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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움에서 일어나 걸어가기

 

본문: 5:1-18

 

요한복음기자는 창조되기 전부터 있었던 말씀(로고스; 신적생명)이 어떻게 혈육·육정·사람의 욕망의 세상과 어둠속에서 생명과 빛의 시작을 가져오는지를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증언한다. 특이하면서도 일관된 것은 그 시작은 바로 기쁨이 끊어진 곳(가나의 혼인잔치), 개인 영혼의 무력성(니고데모와의 대화), 갈증과 지침의 실존상황(사마리아여인과의 대화)라는 바닥(the bottom)에서 그리고 가장자리(the marginal)에서라는 점이다.

 

바닥과 가장자리가 바로 신적생명을 알아보는 계시의 공간(space)이라는 놀라운 통찰은 오늘 본문 베짜타 못가의 병자이야기에서도 확인되고 심화된다. 더 나아가기 전에 당시 정결예법에 따르면 이들은 불결한 존재이고 따라서 거룩한 백성의 자격이 없는 자들이다. 자신들의 율법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겨우 주님의 천사라는 직접적인 하늘의 도움만 유일한 길인데 두가지 큰 제약이 있다. 베짜타 못가에 물이 휘저어지는 드문 때를 기다려야 하고 게다가 먼저 들어간 자 한 사람만 치유가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희박한 기회로 인해 더욱 무력감을 대부분의 병자들에게 준다. 요한기자는 과감하게 이러한 희소성의 기회와 무력감의 장소에서 신적실재의 다가옴을 주장하면서 기존의 계시 메카니즘을 전복시킨다

 

소경, 절름발이와 중풍병자등 수많은 병자들이 누워 있었던’(5:3) 곳에서 평균수명이 60세도 채 안되는 당시에 ‘38년간 앓고 있는 병자’-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암시-가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누워있던 요를 걷어 들고 걸어가는’(9)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가능성의 공간인 베짜타 못가에 왔지만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어’ 38년간을 누워있던 사람이었다. 물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자 했던 그에게 자신의 몸이 움직여 일어나 걸어가게 되었던 전환은 신적생명인 예수와의 대화를 통해 일어났다. 어떤 변화의 과정움직임의 연금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신적생명을 접촉하고 변화되는 데에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오늘 본문에서 추측해 볼 수 있는 실마리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가능성의 공간에로 다가간다. 그는 주님의 천사가 물을 휘저어 먼저 들어간 사람이 낫는 베짜타 못가 주변에 있는다. 이는 단순히 신체적인 관점에서 가능성의 공간만이 아니다. 38년간의 병으로 인해 포기 상태에 있는 그의 의식이라는 공간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네가 낫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은 단순한 질문인 듯 하지만 병이 1, 1, 10년을 넘으면 낫기를 원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은 힘든 일이다. 원함이 우리의 실존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무기력이 우리 실존의 에너지가 되어 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병자는 진실로 원하는 것에 대한 것보다는 <안 되고 하지 못하고 방해되는> 것에 대한 의식에 집중한다. “물에 넣어줄 사람이 없고...딴 사람이 먼저 못에 들어갑니다”(7).

 

두 번째는 신적생명으로부터 오는 긍정의 목소리에 대한 접촉이다. “얼어나 요를 걷어 들고 걸어 가거라”(8). 신의 존재는 그대의 못함과 잘못과 불행한 운명 -‘누워 있음’-의 확인자나 심판자가 아니라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3:16)를 원한다. 신적생명이 깃든 갈릴리 예수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아주 오래된 병자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에게하기를 넘어서 구원, 빛으로 나아감, 자신이 한 일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한 일로 깨달음)이란 거듭난 존재의 상태임을, 곧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에서 누리는 능력임을 이미 소개받고 있다.

 

세 번째는 자기에게 일어난 변화로 인해 본질적인 질문에 다가간다. 그것은 자신의 병을 고쳐준 자, 곧 신적생명에 대한 궁금증과 이를 알고자 하는 마음의 출현이다. 그에게 안다(그노시스)는 것은 이해를 넘어 성전에서 만남’(5:14)이 일어나는 것이다. 예수의 성전정화에서 보듯이 그 성전이란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내 열정이 나를 불사르리이다’(2:17)에서처럼 영혼의 열정이 일어나는 내면의 지점에서의 (영혼의)불꽃점화라는 차원을 말한다.

 

마지막은 선재적 은총으로 달라진 삶은 그에 대한 결실을 위한 자발적인 행동의 삶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 지금은 네 병이 말끔히 나았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더욱 흉한 일이 너에게 생길지도 모른다.”((14) 은총의 한번 경험은 후속 행동패턴을 만들어야 그 효과가 유지된다. 은총을 수용한 것만 아니라 유지하는 공간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본문에서 우리가 달리 주목해야 할 지점은 또 있다. 한 영혼이 누워있음에서 일어나 요를 말아 걸어나감의 상태로 변모되는 과정은 기존의 거룩함에 대한 추종자-유다인들-의 비위를 건드리고 결국 반대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들은 변화에 대해 법적인 위반의 문제를 들이댄다.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은 안된다는 지적이다. 더나아가 그들은 이런 일을 하신다 하여 예수를 박해하기 시작하였다’(16). 영혼이 잠자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이 꿈결처럼 흐른다. 그러나 당신의 영혼이 자각하고 변화를 갖고자 할 때, 기존 방식의 추종자들은 당신에게 그 증거의 참됨을 확인하고, 거칠게 비난하고 심지어 방해할 것이다. 당신의 변화가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본문을 통한 거룩한 임재와의 대화질문들

1. 본문중 나에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단어, 문장, 정서적 감각, 이미지에 집중한다. 말씀이 불꽃처럼 혹은 샘물처럼 다가온다면 가슴을 열어 받아들인다. 텍스트가 당신의 인생을 읽게 하라.

 

2. 당신이 앓고 있거나 누워있는 상태에서 어떤 의식으로 있는가? 38년된 병자가 나을 수 있는 공간에서 신적실재를 만났을 때 그의 태도를 보고 무엇이 다가오는가?

 

3. 온전한 자아와 삶에로의 회복에는 몇 가지 장애가 따른다. 진정으로 원해야 함, 신적접촉에 대한 의심과 증거의 요구, 기존 관행/규칙/교리의 압력, 영혼의 갈증으로 신적생명을 만나기, 그리고 주어진 은총에 대한 지속적인 책임이 그것이다. 이를 당신의 삶의 정황에 가져와 성찰한다.

 

4. 요한기자는 신적생명은 바닥(the bottom)/가장자리(the marginal)에로 직접 다가오신다고 한다. 즉 바닥과 가장자리가 계시의 자리라는 것이다. 그대의 삶에서 이에 대한 증거가 있는가? 그러한 이해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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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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