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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실존적 궁지에서 환희로<

 

본보기

 

여기 나비 한 마리가 보여주는

본보기가 있다.

거칠고 단단한 바위 위에도

행복하게 앉아 있는 나비.

이 거친 돌 위에

친구 하나 없이 혼자인 나비.

 

내 침상이 지금 딱딱하더라도

나 또한 개의치 않으리.

나도 이 작은 나비처럼

내 기쁨을 만들어가리.

나비의 행복한 마음은 바위를

꽃으로 만드는 힘이 있으니

 

-W.H.Davis

 

 

내 어렸을 때부터 가슴을 언제나 웅클거리며 경이로움을 일으키는 존재가 있었다면 그것은 나비였었다. 어떻게 저 연약한 것이 언제나 춤을 추듯 팔랑거리며 가볍게 이 힘든 세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호기심의 눈길을 가게 하는 존재였다.

 

어린 시절, 별로 책이 없던 때 학교에서 자연부도라는 책에서 처음 나비의 일생을 보게 되었을 때 애벌레에서 나비가 된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억이 생각난다. 어떻게 서로 전혀 다른 것이 그렇게 탈바꿈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탈바꿈에 고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신기하였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만큼이나 더욱 환상적인 것은 그 나비의 존재로 인해 달라지는 주변의 풍광이었다. 나비가 앉은 곳은 모두가 경이의 장소로 바뀌어졌으니 모든 사물이 그 나비의 출현과 접촉 그리고 입맞춤으로 인해 환해지고, 주목하게 되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바뀌어져 나는 얼어붙듯 멈추어 미소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느 때 애들한테 섭섭한 일을 당해 뭔지 모르게 되게 속상하며 흙 길을 걷다가 나비를 보았는 데 우는 것도 잊고 지나가며 사라지는 나비를 우연히 보고서는 미소를 띠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생각난다.

 

발이 잘려진 불운의 시인 데이비스는 놀랍게도 나비는 바위를 꽃으로 만든다는 깊은 감동의 체험을 말한다. 삶이 온통 바위천지인 상황에서 그는 나비가 바위를 꽃으로 변형시킨다는 그 깊은 존재의 연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토록 그의 삶이 온통 힘든 바위의 내리눌림이라는 경험이 고치가 되어 뭔가 터져나온 변형의 경험이 있어서 일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삶의 실존적인 고뇌는 바로 빅터 프랭클이 말한 세 가지 즉, , 죽음, 그리고 고통에서 나온다. 우리가 다양한 형태로 경험하는 이 세 가지 유형의 가슴을 내리 누르는 바위들이 일에 몰입하지 않는 잠시 틈이 나는 순간, 내 영혼속에서 느껴지는 가슴 후비듯이 들어와 그 존재를 알려준다. 애벌레로서 내가 느끼는 이 위협은 가이 실체가 보이지 않은 막연한 듯하면서도 강력한 현실성을 지니고 나를 누른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당위를 못살고 있다는 후회의 내리누름(), 유한성의 공포(죽음) 그리고 삶의 비참한 현실과 목표를 잃고 있다는 내적인 혼란(고통)이 수시로 침입하여 자기 존재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을 낯선 이로써 고지해준다. 그래서 진력을 다해 뭔가를 추구하는 애벌레로써 나는 이 죄, 죽음, 그리고 고통의 현실이 그나마 나의 노력조차 무력하게 만드는 두려움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지난 주 공동으로 탐구하다가 다가온 성서 구절이 있다.

이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5:5)

 

우리가 경험하는 모순과 무의미의 혼돈은 그 차원에서는 풀 수가 없고 한층 더 높은 차원에서 그 해결이 가능하다는 빅터 프랭클의 차원적 존재론이 생각난다. 그에 따르면 한 사람의 인식이 세로로 긴 직각사각형이고 다른 사람의 인식이 원형으로 인식될 때, 이는 갈등과 모순으로 비추어지며 혼란과 무의미로 보여지지만, 그 평면의 차원에서 입체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때 원통형으로써 비로소 질서와 의미가 부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치를 우리의 실존적 고뇌인 죄, 죽음, 고통의 경험(데이비스의 바위의 경험)이 의미와 질서에로 경험(꽃의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약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영혼의 변형(고치)이 가능하게 하는 성령으로 인한 우리 마음에서의 하느님 사랑의 부어주심이라는 사도 바울의 부활 체험에 깊은 공명이 내 가슴에서 울려온 것이다. 이 세 가지 성령, 마음, 그리고 하느님 사랑의 부음-를 통해 사도바울은 범죄” “환난” “원수” “사망이라는 세상됨에 대한 극복의 열쇠를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이 세가지 원칙의 통합은 바로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요한기자는 지배체제, 사도바울은 사망과 원수됨의 실존적 경험의 실재)에 대해 은혜와 의의 선물”(5:17)로써의 변환, 혹은 데이비스가 말한 바위의 경험에서 꽃의 경험으로 변화되는 이치가 된다.

 

- 성령은 거룩한 안내받음의 경험속에서 느껴지는 영적실재이다. 성령은 창조와 치유를 일으키며, 나의 개별성(자유와 선택)을 실재의 전체성안에서 조율되어 어려움없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나아가도록하게 하는 신적인 환경(Divine Milieu)’이다.

 

- 마음(heart)은 의지, 정서, 생각이 일어나는 내면의 매트릭스이자 장(field)이다. 이는 에고를 품고 있는 내면의 통합적 공간이며, 때로는 분노와 두려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호수위의 표면에 일어나는 파문과 같이, 더 깊고 넓은 침해받지 않은 고요함의 내적 공간이다.

 

- 신의 사랑은 신적인 환경과 내면의 마음을 채우는 생명의 에테르이다. 이 신의 사랑의 부어주심으로 인해 우리는 이 세상의 권력인 사망이 왕노릇’(5:14)하던 상태에서 화목’ ‘기쁨그리고 영원한 생명’(5:1-2, 11, 21)의 상태로 치유와 창조의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 죽음, 그리고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두려움에 의해 양육된 우리의 에고의 지각으로 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늘의 햇빛으로써 성령과 더불어 땅의 씨앗으로써 마음이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자양분에 자신을 열어갈 때 우리는 전적으로 다른 실재인 은혜와 의의 선물’(5:17)로써 사건과 사물을 만나고, 자기 생이 은혜가 왕노릇’(5:21)하는 나비로써의 삶의 경험에 초대된다.

 

나는 이러한 희망에 대해 자신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싶고 그것이 희망으로 내게 주어져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도 이 작은 나비처럼

내 기쁨을 만들어가리.

나비의 행복한 마음은 바위를

꽃으로 만드는 힘이 있으니

 

부활은 죄, 죽음 그리고 고통이 운명이나 끝이 아닌 것에 대한 영혼의 자각이다. 나의 선택은 바위의 기운(삶의 외적인 세력)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비라는 영혼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운에 의한 선택으로 나의 지각을 바꾼다. 기쁨의 창조, 바위를 꽃으로 만드는 힘은 나비라는 존재가 노력없이도 출현시키는 새로운 현실이다. 사도 바울은 그러한 경험은 성령께서 우리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의 부어주심이라는 실재의 변형술을 통해 가능하다고 고백한다.

 

성령이라는 고치 속에서 마음이라는 누에가 하느님의 사랑의 자양분을 흡수함으로써 우리는 이 세상을 변형시키는 나비로써 춤을 출 수 있다는 바울의 고백에 나의 희망을 건다.

그렇게 되기를, 진실로 그렇게 되기를...

 

(201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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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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