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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평화교실

글 수 24

> 삶은 이야기와 질문으로 유지된다 <

 

삶의 역설은

우리를 따스하게 하는 불이다.

그 불은 우리가 그것에 넣는

이야기들과 질문들에 의해 유지된다.

 

마크 네포 <Endless Practice> -

 

 

60의 세월을 살아왔어도 삶이라는 조류(currents)는 지금도 내가 감당하기엔 그리 만만치가 않다. 흥분과 좌절, 긴 단조로움과 약간의 경이, 분노와 감사, 해야할 도전들과 약간의 휴식,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메마르지 않는 용기, 무력감과 실날같은 희망, 비참함과 미소... 그런 수없는 조류들이 한 가닥이 아니라 여러 가닥이 꼬이면서 다가올 때는 방향을 모르는 심연속으로 추락해 들어가는 기분이 수시로 올라온다.

 

그 많은 도전들이 연이은 파도처럼 밀려올 때마다 내가 최선으로 생각했던 것들은 집중과 의지로 자신을 통제하며 책임있게 나아가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었다. 맞이해서 해결해 나가면 하나씩 풀리겠지라는 신념을 다시 불사르며 일어서고 추락하고를 반복해 왔다.

 

그런데 삶이 그러한 도전들, 모호함, 그리고 복잡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그에 대한 명확한 인지, 탐구, 해결로 자신의 인생 보트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니까 너무 힘드는 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명확하지 않으면 두려움으로 인한 주저함이 생기고, 알지 못하는 나의 지성의 능력에 대해 한탄을 하게 된다. 그만한 수준의 인물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흔히 말하는 자괴감이 그것이다. 탐구에서는 확인해야 할 것은 많은 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한 가지 더 당혹스러운 사실로 내가 깨닫게 된 것은 해결위주로 삶이 조율되는 패턴이 생기니까 내 인생이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봐야 할 것과 보이지 않게 되는 것들이 분리가 되면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다. 그 첫 번째 희생은 유쾌함, 놀이와 웃음이었다. 해결을 위한 진지함-모드로 자동응답 시스템이 되면서 언제부터인지 그게 중요하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아니, 더 자각이 된 것은 중요한 것에 대한 시야가 좁혀지면서 중요하다고 하는 것에 대한 감각이 점점 둔화되면서 도전과 과제에 자동반응하는 삶이 되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긴장이 늘 상시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유쾌함, 놀이와 웃음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의지를 내서 주목해야 그런 능력이 발휘될 기회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자연스러운 성향으로 스며나오는 것은 아니었었다.

 

삶이 해결이 아니라 역설로 처음부터 이해되었었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물론 피상적으로 삶이 해결이 아니라 역설이다라고 알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피부 깊숙이 역설로 받아지지는 못했었다. 왜냐하면 역설이 모순처럼 다가오게 되면 나의 사고의 명확함을 흩뜨리고 혼란을 초래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삶이 역설이라는 말이 깊이 다가오는 적도 없다. 몸의 세포는 죽음과 탄생을 통해 몇 주만에 새롭게 갈음이 되어 내 생명이 유지된다. 생명 그 자체는 그러한 죽음과 탄생의 동시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설의 한 표증이다. 들숨과 날숨, 깨어남과 잠, 낮과 밤, 얻음과 상실, 행운과 불운, 그 모두가 상대방을 짝으로 하나가 보여지면 다른 짝은 감추어진 채로 동시에 존재하고 전체성을 이룬다.

 

내가 해야 했던 것은 해결이 아니라 그러한 역설에 대한 이해하기,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가기, 접촉하고 내 가슴으로 들어오도록 허락하기, 함께 있어보기 등이었었다. 해결을 하려는 데 집중된 삶을 살려고 하니까, 해결 안된 것, 실패 한 것, 시도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동경과 아픔 그리고 후회와 가슴 아리도록 그리움이 가슴 한 구석에 뭉쳐서 가끔씩 뭔지 모르는 한기를 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삶의 역설은 우리를 따뜻하게 하는 불이다라는 말은 우선적으로 역설이 곤란함이나 한기가 아니라 따뜻하게 하는 불이라는 점에서 깊이 다가온다. 내 영혼이 점화되는 것이 그러한 역설로 인한 것이었다는 사실. 역설로 인해 내가 관대해지고 놓아 버릴 줄 알았고, 굿바이를 제대로 못하고 보낸 이별과 상실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 배제되거나 잘못에 대해서도 분노와 상처의 응답이 아니라 일어난 것에 주목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렇게 인생은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것들이 어우러져 흘러간다는 것에 대해 긴장이 풀리며 편해지게 된 것이다.

 

역설이 우리를 치유한다. 자연의 여러 존재들이 역설적으로 대극적으로 존재하지만 서로를 풍성하게 하며 창조적 긴장속에서 삶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해결은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주었지만, 역설은 이해를 못해도 신뢰를 배우도록 초대한다. 해결은 밀려오는 파도에 대한 견고한 방파제를 세우려 하지만 역설은 그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즐기는 윈드서핑보드를 작고 파도속으로 들어가도록 유혹한다. 해결은 나의 아이디어 그리고 원칙과 삶의 공리가 중요해진다. 그러나 역설은 나를 열어 전체성을 받아들이라고 초대한다. 해결은 추구하기로 나를 재촉하지만 역설은 받아들이기, 놓아버리기 그리고 기다리기를 통해 그 뭔가에 의해 안내받는 것에 대한 감각을 회복시킨다.

 

역설을 받아들이는 심장은 어떻게 뛸 수 있는가? 마크 네포는 그 불은 우리가 그것에 넣는 이야기들과 질문들에 의해 유지된다.고 말한다. 해결을 위한 삶은 우리를 대응하는 삶의 유형을 견고하게 만들어 자기-이야기를 잃어버리고, 확신의 신념이나 신앙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패턴으로 자기 삶이 딱딱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해결로의 지향성이 나보다 남 혹은 이슈를 중요하게 의식의 중심에 놓게 된다. 그럼으로써 자기 이야기를 잃게 된다. 해결을 위한 답이 중요해지므로 흔들림없는 확신이 신념과 신앙에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자신을 흔드는 것은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기 영혼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 그리고 무엇이 자신에게 중요한지를 묻는 것은 기대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반응하고, 말하고, 해답을 추구하는 데 익숙한 인생으로써 경청하고 동기와 기대한 결과에 대한 목적을 근원적으로 묻는 것은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흔들림을 당하면 안전하지 않고 그것은 자신이 추구했던 근본 성향과 터전이 상실되는 것처럼 다가오기에 혼란은 값비싼 비용을 치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는 해결로써 삶의 추구에 대한 깊은 애련이 느껴진다. 그간의 내 모든 삶의 추동력이 거기에 달린 것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도전과 과제들, 결혼과 양육의 도전과 과제들, 사회불의에 대한 도전과 과제들, 역할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 그리고 흔들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효용적일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과 그렇기 때문에 필요했던 확신의 필요에 대한 논리도 그렇게 해서 내 삶의 우주가 정렬되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만일 해결이 아닌 역설로 삶을 본다면,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음이 아니라 흘러가기라는 것이라면 어떻게 삶이 펼쳐질까? 나는 이제 이것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삶의 조류에 직면하여 방해물, 역류, 소용돌이를 해결하는 데가 아니라, 그 조류를 타고 흘러가는 것에 관심을 둔다면 무엇이 출현되는 것일까? 그렇게 다가오는 것을 맞이하고, 낯선 것을 수용하면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소망을 품고, 어떤 절망을 살아왔고,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이 중요해지고, 어떤 경험을 더 하고 싶고, 어디로 향해 가는지를 이야기한다.

 

자기 가슴에서 나온 이야기를 우리는 경청하면서 무엇을 들었는지 돌려준다. 그리고 간간히 이야기를 잇고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내 호기심과 궁금증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화자인 상대방이 자기 가슴을 더욱 잘 느끼고 자기 이야기를 더욱 생생히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열린 질문들을 한다.

 

- 그 경험, 그 만남에서 소중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던 것인가요?

- 거기서 가고 싶어했던 곳은 어디였나요?

- 당신과 그 사람이 원하고 필요로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만일 ~이라면, 다르게 해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당신이 이 방향이다라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나침판은 무엇이 되었으면 하나요? 왜 그것이 당신에겐 중요한가요?

- 그러한 실패와 상실의 상황에서도 당신에게 의미있게 다가온 배움은 무엇이 있었나요?

- 허락이 된다면, 어떤 멋진 시간이나 공간을 갖고 싶은가요?

- 당신에게는 가장 낯설고 도전적인 인물과 댄스를 모험하여 출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

그 인물은 어떤 인물(사람, 관계, 상황, 이슈든)이고 무슨 경험을 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을 할 때는 대답이나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홀로 이야기와 우리가 하는 더불어 이야기가 연결되고 엮여지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살아나게 하고... 그래서 우리가 진실로 이 시간과 공간에서 유일하게 한 번 주어진 삶의 기회에 있어서 (life)살아있음(living)을 제대로 느끼면서 현존해 있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은 그대에게 던지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가 나의 잠자고 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내줄 수 있을 것이란 간절한 기대를 내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이야기를 잃었기 때문에 나는 그대의 이야기가 내게 그리워진다. 내가 그대의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도록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은 그대의 영혼의 이야기를 통해 혹시나마 내가 잃어버린 가슴이 다시 맥동을 치면서 날 살릴 수도 있지않을까 간절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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