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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평화교실

글 수 19

부분을 통해 전체를 가르치기

 

   

가르침은 진리의 커뮤니티가 실천되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나는 정의했다. 각종 자료나 교사의 생각으로 그 공간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학생들끼리 주제에 대해서 더 개방적으로 논의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하지만 나의 학문 분야는 사실적인 정보로 가득 차 있어. 학생들이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해 나가려면 먼저 사실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해.”


이 목소리는 나에게 훈련받은 대로 행동할 것을 강요한다. 설혹 그것이 학생들을 밀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학습의 공간을 내 지식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이다. 이런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엉뚱한 이유로 주제중심의 교실 모델이 매력적인 것이 된다. 즉 이런 모델을 이유로 교사는 학과목의 정보로 학습 공간을 가득 채워버리는 것이다.


내가 이런 유혹에 빠지는 것은 나의 훈련 배경이나 중심에 있고 싶은 자만심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직업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공간을 채우려 하는 것이다. 이런 의식 때문에 학과목을 성실히 가르쳐야 할 책임을 느끼고 또 학생들이 상급 학교 진학이나 취업에 대비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직업의식에 사로잡히는 많은 교수들이 말하듯이, ‘진도를 나가줘야 할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책임의식은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나온 결론-진도를 나가기 위해서는 진리의 커뮤니티라는 공간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공간과 정보가 상호배타적이라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진리의 커뮤니티에서 가르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 명백한 갈등을 하나의 역설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습 대상이 되는 정보와 학습 과정에 필요한 공간을 동시에 존중하는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간과 정보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 여기에 대한 접근 방법은 다음과 같은 나의 질문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와 학생들이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나누는 그 짧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가?”


그 공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관련 정보를 다 말해 주려 하기보다는-어차피 학생들은 그 정보를 다 기억하지 못하고 또 활용하지도 못한다- 나는 학생들이 그 분야의 실천적인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오기를 권유한다. 그러니까 그 학문 분야와 관련된 진리의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그 학문 분야와 관련된 소량의 중요한 샘플 데이터를 제시한다. 그 분야의 실천가들이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방법, 데이터를 체크하고 교정하는 방법, 그 데이터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법, 데이터를 사용하고 적용하는 방법, 남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법 등이 그 샘플의 주된 내용이다.


이렇게 하여 적은 것으로 많은 내용을 가르칠 수 있으며, 동시에 공간을 창조하고 해당 분야의 정보를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소량의 중요한 샘플 데이터가 어떤 학문 분야, 혹은 우리가 이해하려는 위대한 사물의 전모를 대신할 수 있는가? 모든 학문은 그 핵심에 하나의 게슈탈트gestalt, 내적 논리, 위대한 사물과 관계를 맺는 패턴 등을 갖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렇게 볼 때, 모든 학문은 홀로그램-일부 물리학자들이 리얼리티이 내재적인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홀로그램은 2차원 표면 위에 3차원 대상을 그려 놓아 우리가 어떤 대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시각적 데이터이다. 그러나 홀로그램은 이보다 더 특기할 만한 특징을 갖고 있다. 즉 홀로그램의 모든 부분이 전체 홀로그램이 가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홀로그램의 논리는 250년 전 윌리엄 블레이크가 제시한 순수의 전조라는 간단한 이미지에서 예견되었던 것이다. 블레이크는 모래 한 알에서 온 세상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모든 학문은 이런 모래알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그걸 통해 그 학문의 전체를 볼 수 있다.


모든 학문분야는 아주 심오한 내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 학문의 중요한 부분은 전체를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포함한다. 만약 그 부분을 강력 레이저 광선으로 비춘다면 말이다. 이때 가르침의 행위는 말하자면 레이저 광선이 되는 것이다.


이 이론은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어렵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교육학 분야에서 매일 이 방법이 실천되고 있다. 가령 과학 실험실을 한번 생각해 보라.


여기 서른 명의 식물학 전공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현미경을 통해 같은 식물의 줄기 부분을 관찰한다. 교사의 인도 아래, 혼자 혹은 집단으로 그들은 이 모래알을 점검한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실증적인 사실 이외에 학문의 논리, 관찰과 해석의 규칙을 배우게 된다. 그들이 이처럼 하나의 소우주를 관찰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드디어는 학문 전체를 관통하는 지식을 쌓아 올리게 된다. 구체적인 사항을 깊숙이 천착함으로써 그들은 전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연구하는 위대한 사물이 무엇이든 간에, 현미경 아래에 놓인 줄기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 반드시 있다. 모든 위대한 소설에는 저자가 등장인물을 전개시키고 긴장을 조성하고 극적인 움직임을 창조하는 핵심적인 문장이 있다. 이 문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학생들은 소설의 나머지 부분을 의미심장하게 읽을 수 있다. 모든 역사의 시대에는 역사가의 연구 방법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일반적인 역학을 비추는 획기적인 사건이 있다. 모든 철학자의 작품에는 그 철학자의 철학적인 사고체계와 독특한 사상체계를 드러내 주는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르친다고 해서 학과의 진도 나가기를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규칙을 더욱 깊이 존중하는 것이 된다. 소우주로부터의 가르침을 강조함으로써 우리는 학과와 학생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그것은 지적인 먹이 사슬에 데이터인 먹이를 단순히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데이터의 출처와 의미를 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남이 도달한 결론을 앵무새처럼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역사가, 생물학자, 문학평론가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침으로써 해당 학문과 학생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파커 파머, <가르칠 수 있는 용기>중에서



(좋은교사운동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마음자리인문학 독서모임 제 8회차 자료

  /2015.11.17.오후7시,삼선재단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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