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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위한 스터디 서클의 비전<

 

 

우리가 아는 인생의 성공신화의 영웅들은 자기 개인의 성격에 있어서 특출한 개성이나 창조적인 지성을 갖거나 아니면 그 어떤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환경의 기회를 잘 포착해서 꿈을 이루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전자는 개인의 품덕에 해당하는 개성의 독특성을 지닌 내면적인 긍정적 요소이고 후자는 주변 환경과 시대의 흐름이 주는 기회와의 연결이라는 외부적인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이것을 사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성공의 변화를 기획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기업이나 시민사회에서 자주 쓰는 SWOT분석이다. 장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이 그것으로, 전자는 개인과 조직의 내적인 요소이고 기회와 위협은 주변 환경과의 역동적 관계를 말한다.

 

그런데 그러한 성공신화의 영웅들은 수만 명중의 하나이고 보면, 재능이 별로 없고, 운 좋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가능한 것일까? 더구나, 특히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구조적인 체제의 문제로 인해 특정 집단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 불의한 문제나 사회적 이슈 혹은 당면한 고통에 대해 어떻게 해결이나 더 나아가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는가?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스웨덴에서 1800년대 후반에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미국이라는 신대륙 발견후의 노다지꿈을 찾아 대규모 이주들로 인한 인구의 급감소에 따른 사회불안에 대해 오스카 올슨(Oscar Olsen)1902년 스터디서클(스터디서클은 원래 1870년 뉴욕에 쵸터쿼 집회로부터 시작)을 도입하여 2000년대에는 매년 약 300백만이 참여하여 35천개의 스터디서클로 발전하면서 자기식의 복지국가로 우뚝 서게 되었다. 그래서 스터디서클 민주주의 국가로 예명이 붙어졌다. 이 모델은 지금의 스칸디나비아 인근국가들에게 보편적으로 퍼져있어서 사회복지와 사회적 민주주의의 앞서가는 국가들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또 하나의 사례는 1930년대 밀스 호튼(Myles Horton)이 세운 하이랜더 민중학교(Highlander Folk School; 지금은 Highlander Research and Education Center)로 노동과 인권에 있어서 마틴루터 킹과 로자 팍스를 키워낸 곳으로 이곳에서 스터디서클이 주었던 영향이 미국 노동과 인권운동사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지금은 전국 도시에 퍼져있고 특히 두 개의 주에서는 일상의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노동, 인권, 청소년문제, 빈곤, 지역사회개발, 범죄예방 등에 있어서 풀뿌리 전위조직들을 움직이고 있다(현재 미국에서 스터디서클은 새로운 이름인 Everyday Democracy 연대단체가 담당한다)

 

스터디 서클의 태동과 그 적용은 내적인 재능도 없고 외적인 환경이 뒤따라 주는 것이 없는 천박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꿈을 가질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를 돕고, 가치있는 공동의 운명을 공유하려는 열정에서 솟아나왔다. 이는 카리스마적인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나중에 어쩌다 몇 몇 사람은 영웅의 이미지로 세인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당사자들은 전혀 그런 정신 상태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민중의 씽크 탱크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오스카 올슨과 밀스 호튼은 빈곤, 억압, 사회적 분열과 갈등 속에서 자신의 리더십(Charisma Leaership)이 아니라 소그룹의 집단지성에 의존하여 나아가는 과정의 리더십(Process Leadership)을 창출해 냈다. 그것은 서클이 갖는 공동의 리더십을 통해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그리고 과학적인 발전과정을 채택하여 강력한 행동그룹을 만들어내고, 문제해결을 위한 지성을 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일련의 대화 흐름의 과정에서 출현하도록 돕는 방식을 통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민중지성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었다.

 

이것은 조직가나 운동가 혹은 심지어 교육자에게도 개인 변화나 사회변화를 위한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해할만한 사건이다. 그리고 그 원리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세상이 빠른 운송수단과 소통수단으로 하나로 되는 현재에 더욱 필요로 하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스터디 서클에는 공동체 구축, 살아있는 지성의 출현, 민주적인 소통방식, 그리고 리더십에 있어서 매우 다른 현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1) 공동체 구축: SWOT 분석의 기법이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지식을 뽑아 올리는 전략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구성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결속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신뢰와 자발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SWOT 분석이나 다른 액션러닝(Action Learning) 기법들이 자본주의의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아이디어 생산과 수렴에 대해 많은 기법들이 있지만 공동체를 구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스터디 서클은 존중과 환대, 경청과 연결이라는 서클 자체가 지닌 자기 심장으로 말하고 심장으로부터 듣는 <대화의 안전한 공간>을 통해 우정어린 유대를 구축해 나간다. 논쟁이 아닌 대화를 통해, 주장보다는 열린 질문을 통해 대화 공간에서 일어나는 3자간의 연결, 즉 다루고자 하는 이슈·현안·, 나의 진정성 그리고 타자의 차이에 대해 상호 연결의 감각을 가져온다. 그 어떤 이슈를 해결한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이해가 발생하는 동기와 추진력은 바로 신뢰에서 생긴다. 그 신뢰는 바로 존중의 대화분위기에서 생기는 데 스터디 서클은 정확히 이 지점에 있어서 존중과 경청을 통해 신뢰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강력한 작업팀(working group)이나 실천 커뮤니티를 대화과정 속에서 형성해 낸다.

 

2) 살아있는 지성(living intelligence)의 출현: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문제의 복잡성과 그 모호함이 넘치는 곳이다. 특히 권력과 사회 계급에 있어서 무력감을 느끼는 당사자들은 대면한 고통에 대한 자원과 해결 방법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이는 빈곤과 기회의 박탈에 의한 개인적인 숙련의 결여, 사회제도적인 편견과 억압 시스템에 의한 억압, 정치엘리트들의 무관심 등등의 여러 장애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비통한, 그리고 예정된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접근성에 대해 전문가들과 외적 권위들에 의해 잘못 길들여져 있어서 자신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길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삶의 복잡성과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전문가나 외적인 공적기관의 필요이것은 지배체제의 가장 비밀스러운 큰 거짓말(big lie)”이다-에 대한 익숙함에 대해 저항이 필요하다. 대안은 바로 연결하기의 힘(the power of connection)에 있고, 고통어린 현실에 대한 관심있는 주제와 나의 정체성 그리고 참여자의 차이와 다양성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서로의 경험을 직조(weaving)하는 가운데 있다. 이것을 스터디 서클이 전개하는 지성을 발생시키는 4가지 순차적인 구조적 과정속에서 대화를 진행시켜 원하는 지성을 발생시켜 해답을 찾는다. 그것은 고통스런 관심 문제에 대한 개인 경험을 나누어 열정과 집중력, 헌신을 가져오기, 문제의 본성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이해의 시간을 갖기, 문제를 다루는 접근방법들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들(특히 반대자의 논리와 접근방식을 포함하여)을 브레인스토밍하기 공통된 가치·비전에 기초하여 최선의 전략을 도출해내기라는 과정(process)으로서 대화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처음에 해답을 알지 못해도 대화 과정을 통해 지성이 출현하고, 게다가 공동지성이 발휘되는 방식으로 존중어린 경청의 대화방식을 함으로써 상황에 적절한 살아있는 지성이 출현하게 된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공동지성의 출현(emergence)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양자인식론에 따르면 숨어있는 전체성의 일부의 패턴화이므로 단순히 나·우리 vs ·그들의 대립구도속에서 나·우리측의 전략적 선택을 넘어 진실의 전체성(wholenness of truth)에 대한 비전을 통해 일어난다. 문제가 고안된 학습과정으로 끌어들여 모호성과 복잡성의 가면이 서서히 과정속에서 벗겨지면서 지성이 나중에 빛을 발하며 나타난다. 이런 방식으로 전통적인 전략적 대화 방식이 아닌 참된 연결의 대화방식을 통해서 자기들이 행동하기로 선택한 것은 진실성과 보편성을 띠게 되면서 행동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여기서 살아있는 지성이란 단순히 기계부품이 망가져 그것을 고치는 솔루션이나 추상적인 정보의 역할을 넘어서, 진실에 대한 감각과 치유와 회복, 공동의 선을 향한 기여의 에너지를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뭔가 내가 세상에 살아있음의 의미를 주는 지성인 것이다

   

3) 민주적인 소통방식: ‘민주적이란 단어는 가치와 진보를 좋아하는 그룹에게 있어서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개념이자 자기주장의 논리에 정당성을 주는 이데올로기가 되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상황은 거의 부재한 현실이다. 우리는 민주적인 게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할 수 있다. 평등함, 비지배적임, 말할 기회의 동등성 등등이 그것이고, 소통이라 함은 주장이 아닌 대화, 논박이나 설득이 아닌 경청과 공감, 말속의 진의에 대한 이해와 수용 등등으로 쉽게 설명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그것이 일대 일 대화나 조직과 단체안의 회의나 모임에서 그 설명대로 분위기를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거나 그게 어떤 상태인지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스터디 서클은 서클이 본래 태동한 원주민과 소종파의 종교적공동체에서 실재는 신성하고 여기에 다가가는 방식은 존중하는 방식을 통해서라는 이해의 터전에서 나온 대화와 모임방식이다. 최소한 상대방을 해치지 않고 더 나아가 상대방의 신성·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의식, 언어, 행동을 가져야 한다는 집단의식에서 나온 대화 방식이다. 여기서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 훨씬 중요해진다. 듣는다는 것은 그 누군가 말하는 자의 언어를 듣는 것만 아니다. 그 사람의 심장을 느끼는 것이고, 거기에 있는 영·전체성도 함께 듣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만이 아니라 거기에서 있을 수 있는 다른 영적 존재의 침묵의 현존도 함께 듣는다. 이렇게 상대방의 중심과 서클의 중심을 모두 듣는 것이 서클에서의 경청이다.

 

원래 서클에서 민주적인 소통방식으로서 말하고 듣기는 자기 논리의 주장이나 의도성을 지닌 말하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심장 안에 있는 진실을 서클의 가운데 내어놓고 자신을 표현할 뿐이며 전체의 진실에 기여하는 것뿐이다. 즉 힘을 행사하려 하지 않는다. 목적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의 눈으로는 이상하게 느끼겠지만, 단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진실이 충분히 들려지면 서클대화 문화를 중시하는 원주민과 종교적 커뮤니티에서는 알아서 자발적으로 자신이 거기에 무엇을 감당할지 어떤 역할을 할지 저절로 알아서 행동하기가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민주적인 소통방식은 민주주의 이론가였던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의 말을 따오자면 우리는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전 존재로 경청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의견보다 관심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인간의 머리 숫자의 공정성이 아니라 열린 가슴으로 일어나는 연결에 대한 것임을 알려준다. 그런 이유로 인해 여기에서는 다수결의 투표나 주사위로서 가르지 않고 마음이 일치에 의거한 자발적 행동방식인 동의(consensus)의 방식을 소통과 의사결정의 방식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4) 순환하는 공동의 리더십: 조직에서 보스나 리더는 대개 해답과 방향에 대해 분별력과 추진하는 힘을 갖는 것이 통상 좋은 리더십의 표본으로 알려져 왔다. 이것은 수렵생활의 위기나 오랬동안 인류역사에서 가진 수많은 전쟁 상황에서 즉각적인 결정과 일치된 행동이 중요한 생존의 문화로 자리 잡았던 때의 전투형 리더십 형태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수많은 그리고 서로 모순되고 복잡한 갈등하는 이슈들과 문제들 속에서 다양한 욕구들과 가치들 속에서 해결과 방향에 대한 분별과 추진력을 한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은 현대에서는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 전체 구성원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바로 잘나가던 기업들이 갑자기 사라진 원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기업의 회장이나 보스가 전체에 대한 책임과 방향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것이 창시자로서 큰 기여는 했지만 새로운 도전이나 출현하는 복잡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불가능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리더십은 한 개인의 재능이나 덕성 혹은 그의 지성이나 오래된 경륜에 의존되는, 항구적으로 특정한 개인에게 주어진 역량이 아니다. 누군가 다른 나머지 대중들 앞에서거나 위에서서 저 멀리서 오는 위험을 감지하고 가슴과 단전에서 일어나는 용기와 머리의 논리를 가지고 지휘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첫째, ‘우리에게 있어서 이 상황과 사건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것에 대한 분별(discernment)의 역량이다. 둘째로 중요한 것에 대한 포착(분별)에 의해 어떻게 우리가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행동 과정에 대한 것이다. 셋째로, ‘그 중요한 것의 분별과 안내받는 방법과 과정에 있어서 어떻게 구성원들의 지혜와 자원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하여 공동체적 역할과 책무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안적인 리더십은 사건과 상황에 대한 중요한 것(혹은 진정한 것)에 대한 분별의 인식, 중요한 것에 의해 안내받는 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공동체의 지혜와 노력의 결집과 역량배분이라는 전체적 과정이 녹아들어간다. 스터디 서클에서 이것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첫째, 서클 진행자(모임 사회자)는 공간을 자기 논리나 해결방법에 의해 전체를 설득하거나 자기주장을 말하는 식의 공간점유를 하지 않고 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전체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기 의견을 내어놓을 수는 있지만 공간 유지자로서 역할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려지도록 하고, 그 다양한 목소리에 따라 리더십이 순환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서클에서 리더십은 진행자에게 있지 않고 골고루 돌아가며 말하는 참여자에게 있게 된다. 이를 <돌아가는 리더십>이라 말할 수 있다.

 

둘째, 각 목소리의 들려짐을 통해 판단하지 않고 그것의 의미나 중요한 가치가 드러나도록 경청과 열린 질문으로 돕는다. 그래서 주장이 자기 심장의 진술로 바꿔지게 하고, 각자의 중심에서 말한 것들이 서클의 중심에서 모아지도록 돕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대자를 패퇴시키지 않고 진실의 전체성, 혹은 의미의 전체성에 다가가도록 반대자를 기여자로 환대하는 경청과 열린 질문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단지 직면한 문제나 이슈가 지닌 숨겨진 의미의 전체성(the hidden wholeness)에 참가자들이 귀 기울여 듣거나 이를 보도록 대화의 공간을 보호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문제나 이슈에 대한 솔루션의 전체적 기여를 돕는 전략적 솔루션에 머무르지 않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넘어 상대방의 마음과 의미, 가치영역과 연결되는 <마음의 리더십>을 갖는다.

 

셋째, 서클에서 리더십은 단순히 이슈에 숨겨진 진실의 전체성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가슴도 연결하여 우정어린 연대에 기초한 공동체성을 강화시키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의미의 전체성에 의한 개인의 변화와 조직의 변화(혹은 도약)라는 성장과 배움의 사이클이 일어나게 된다. 여기에서는 조직의 규범이나 규칙, 선례 경험자의 우월적 위치, 조직의 직급의 차이가 우선적이지 않다. 자료로 참고할 수 있지만 언제나 고려되는 것은 지금 다루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문제의 현실성이 지닌 진실과 의미의 전체성에 대한 우선성이다. 그것은 살아있고, 융통성있으며, 상황맥락에 있어 일관성을 지닌 살아있는, 그래서 끊임없이 출현하는 <공동지성에 의한 리더십>이다. 그렇게 때문에 상황맥락에 융통성 있는 일관성을 갖고, 공동의 지혜와 열정을 끌어 모으는 혁신적인 에너지를 갖는 리더십이다.

 

해외에서는 서로 그 각 서클 진행자들이 상대방의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국제모델들이지만 서클들이 한국에서는 가까이 모아져 서로를 통해 배우는 시너지 효과들이 늘어나고 있다. 폭력의 내면화를 해체시키고 비폭력적인 행동을 돕는 역량강화 모델로서 삶을변혁시키는평화훈련(AVP)’과 이에 유사한 청소년평화지킴이(HIPP)’, 영혼의 내면작업을 도와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분별하고 이에 대해 삶의 안내를 받는 신뢰의 서클’, 갈등과 폭력에 대한 변혁적 개입을 돕는 회복적 서클그리고 학습 팀이 구축되어 자신의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학습의 과정으로 놓고 공동지성을 발휘하여 해결해 나가는 스터디 서클이 대표적인 국제모델들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스터디 서클은 필자가 세월호 참사 일년을 내 나름대로 숙고하면서 이 사회의 도움과 구조의 시스템 붕괴에 대한 상징으로 세월호사건의 의미를 읽어내면서 해외 자료를 연구하여 스터디서클을 발견하고 그 다음해부터 시민사회와 학교현장에서 공유하기 시작한 모델이다.

 

이 모델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작은 민초들이 행동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모델이다. 지금까지 사회변화에 있어 중요한 방식이 저항, 선언 그리고 주장이었다면 스터디 서클은 문제의 본성을 성찰하고 행동하는 소그룹의 우애어린 연대를 강화하여 대안을 찾아 행동하는 민중형 싱크탱크의 기능으로 작동하면서 스스로를 돕고 스스로 조직해 나가는 자기-학습(self-learning)과 자기-조직(self-organizing)의 원리를 실천해나간다. 복잡한 문제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고통어린 이슈들에 대해 무력감을 넘어 도전과 문제를 통해 살아있는 심장을 회복하고 그 개별 심장들을 연결하여 사회변화를 위해 나아가는 비통함에 깨어져 열린 심장’(파커 파머의 용어)의 풀뿌리 실천공동체를 일으킨다.

 

이것이 특히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리더는 가르치지 않는다. 그는 문제에 대한 강력한 비전과 해결책을 혼자 다 알고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영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깨어있는 민중의 함께 한걸음 나아감이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정치, 종교, 교육, 경제 등에서 변혁시켜 주고 이끌어 줄 리더를 바란다는 것은 민주주의 역량을 심각하게 취약하게 만드는 또 다른 지배의 교묘한 방법이다. 둘째는 고통어린 현실에 대한 무력감과 무능함에 대한 자기 비난과 자책감의 덫을 민중들로부터 벗겨낼 수 있다. 지금까지 리더는 내가 뭘 당신들에게 해줄께라는 비전과 행동을 주고 먹여주는 책임을 지면서 권력을 보수든 진보이든- 유지해왔다. 진보진영에서 통일, 평화, 생명, 민주주의 혁신 등에 수많은 리더들이 말을 해왔다. 그러나 사상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조직활동가이며, 그들의 말을 듣고 수행할 수 있는 실천 커뮤니티의 구축이다.

 

스터디서클은 사상을 행동으로 바꾸는 소그룹의 전위적인 행동팀들을 양성하고 세포분열하여 자가-발전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사상을 말하며 대중을 대상화하는 지적인 엘리트주의를 넘어서서 실천공동체를 만드는 핵심역량의 풀뿌리 민주주의 리더십을 세운다. 민중을 각성시키고 조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스터디서클의 기본 원리인 공정함과 너그러움, 전 존재로서의 경청, 의견보다 관심주기,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동료시민을 신뢰하기에 대한 개인의 일상과 조직안에서의 실천없이 소수 진보적인 엘리트 정권이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란 환상은 꿈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은 불가능한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였다.

 

촛불시위에 의해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변혁의 에너지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경제, 교육, 심지어 외교 등의 영역에서 불만과 아쉬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보편적인 시민의식을 넘어선 특출한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어쩌다가 주어진 행운이고 그것은 항상 주어지는 상수가 아니다. 상수는 시민의 깨어있는 핵심역량이다. 4.19혁명이후 수많은 시위가 기존 정권을 끌어내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데는 도움을 주었지만 심층 민주주의의 안정화에는 한계를 맞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분단논리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한 풀뿌리 민주적인 시민역량의 강화에 대한 인식결여로 오는 자연적인 결과였다. 민주주의가 정권이 아니라 시민의 민주역량에 기초한다는 단순한 이치는 자명한 것이다. 단체, 종교, 학교 등지에서 공동지성에 의거한 민주역량을 키워내는 중장기적인 전략과 행동을 세우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항상 위협을 받고 취약하기 마련이다.

 

필자의 주장은 스터디서클을 복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현실은 모든 조직과 사회속에서 공동지성의 출현과 존중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는 조직문화와 공동체문화를 세우는 구조와 시스템 구축이 긴급히 요청되고 있다는 의미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 고통을 주는 사회 이슈에 대해 함께 생각하기-함께 대화하기-함께 행동하기라는 순환 사이클을 개인의 능력이 아닌 시스템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이 풀뿌리속에 배이는 것이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에너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으로 보자면 몇 년 전부터 기독교 각 교단은 수장의 리더십문제로 홍역을 계속 앓고 있었고, 지금은 불교계도 난리가 났다. 교육은 새 정부 하에서도 방향도 못 잡을 정도로 기득권의 힘이 거세서 많은 실망의 성명서가 나오고 있다. 그 사회를 정화하고 에너지와 방향을 주는 종교와 교육이 비전을 잃고 권력에 부패해 있는 지금의 현실은 앞으로 30년 후의 사회가 그리 장밋빛으로 갈 전망이 보이지 않다는 전조이기도 하다. 나는 필요할 때 또 다른 지도자가 출현할 것이라는 행운을 기대하기 보다는 조직활동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스터디서클을 전파하는 데 더 힘을 쏟을 작정이다. (2018.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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