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움직이는평화교실

글 수 24

“생명과 인간의 의미” 주제에 따른
서클 진행형 인문학 독서모임 소개


박성용
(비폭력평화물결 대표/종교학박사)

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인문학 독서모임 방식

1. 나와 세상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청

현대물리학의 관점에 따르면 실재(리얼리티)는 상호 유기적이며 공동체적이다. 모든 실재는 관계로 구성되며 이미 관찰자와 관찰 대상 그리고 관찰 행위 그 자체는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서로에 참여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세계-나-존재’로서 나는 이미 나의 정체성, 행위, 그리고 방향정위도 나의 나됨에 대한 선(先)-이해, 타자와의 관계성, 그리고 주변 환경, 시대의 에토스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맞물려 형성된다.


   실재가 이미 유기적이고 공동체적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이해의 과정도 그러한 방식을 요청한다. 진실로 존재한다는 것-what-it-is-과 발생하고 있는 것-what happens-에 대한 인식의 지평도 파커 파머(Parker Palmer)와 같은 교육사상가나 켄 윌버(Ken Wilber)와 같은 통합심리학자의 말처럼 파편적인 지식이 아닌 온전성(wholeness)을 향한 지성을 요구한다.


   실재가 상호 유기성과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기에 이에 대한 앎의 행위도 통전적이고 유기적 성격을 요청한다는 것은 인문학 모임 성격에 어떤 필요성을 요청하는가? 필자의 견해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요소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 실재의 상호 유기성과 공동체성의 성격으로 인해 이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도 그러한 과정을 요청한다.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부분적인 진리 인식을 연결하여 진리/진실의 전체성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탐구 주제를 다룰 때 우리는 실재의 깊이와 넓이의 전체성에 대한 접근을 보다 근접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다양성과 차이가 진실의 전체성을 노출시키는 방식으로서 대화라는 방식을 요청하는 이유이다. 즉 실재 자체가 대화의 존재론적이고 인식론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화는 진리를 추구하는 방식이 된다. 


   둘째,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상은 객관적이며 추상적인 세상이 아니라 갈등, 폭력, 모호함, 도전적 이슈, 사회적 불의, 생태계의 파괴, 전쟁의 위협, 고통, 질병 등의 살아 있는 실제적인 리얼리티의 세상이다. 점점 좁아지는 지구촌락의 삶의 상황들이 지닌 상호 영향이 점점 가속도를 더하는 이 세상에서, 두려움, 불안, 위기의식이라는 개인의 부정적 정체성과 삶의 방식도 고조되어 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의 본질 문제, 즉 무엇이 진정한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 의미, 곧 머리로 아는 판단적 지성의 수준만 아니라 세상과 연결된, 가슴이 움직이는 영혼의 내면성과 관련된 의미 탐구를 요청한다. 그러한 영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우리는 ‘안전한 소통의 공간’이 모임 속에 필요하게 된다.    

   
   셋째, 지식과 권력과의 공모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필요성이다. 전문 지식이 지배 체제에서 권력을 섬기면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책임과 구조적 폭력에 대항하는 양심적인 지성의 활동은 권력화된 정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정화기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식을 양심화하고 지성인이 약자 돌봄을 위한 당파적 선택을 한다는 것은 지식이 지배가 아닌 돌봄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이를 위한 대안적 지성 공동체를 요청한다. 왜냐하면 과학 훈련 영역에서 패러다임 이론을 처음 제창한 토마스 쿤이 말한 것처럼 지성은 그 진리성 자체에 의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 대한 헌신의 실천 공동체를 통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 모임에서 지식과 권력의 공모를 탈지배화하는 방식의 하나는 강의자가 학습자를 대상화하지 않고 서로 같이 탐구하면서 말하기와 듣기에서 힘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2. 인문학 서클 모임의 의미와 방향

실재-세포, 유기체, 인간의 몸, 사회, 공동체, 국가, 생태계-가 이미 관계적 실상으로 존재하고, 우리의 인식도 인식자, 인식 대상 그리고 인식 행위의 상호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관계적이라고 전제한다면, 생명과 인간의 의미 및 가치에 대한 접근 이러한 이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실재와 인식이 이미 유기적 관계성과 공동체적이라는 성격에 있다면 생명과 삶의 의미 및 가치 인식도 그런 성격으로부터 출현하게 된다.


   생명과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안다는 것은 진실로 존재하는 것과 일어나고 있는 것을 단순히 관찰한다는 추상적인 대상화를 넘어 관계 맺는 것과 연관되어진다. 그 관계는 말을 거는 자의 내면의 진실성과 사유대상의 ‘말 걸어옴’이 대화를 통해 조우되면서 빅터 플랭크가 말한 ‘의미의 상황적 출현’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삶의 방향과 질서 그리고 가치 인식이 일어난다. 사실상 생명과 인생의 의미와 가치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내면의 진실성과 인식 대상의 말 걸어옴 그리고 그러한 상호 관계맺음의 계속적인 대화의 과정 속에서 의미를 생성함을 통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실재와 실존적 인식을 인문학 독서모임을 통해 구현하는 적절한 방식은 개인의 영혼의 진실성이 안전한 공간에서 소통되는 방식이 요구된다. 자신의 진실이 표현되고, 들려지며,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영혼들이 연결되어 진실의 파동이 느껴질 때,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감각이 각성되게 된다. 그리고 ‘홀로 생각하기’만 아니라 참여자들의 각자의 목소리가 들려지는 ‘함께 생각하기’가 가능해질 때 배움에 대한 성찰이 깊어지게 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진정성 있는 방식은 바로 서클로 앉아 자아와 타자 그리고 텍스트가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 말을 걸어오도록 허락하는 방식이다.


   서클로 앉아 말한다는 것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가슴과 섞는 것이다. 앎과 앎의 방식은 심미적으로 얽혀있기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소와 공간, 기억과 역사, 조상과 인종, 언어와 문학, 친숙함과 낯섦 등이 서클에서는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narratives)를 통해 살아있고 의미 있는 그 무엇을 출현시킨다. 마치 파커 파머의 비유로 말하자면 영혼이란 짐승이 시끄러움으로 인해 달아나 버린 상태에서 우리는 그 영혼이 마음대로 그리고 안심하며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존중과 돌봄의 숲을 서클 구성원들이 경청과 성찰의 방법을 통해 신뢰의 분위기를 형성해준다.


   이것이 고대로부터 원주민들이 그리고 종교적 평화 전통의 공동체가 사용해왔고 오늘날 다시 학습조직론자들(피터 셍게, 세실 앤드류스, 마일스 호튼, 케이 프라니스, 제니퍼 볼 등)이 새롭게 관심을 갖는 서클 프로세스 방식이다. 서클 프로세스 방식은 참여자들이 비-상하계급적인 안전한 공간에서 출석한 모두가 끼어들기 없이 말하는 기회를 갖고 토론이나 공격 없이 존중과 경청을 통해 진실을 탐구한다.


    생명과 삶의 의미에 관련하여 인디언 원주민들이나 종교적 평화 전통이 지닌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은 인간 개인과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 의식, 언어, 관계, 행동, 그리고 조직 구조 속에 깊이 스며들어 실천적 방향성을 지어낸다. 서클 모임에 적용하자면 우리의 삶은 진실로 그리고 깊이 다른 사람과 물리적 세계에 연결되어 있다는 이해는 각자는 실재, 관계, 의미, 목적에 대한 지식을 타자와 세상에서 직접적인 경험으로부터 얻는다. 그리고 배움과 가르침은 그 핵심에 있어서 참여를 통해 그리고 단순히 사람만이 아니라 식물, 동물 그리고 자연의 전체를 포함한 공동체에 대한 관계를 통해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인문학 서클 모임에서는 자신의 영혼의 진정한 것(what-is-real-and- true)이 표현되고, 참여하는 타자들로부터 그들의 진정한 것이 경청되며, 텍스트의 진정한 것이 말을 걸어오도록 허락하는 3자 주체 간의 상호 교감과 대화를 허락함으로써 실재하는 것의 전체성(totality of what is real)을 출현시킨다. 삶이 그러한 것처럼 이야기와 의미는 서로 함께 짜져있다. 그리고 나-너-우리-텍스트는 함께 직조되면서 ‘진실의 태피스트리(파커 파머의 용어)’가 펼쳐져 나간다. 기대하지 않은 새로운 창조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머리로부터 혀와 입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가슴으로 내려가서 바닥의 대지와 주변을 감싸는 공기와 어울려 섞여서 살아있는 활기나 통찰의 에너지(아~! 아하!)가 흐름을 느낀다. 여기서 진실은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나의 살아있는 그리고 서로 공유하는 실재로 접촉되어진다. 그것을 가슴으로 맛볼 수 있다. 그래서 그 말하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서클 모임에서 말하기는 4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는 가슴에서 말한다. 머리와 생각만 아니라 감정으로도 말한다. 그 순간에 당신이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정직하게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내 중심에서 서클의 중심으로 내어놓는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진실하게 말할 때 우리는 가슴으로부터 살아있는 그 무엇, 내 존재의 힘과 진실의 힘을 느낀다. 
둘째는 가슴으로 듣는다. 누군가 토킹 스틱(talking stick-서클에서 돌아가며 말할 때 사용하는 경청의 상징물)을 지니고 있을 때, 판단 없이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것에 대해 비록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그렇다. 서클 모임의 성공은 주로 듣는 질에 의해 결정된다.
셋째는 자발적으로 말한다. 각자가 말할 것을 미리 결정하거나 고안해내지 않고 -서클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낯설고 의아하게 들릴 것이다- 말할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자신의 내면에 있는 진실을 내 중심에서 서클의 중심에 말한다. 누군가 말하고 있을 때 당신이 무엇을 말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 완전히 듣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말할 것이 무엇인지 미리 계획하지 않을 때 당신은 종종 당신의 차례가 올 때 당신에게 오는 것에 대해 놀라게 된다. 아무도 말하도록 요구되지 않을 때 ‘소통의 안전한 공간’이 느껴진다. 거기서 나오는 자발적 선택의 말은 진정성이 있고 힘이 있다.
넷째는 간단히 말한다. 진실은 단순하고 명료할 때 힘이 있다. 그리고 꾸밈이 없고 긴 설명이 없이 말할 때 그것은 가슴에서 말하는 것이 된다. 말할 때 많은 다른 이들이 말할 기회를 갖고자 함을 명심하고 오직 그만큼의 시간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한다. 요점을 말하거나 이야기가 이해될 필요가 있는 단어만큼 말한다. 그리고 때때로 침묵을 요청한다. 말하는 것 이상 비어 있는 공간과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라 오히려 더욱 창조의 시간과 공간임을 신뢰한다. 자신이 무슨 의도로 말을 하는지 이해하고 어떤 영향을 전체 서클에 주는지를 알아차리며 말한다.


여기서 서클 유지자 혹은 서클모임 진행자는 가슴에서 말하고 듣는 과정의 보호자이자 안전한 공간을 유지시키는 자이지 가르치는 자가 아니다. 그/그녀는 서클의 참여자이자 진행자로서 전체의 1/n로 참여한다. 과정이 진행되도록 인도하고 서클에서 모두가 최선의 의도를 지키도록 안내하며 진행과 리더십을 돌아가며 참여하는 리더십으로 허락한다. “참여자를 신뢰하라. 과정을 신뢰하라”는 서클의 격언은 진행자가 언제나 의식해야 하는 진행 기술의 핵심이다.


3. ‘생명과 인간의 의미’ 탐구에서 구체적인 서클 모임의 기획과 진행

보통 필자가 서클 진행자로서 경험한 마음자리 인문학 독서모임이나 평화로 가는 독서모임의 이름으로 하는 서클 진행 방식으로서의 독서모임은 선정된 특정 주제에 약 한 학기 내지 6주 정도의 기간 동안 1회 2.5시간 내지 4시간을 단위로 진행된다. 교사나 일반 주부 혹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주제를 현대물리학 이후 새로운 의식과 내면 탐구, 비폭력 소통과 실천, 평화리더십 등에 관련되어 있었다. 파커 파머, 에크하르트 톨레, 타라 블랙, 간디, 피터 셍게, 마가렛 휘슬리, 틱낫한, 메리 올리버, 마샬 로젠버그, 켄 윌버, 프리초프 카프라 등등의 저자들의 텍스트들 속에서 생태, 의식, 존재, 영성, 관계, 평화, 비폭력, 대화, 공동체 등에 관한 주제들이 선택되었다.


   그리고 그 진행 방식은 대개 간단하다. 서클로 모여 침묵이나 시로 시작한다. 주제 관련 선정된 텍스트를 읽고 텍스트가 자기 생에 말을 거는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비추고(mirroring)’ 파트너나 소그룹으로 내면의 진실을 대화를 통해 -토론이 아니라- 나누어 ‘홀로 비추기’와 ‘함께 비추기’를 한다. 전체가 함께 모여 다시 성찰하거나 연장된 활동을 한다. 혹은 더 깊이 들어가는 ‘열린 질문’의 안내에 따라 전체가 나눈다. 서클을 닫으며 각자의 배움이나 통찰 혹은 도전이나 과제를 전체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나누며 마친다. 여기에 안전한 소통과 질적인 대화를 돕기 위해 때로는 토킹 스틱이나 대화를 지원하는 종 그리고 대화 안내 가이드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대화 가이드”를 모임에 대한 공동의 약속으로 동의 받을 수 있다:


듣기
.... 모든 목소리에 존중함으로써
.... 고쳐주기, 문제 해결하기, 조언하기 없이


당신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말하기
당신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로부터 말하기
당신의 가슴/마음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


대화를 늦추기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휴식을 허락한다.


확실성을 보류한다
당신의 가정을 주목한다.
놀라움을 추구한다.


차이에 대한 공간을 허락하기
당신의 판단을 자각한다.
질문과 탐구를 존중한다.
그리고 너는 항상 네가 말한 것을 철회할 수 있다.


   서클은 이러한 대화 가이드를 의식하며 마음을 서로 나누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나누는 것이 서로를 치유한다. 우리가 서클에서 우리의 고통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서클에 분배되고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가슴이 열려져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주목하고 함께 있다는 현존함의 감각이 전체를 감싸면서 명료함, 치유 그리고 변형의 신비가 서클의 중심에서 그리고 나의 중심에서 일어남을 경험한다.


   위의 대화에 대한 안내를 의식하며 이런 서클 운영 방식에 의한 인문학 독서모임이 이번에 주어진 주제인 ‘생명과 인간의 의미’에 대한 3회차 모임으로 진행될 때 각 모임의 진행 구조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noname01.bmp



주어진 시간이 오직 매회 3시간씩 3회차인 경우에 ‘생명과 인간의 의미’에 대한 탐구의 소주제 설정은 3 요소의 통전적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것은 ⓵진정한 자아와의 연결, ⓶타자와의 연결, 그리고 ⓷모든 존재와의 연결이다. 생명과 인간의 의미는 자신의 자기됨에 대한 ‘진정한 자아’에 대한 감각,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관계적 자아로서의 성찰 그리고 인간 아닌 모든 존재와의 연결점 회복을 통해 통전적인 시야와 감각을 가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존재와 어울려 흔들리는 터전에서 ‘존재하는 힘’을 느끼는 영혼의 감각을 회복 할 수 있다.


   3가지 소주제를 매주 하나씩 다루면서 우리는 자신과 사물의 기원 그리고 그들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서 파편화된 개별성을 넘어 유기적 연결의 감각을 되찾아 온전한 삶에 대한 비전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삶의 의미에 대한 여정에 있어서 우리는 세 교사를 만난다.


   첫 번째 교사는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내면의 교사(inner teacher)’이다. 사회적 역할과 당위 그리고 상처의 이면에 있는 영혼의 진정성으로부터 나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두 번째 교사는 ‘타자(others)’이다. 우리는 각자 진리의 조각을 지니고 있고, 타자를 통해 우리는 타자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이며 지지와 돌봄의 공동 존재로서 감각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교사는 ‘생태적 실재(ecological reality)’이다. 흙, 물, 공기, 불, 식물, 동물의 존재는 살아 있는 존재들의 상호 의존성과 상호 협력의 거대한 우주적 드라마 속에 우리 자신을 재위치시킨다. 우주적 고아가 되었던 자신들을 우정 어린 실재로서 자연과 세상에 대한 우리의 민감성을 창조한다. 


   우리는 ‘생명과 인간의 의미’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면서 ‘교육을 살아 있는 유기적이고 생태적 실재로서 다시 상상하기’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의 교육이 상실한 공감, 신뢰, 관계, 우정, 공동체라는 삶의 에너지들이 다시 솟아나 가슴에 스며들도록 하는 기회를 우리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가질 필요가 있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그리고 우주의 이야기가 서로 엮여지면서 서클에서 말하고 듣는 방식을 통해 우리는 전체성, 균형, 모든 부분들의 관계, 조화, 성장, 치유 그리고 선한 삶에 대한 가슴의 감각을 회복하는 여정을 가게 된다. 물론 이것은 3회의 짧은 여정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서클로 하는 이러한 인문학적 상상력은 이제 3회차 짧은 ‘맛보기 실험’을 다시 자신의 현장에서 동아리 모임으로 재활성화시켜 지속함으로써 ‘홀로 그리고 더불어’의 영혼의 여정을 심화시키고 확대하여 고립에서 벗어나 풍성한 삶에 대한 기여와 자발적 헌신을 살 수 있는 에너지와 방향을 그 여정에서 스스로 동료들과 함께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번 ‘생명과 인간의 의미’에서 다루고자 하는 비전이다. 서클로 하는 독서모임은 특정 주제에 대한 평등하고 참여적인 탐구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근원적 민주주의(deep democracy; 강제와 명령의 명목적 민주주의와 다른 마음의 일치와 관계를 존중하는 인격적 민주주의)를 향하는 힘의 분배, 힘의 근원으로서 지식과 정보의 나눔, 타자 간의 연결과 타자 안에서 자신을 적절히 정위하기, 스마트한 특정 개인이나 소수의 리더십이 아닌 참여하고 순환하는 리더십의 공유 등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장소와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작은 모임에서의 실습이 공적 영역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이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감각과 대화와 소통의 능력에 대한 실제적 경험이 없다면 어떻게 공적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해지겠는가?


   파커 파머에 따르면 우리가 민주주의의 시민이 되고자 한다면 대중매체가 아닌 개인적 경험에 의해 규정되는 개념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 공간에서 주변의 소음과 내면의 소음을 넘어 상호 존중, 너그러움, 타인의 말에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 용기, 신뢰, 그리고 결심을 위한 내적인 능력에 관한 자기 성찰과 공동 탐구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자라나는 안전한 공간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서클이다. 서클 안에서 우리는 파머가 말하는 마음의 5가지 습관을 실습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이 세상 속에서 모두 하나임을 이해하는 것, 타자의 가치에 대한 인정, 생명을 주는 방식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능력, 개인적인 목소리와 주체성의 감각, 커뮤니티를 창조하는 더욱 위대한 역량이다. 이것이 개인의 자유, 공동체의 회복 그리고 국가의 민주주의의 재건을 가능하게 한다. 이 위대한 소명이 우리의 영혼을 뜨겁게 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새롭게 갖기를 바라는 절박한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밑바닥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용기는 이것이다.
우리가 마주칠지 모르는 가장 낯설고, 특이하며,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향해 용기를 내는 것이다.
그런 것들 앞에서 겁을 먹은 인류는 삶에 끝없는 해를 끼쳤다.
“비전”이라고 불리는 경험, “영혼의 세계”라고 불리는 전체,
죽음 그리고 우리에게 그토록 밀접한 온갖 것을 일상에서
그냥 회피해버리는 동안에 모두가 생기를 잃은 채로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것들을 포착할 수 있던 감각은 위축되었다.
신에 대해서는 무엇을 더 말하랴.
 
                                      

< 참고 문헌 >

- Jennifer Ball, Wayne Caldwell, Kay Pranis, Doing Democracy with Circles Living Justice Press, 2010.
- 대화의 재발견, 윌리엄 아이작스 저, 정경옥 역, 에코리브르, 2012년.
-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파머 저, 김찬호 역, 글항아리, 2012년.
-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 마셜 B. 로젠버그 저, 캐서린 한 역, 한국NVC센터, 2009년.
- 서클 프로세스: 평화를 만드는 새로운/전통적 접근방식, 케이 프라니스 저, 강영실 역, 한국 아나뱁티스트 출판사, 2012년.
-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파커 파머 저, 윤규상 역, 해토, 2007년.
-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교육과 사회변화를 위한 프레이리와 호튼의 대화, 파울로 프레이리, 마일스 호튼 저, 프락시스 옮김, 아침이슬, 2006년.
-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세실 앤드류스 저, 강정임 역, 한빛비즈, 2003년.
- 창조적 대화론, 데이비드 봄 저, 강혜정 역, 에이지21, 2011년.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크기 제한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윌리엄 아이작스 <대화의 재발견>을 통한 인문학 독서모임 - 2017년 9월부터 평화세상 2017-08-10 427
공지 ‘회복과 돌봄의 서클’ 진행자양성 연구모임 안내 평화세상 2017-01-31 1625
공지 평화로 가는 독서모임2016.3.15-5.31 총10회 매주 화 오전10시-오후1시 file 평화세상 2016-02-21 1498
공지 가르칠 수 있는 용기 10주 마지막 스케치-7장 더 이상 분열되지 않기 file 평화세상 2015-12-03 1952
공지 서클대화모임 진행자 양성 워크숍 평화세상 2015-11-27 1704
공지 전체와 조각내기-데이비드 봄 평화세상 2015-05-10 2144
공지 마음자리 인문학 독서모임의 진행성찰-영혼의 자기 돌봄에 대해 평화세상 2014-12-20 2235
공지 문제와 역설-David Bohm 평화세상 2014-12-20 2125
공지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변화 평화세상 2014-06-02 2455
공지 신뢰의 공동체에 대한 묵상 평화세상 2014-05-25 4018
공지 분리된 삶으로부터 뫼비우스 띠 위의 삶으로-파커 파머 글 묵상 평화세상 2014-04-03 2493
17 마크 네포 묵상 글: 내 심장이 가르쳐준 영성은 평화세상 2017-10-07 30
16 마크 네포: 유연함에 대해 평화세상 2017-10-07 25
15 마크 네포: 유연함에 대해 평화세상 2017-10-07 31
14 > 삶은 이야기와 질문으로 유지된다 < 평화세상 2017-09-10 144
13 대화에 대한 성찰 1: 주변이 아닌 중심과 이야기하기 평화세상 2017-09-07 228
12 성령강림후 11주: 의식의 치유 평화세상 2017-08-20 372
11 삶의 내면작업을 통한 영혼의 감각 키우기 워크숍 [1] 평화세상 2017-08-13 398
10 돌봄과 회복의 서클 참여자 평가서 평화세상 2016-11-25 1274
9 교사를 위한 마음자리인문학 서클대화모임: “영혼의 여정으로서 가르침과 배움의 커뮤니티를 향하여” 평화세상 2016-05-03 2694
8 파커 파머 리딩- 가르침을 학생들에게 의존하기 평화세상 2015-11-27 1993
7 파커 파머 리딩-부분을 통해 전체를 가르치기 평화세상 2015-11-17 1665
6 두려워하지 말라 -회복적생활교육 교사들 인문학독서모임 리딩 평화세상 2015-11-04 1792
» “생명과 인간의 의미” 주제에 따른 서클 진행형 인문학 독서모임 소개 file 평화세상 2015-05-12 2054
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