탐구를 넘어 나와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의미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본성에서 과정이라는 인식의 메카니즘을 수련의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어쩌면 복잡한 세상에서 그리고 더욱 많은 문제들이 파생되어오는 현대인의 삶의 정황속에서 수행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는 징조로 볼 수 있다.



 
(2017.5.24. 이 글은 원래 농촌선교훈련원의 정규워크숍에 참여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워크숍의 한 주제로써 서클과 수행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 대한 초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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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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