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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클에서 의미를 출현시키기<

 

의미는 존재보다 더 크다

빅터 프랭클 -

 

 

만일 한 공동체가 자신들이 직면한 도전, 과제 혹은 위기에 대해 그 어떤 명확한 대답이나 해결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을 때 그 구성원은 무엇에 의해 길을 찾아내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인가? 또는 갈등과 폭력이 공동체에서 일어났을 때, 서로가 각기 다른 주장과 관점을 표현하고 의존하고자 했던 그 어떤 객관적 사실에 대한 판단커녕 해결책들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며 서로를 밀쳐낼 때, 우리는 어떤 실마리를 통해 길을 열어 나아갈 수 있는 것인가?

 

갈등해결에 있어서 지금까지 전통적인 방식은 프로이드 정신분석 심리학과 유사한 해결방식이었다. , 그것은 무엇이 문제인가? 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러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드러난 상황을 문제로 보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원인의 진단을 통해 찾아 해결책을 구하는 문제-진단-해결의 도식방식이었다. 반면에, 교육사상가인 파커 파머, 현대물리학자겸 대화론자인 데이비드 봄 그리고 학습조직론자인 윌리엄 아이작스는 인간의 심리와 대인관계만은 문제가 아니라 역설이라는 표현을 썼다. 갈등은 문제-진단-해결의 도식이 아니라 역설-긴장의 인식-새로운 것의 출현의 도식이 맞다는 것이다. (여기서 학습조직이란 조직 4.0의 단계를 말한다. 조직 1.0단계는 위계적 조직, 조직2.0단계는 획일적 조직, 조직 3.0은 협력적 조직이다.)

 

단순히 문제-해결이라는 선형적(linear) 방식에서 역설이라는 비선형(non-linear) 방식을 통해, 서클이 일어나는 사건, 상황, 관계, 사람으로 인한 자극(stimulus)으로 인한 결핍(, 불만족, 혼란, 어둠 그리고 무력감)의 경험을 어떻게 서클은 충분함과 더 나아가서는 풍성함에로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가?

 

우주는 어둠과 혼돈(,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문제로 보지 않고 힉스-장을 통해 질량을 만들어 물질을 생성한다. 그러한 유비에 따라, 서클에서 대화가 비선형적 방식이라 함은 그 대화가 그룹 매트릭스, 곧 그룹의 분위기, 상호작용의 역동성, 그리고 에너지에 의해 혼돈, 모호함, 그리고 무질서가 질서와 의미로 전환된다는 것을 말한다. 서클에서 의미의 흐름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그룹 매트릭스에 의한 상호작용과 높은 밀도의 에너지와 교류가 일어나는 것을 통해서이다. 우리는 그러한 상호작용의 역동성을 매트릭스라 말할 수 있고 그러한 에너지와 의미가 흐르는 공간을 필드(field)라고도 말할 수 있다. 서클은 그룹 역동성과 상호작용, 분위기, 전류와 같이 흐르는 의미의 밀도가 흐르는 필드나 컨테이너의 역할을 한다.

 

서클은 어떻게 무질서, 혼돈, 그리고 모호함을 뚫고 새로운 질서와 의미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인가? 물론 경청, 열린 질문 그리고 안전한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서클이 의미의 흐름을 창발시킨다고 할 때 그 의미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빅터 프랭클이 제시한 인간 삶에서 의미 발견의 3가지 방법으로써 3 가치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뜻밖에도 도움이 된다. ‘뜻밖에도라 함은 빅터 프랭클은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 용어이지만 우리는 갈등전환과 평화형성에 있어서 서클의 작동원리에 정확히 그대로 적용된다는 의외의 사실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삶의 의미로써 창조적 가치, 경험적 가치, 그리고 태도적 가치를 말했다. 첫 번째 가치는 인간의 창의성이라는 견지에서 인간이 세상에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것은 만남과 경험이라는 견지에서 인간이 세상으로부터 취하는 것이며, 세 번째 것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곤경과 운명속에서도 자신을 넘어 올바른 방법으로 견디는 의미를 말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인간의 삶의 상황에 대해 그러한 3 가지를 적용했지만 서클에서는 정확이 이에 대한 대응적 태도가 존재한다.

 

첫째는 창조로써 의미이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서클의 철학으로써 서클은 거칠고 힘든 것으로 시작하여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 나온다.”는 말은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갈등 당사자들이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혹은 앞에 다가온 것이 힘든 것이든 서클은 그룹 매트릭스와 프로세스를 통해 그것들을 변형시켜서 보다 나은 것을 내온다. 적대자가 기여자로 갈등당사자들이 화해자로, 혼란과 위기가 배움과 성장을 위한 선물로 바뀐다. 그러한 변형은 창조(creation) 보기에 좋았더라는 상태의 출현과 관계한다. 서클은 주어지거나 던져진 것 그 자체(우리는 이를 존재성이라 말할 수 있다)에 대해 창조라는 의미부여를 통해 보기에 좋은 상태로의 변형을 가져오는 데 서클 진행자는 궁극적인 관심을 갖는다.

 

둘째는 경험에 대한 의미이다. 인간이 자연과 문화를 통해 인간의 선과 아름다움만 아니라 취약성을 경험함으로써, 그 한계성과 유일성을 만남으로써 인간의 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서클은 사회적 지위나 사회적 낙인이라는 마스크(mask) 뒤의 본래적 존재로써 타자의 유일성(uniqueness)을 접촉하고 경험함으로써 인간의 얼굴을 한 존중과 책임의식을 되찾는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옳고그름의 논리라는 추상성의 싸움의 덫에서 벗어나 본래의 존재로써 유일무이한 내 앞에 현존하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진실의 힘을 목도한다. 가면과 타이틀이 벗겨진 진면목의 타자성에 대한 직접적인 대면의 경험 그 자체는 자신의 에고에서 타자로의 초월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셋째는 태도로써 의미이다. 이는 기대되는 결과로써 이득이나 성취에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 관계없이 그가 성취해야 하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그가 대면하는 고통이나 병 혹은 문제나 도전에 대해 자신이 선택하는 태도와 방식의 일관성에 대한 것이다. 아오슈비츠 생존자로써 프랭클은 창조와 경험이 불가능한 한계 상황속에서도 태도를 통해 인간은 의미를 성취한다고 역설한다. 그런 태도적 관점에서 의미는 존재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서클 진행자는 창조와 경험에 앞서서 서비스에 대한 전적인 자신의 헌신이라는 태도를 통해 상대방의 반응에 상관없이 자신의 태도의 신실성에 의해 의미의 현존을 구현한다. 그런 점에서 결과를 가져오는 효능성보다는 태도의 신실성이 불변의 가치가 된다. 섬김(service)과 기여에 대한 절대적인 신실성이 서클 진행자의 덕목이다.

 

이렇게 서클에서는 진행자가 흐르는 그룹 역동성을 타면서 창조, 경험 그리고 태도라는 파동을 일으킬 때, 비로소 의미는 출현하여 흐르게 된다. 여기서 일상과 구별된 에너지와 지성이 발생하며, 그것에 대해 전체가 함께 교류하며 몰입이 될 때 집단지성이 작동하게 된다. 여기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가면서 강한 밀도의 일체감이 전체 장에서 느껴지면서 자신의 개별성을 넘어 더 큰 중심의 전체성에 따라 배열되어 마치 개별 쇳가루들이 전자석에 의해 배열되는 듯한 통전적 일치를 경험한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개별자의 선택은 더 이상 자신의 관점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넘어서 자기개방에 의한 더 큰 무엇의 접촉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이 이루어진다.

 

서클의 중심자아의 중심이 연결되면서 그의 선택은 폴 틸리히가 말한 자율과 타율의 모순적 분열에서 신율이라는 두동심원의 한 중심축(전체성과 개별성의 통합)을 갖게 되면서 출현하는 더 큰 진리에 대해 손쉽게 자신의 위치를 수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자아의 중심과 서클의 중심이라는 역설이 창조적 긴장을 통해 번개와 같은 섬광을 발하면서 그는 자각과 명료한 실재의 흘낏봄을 통해 앞으로 내딛는 길을 발견한다. 비록 서클에서 그러한 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흘낏봄의 순간이 지닌 질적인 깊이는 그에게 여운이 되어 가슴에 파동으로 남아 흐른다. 에너지, 소명 그리고 헌신의 기운이 다시 솟구치는 것이다.

 

 

(201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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