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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으로 느끼는 빛의 격려<

 

장미는

어떻게

그 심장을 열어

그 모든

아름다움을

이 세상에 내주었을까?

장미는

그 존재를 비추는

빛의 격려를 느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으리.

 

- 하피즈 Hafiz

 

 

어떻게 나의 갈증이 상처가 아닌 나의 현재를 돌보는 길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나를 에워싸는 뜨겁고 메마른 환경과 어둔 기운들이 생명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전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나에겐 아무런 독특성이나 잘난 면이 찾아지지 않은 평범함뿐인 내 일상이 상서로운 의미를 띠는 실마리로써 나에게 다시 경험될 수 있을까?

내 영혼의 저 깊이에 나도 건드릴 수 없는 한 낯선 괴물이 신음하고, 포효하고, 낙담하고, 웃다가 울다가 멍하니 있다가 그리곤 다시 움직이다가 춤추다가 지루하다 하는 반복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나 황홀하고 벅찬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온몸의 생채기로 인해 주저하고 떨고 움크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로 울부짖고 하면서 내가 뭐에 씌워져 미쳐있거나 아니면 제 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어떻게 나는 빠져 나올 수 있는 것인가? 마치 다람쥐체바퀴속에 들어가 앞으로 기건 뒤로 돌아 기어가건 항상 그 자리라는 절망감과 더불어 유리벽에 갇혀 식초와 같은 용액이 내 전신을 채우며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느끼는 순간, 무엇이 가능한 것인가?

 

내 모든 갑갑함과 식초에 절여지는 듯한 무기력과 혼미한 상태가 내 일상을 무질서와 혼돈으로 펼쳐지며 다시 나에게 돌아왔을 때, 나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내가 만나는 사람, 사건, 상황, 그리고 관계에 대해 비난하고 거부하거나 저항하고 혹은 뒤돌아서 멀어지거나 참호속으로 파고 들어가 꿈쩍도 하지 않는 나를 본다.

분노를 일으킨 그 인간과 받아들이기 어렵고 기대하지 않았던 불운의 상황을 저항하면서 내가 원치 않았단 말이야!’로 소리를 지른다. 내가 바라지 않은 기분나쁜 그 인간과 불운의 상황에 에너지를 쏟으면서 소리쳐 가라고 온몸으로 거부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야 비로소 생각이 드는 것은 수많은 변형들의 그림자가 내 발걸음과 함께 하며 날 따라다닌 게 바로 다름아닌 두려움때문이었다는 것을 안다. 사실은 네가, 그 상황이, 그 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에 내가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네가 밉거나 싫어서가 아니야, 내가 두려웠었어. 나도 잘 알지 못했었지만....”

내가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은, 내가 두려웠었기 때문이야. 나도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뻔히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손을 내밀지 못했었던 것은 내가 두려웠었기 때문이야. 그 당신 정체를 알 수도 없었지만....”
일이 그렇게까지 악화되는 걸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부드럽기보다 사나워졌던 것은, 내 마음이 두려움으로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었어. 나는 그것도 깨닫지 못한 채 그렇게 빗나가게 된거지....”

너도 내가 바보처럼 보였겠지만, 그건 내 두려움때문이었어. 나도 내가 바보처럼 왜 이러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속상했지만.... 이제야 내가 알게 된 것은 바로 내가 두려움속에 있었기 때문이었어.”

네가 내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다면 미안해, 그건 날 삼킨 두려움 때문에 나온 것이었어, 아마도 네 말과 행동도 그렀었겠지. 그러나 난 그때 내 두려움 때문에 네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했었어.”




이미 내 존재가 되어버린 그 두려움으로 인하여 내게로 다가오는 모든 존재는 그 두려움과 공명하여 나에게 다가왔지. 그리고 나는 내 두려움이 원인이기 보다는 다가오는 것들이 모두 두렵다는 생각으로 인해 맞서거나, 도망치거나, 어쩔 수 없을 때는 그냥 두려움을 견디거나 했던 것이다. 한 때는 용기란 두려운 것을 맞서 싸우는 것으로 이해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맞붙어 싸워 상대방을 쳐서 무너뜨리거나 겁주어 멀리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사실은 그도 내가 두려웠던 것일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오히려 내 두려움이 모든 것을 그렇게 투사한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두려움이 내 존재를 먹어 삼켰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내 세포가 그 두려움으로 훈제되어 있는 상황을 그리고 내가 숨쉬는 공기까지도 그 두려움의 문화로 허파 깊숙이 침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여기로부터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아마도 하피즈가 말한 것과 같을 지도 모른다.

장미는

그 존재를 비추는

빛의 격려를 느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으리.

두려움에 저항하는 것보다 빛의 격려를 느끼는 데 온전히 주의를 집중하기!

두려움에 맞서고 도망치고 굴복하기 보다는 빛의 격려에 내 심장을 여는 것.

난 생채기가 난 내 몸보다 아직도 숨쉬며 뛰고 있는 내 심장을 빛에 대한 민감성으로 조율하기로 선택한다. 심장과 빛을 연결하고 같이 공명하게 한다. 나의 반응을 두려움이 아니라 빛에게로 초점을 돌려, 저항하기에서 수용하기로 바꾸고자 한다.

어쩌면 나도 그런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피즈가 말한 아름다움을 심장에서 세상으로 내주는 일이.

 

장미는

어떻게

그 심장을 열어

그 모든

아름다움을

이 세상에 내주었을까?

 

자신의 생이 생채기로 꺽이거나, 심지어 가시까지 돋아나온 상태일지라도, 겉의 몸이 아니라 심장을 느끼며 살기를 원한다. 나의 그 뜨거운 심장을 열어 이 세상에 아름다움으로 나타나는 변형이 가능해지길 염원하며....

 

그런데 어떻게 심장을 열 수 있는 것일까?

 

(2017.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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