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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고통에서 살아있는 진리에로<

 

진리를 아는 데는 고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리를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고통까지 살아 있게 만들 필요는 없다.

- 마크 네포 -

 

자신의 인생이 긴 겨울의 추위처럼 주위의 환경의 매서움에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인생이란 어차피 다 그렇고 그런거야 하는 반복의 지루함과 삶의 거칠음에 대한 좌절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약동을 느끼는 것은 또한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신비로움이 다른 가능성을 움트게 하기 때문이다.

 

거칠고 굳어버린 땅속에서 눈에 쉽게 보이지도 않은 작고 작은 씨앗 하나가 움터서 그 거친 대지를 뚫고나와 돌보는 이 없이 자라서 어느 새 그 여리고 어린 것들이 방긋웃는 꽃으로 온 존재를 피워내는 것을 보는 순간, 경이로울 수 밖에 없는 감동이 올라온다. 얼음과 냉기를 뚫고 올라오는 작은 키의 복수초, 괭이밥(옥살리스), 수선화, 크로커스, 히아신스, 설강화(스노우드롭)들은 마치 이들이 꽃을 피워내서 봄이 온 것처럼 그 작은 존재로 주변 전체를 황홀하게 변형시켜준다.

 

고통과 어둠의 땅이 씨앗을 자라게 해 주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뚫고 나와서 다른 존재로서의 꽃과 향기를 품어낸다. 뿌리박고 있되 초월해 있는 이 삶의 역설을 보고 있노라면, 모순처럼 느껴지는 모든 삶의 사건들이 이해는 안될지라도 견디어 낼 수 있는 용기를 주게 된다.

 

그런데 꽃핀 존재로써의 초월이라는 게 그 무슨 강한 힘의 표출에 의해 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실상은 매우 연약함과 취약성의 작업으로 꽃피움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기온과 햇빛, 비와 주변의 초목들의 영향, 동물들과 곤충들의 움직임, 박테리아와 미생물 등등의 수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그 취약성에 자신을 열어 놓은 채, 주변 존재들의 진정성과 돌봄과 허락을 통해 그 개별적 존재로서 꽃피움이 가능해진 것이리라.

 

이렇게 꽃피움은 고통과 어둠의 자양분과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연약성에 대한 열려있음을 통해, 하늘의 공간과 햇살의 영역으로 자신을 드러내면서 펼쳐지는 과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땅의 영역에 파뭍히지 않고 하늘의 영역을 공유하면서 고통어린 눈물과 승화된 미소가 그 작은 꽃피움의 몸짓속에 녹아나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사순절은 고난, 고통과 연결된 순례의 수행을 하는 절기이다. 흔히 말하는 십자가의 길(비아돌로자)’이 그것이다. 이 길은 흔히 예수의 생애 마지막 생애부분에 있어서 빌라도관저의 판결당하심부터 해골산의 십자가에 달리심에 관련한 14처로 연결되어 있다.

 

1: 예수, 사형선고 받으심.

2: 예수, 십자가 지심.

3: 예수, 기진하시어 넘어지심.

4: 예수와 어머니를 만나심.

5: 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 짐.

6: 베로니카여인이 수건으로 예수의 얼굴 씻어 드림.

7: 기력이 쇠하신 예수, 두 번째 넘어지심.

8: 예수,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9: 예수, 세 번째 넘어지심.

10: 예수의 옷을 벗기고 초와 쓸개를 마시게 하였음.

11: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음.

12: 예수,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

13: 제자들이 예수의 성시(聖屍)를 내림.

14; 예수, 무덤에 묻히심.

 

내가 이제 와 이 14처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독교의 종교적이고 수난 이야기 일변도의 관점/해석의 프레임을 벗어내고 실존적인 삶의 의미로, 그리고 우리 삶의 보편성의 가능성으로 읽는다면 참 다른 삶의 맛과 통찰을 얻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것은 누구에 대한 판단, 정죄함, 강제하는 권력, 증오, 사나움, 무관심, 조롱, 무분별, 불의함이라는 제 1처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무력감의 알아차림, 취약성의 인지, 연민(연결, 지지, 위로)의 실천이라는 수행을 행한다. 이를 통해 전자인 판단, 정죄함...불의함을 십자가에 짐(2-10로처)처으로써 그것들의 무효용성을 드러내고, 신적생명(그리스도)의 존재를 현시(顯示)하는 것에 대한 통찰수행(insight practices; 11-14)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죽이는 것을 무력하게 하고 살리는 것을 비로소 드러내게 하는 과정적 실천의 모체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다가갈 때, 십자가의 길은 금욕적인 고난의 길이기 보다는 해방과 자각의 길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에고이든, 구조적 폭력이든 혹은 영혼의 폭력이든간에 그런 어둠과 고통의 장소(locus; 처소)에서 자양분을 뽑아올려 죽이고 분리시키는흐름속에 연결과 연민의 에너지에 집중하고 이를 강화하여서 결국은 가장 살아있는신성한 실재로의 변형시키는 연금술을 가능하게 하는 지혜로 다가서게 만든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세 이미지의 십자가의 길이라는 고난과 고통의 마조키즘(고통과 상처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의 반복으로서 십자가 길을 벗어나, 해방과 자유의 내면화/인격화, 그리고 진실과 은총의 실재라는 내역사화/성육화의 길로 나가는 초월의 경험을 선사받게 된다.

 

이 초월의 경험은 저위의 문제가 아니라 이 아래 땅의 실존적 깊이와 타자에 대한 관계의 넓이에로의 초월인 것이며, 어둠과 고통에 대한 배제나 징벌이 아닌 그것을 포용하고 용해하여 넘어서는 통합(integration)’으로서 온전한 자기/온전한 삶에로의 변형과 자각과 그에 대한 치열한 헌신을 말하는 것이다. ‘눈물이 눈물로 있는 한 우리에게 그것은 단순히 지옥의 경험뿐인 셈이며, 눈물없는 미소란 너무 비인간적이고 남에게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눈물이 미소와 통합되면서, 그 역설적인 긴장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유약성을 넘어서는 더욱 큰 실재와 궁극의 힘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 ‘십자가에 달린 자의 목격을 통해 일련의 무리들이 단순히 생존하기-먹고 마시기라는 자기 삶에서 일어서서, 폭력의 현장에 나서는 자(‘그대에게[이집에] 평화가 있기를’-부활의 첫 메시지이자 제자직의 핵심 미션;20:19, 10:5)로 바뀌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3년동안 바다속 어둠에 있던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이양되어 옮겨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수많은 감정의 복잡함과 단순히 아픔이라고 말하기엔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 국민 대다수가 경험하고 있다. 아직까지 그 어떤 위로가 일어날 수 없는 이 상황속에서, 무엇이 봄꽃처럼, 차거운 겨울대지 속에서 꽃피움으로, 혹은 눈물이 미소까지 연결될 수 있겠는가?

 

진리를 아는 데는 고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리를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고통까지 살아 있게 만들 필요는 없다.

 

마크 네포의 이 말은 봄꽃, 십자가의 길,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하나로 관통하면서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것은 그 어떤 위로, 치유 그리고 회복의 방향은 바로 고통의 현실에 연결되어 있음과 더불어 그것이 진리를 살아 있게 하기 위한시도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봄꽃들은 차겁고 어두운 대지 속에서 꽃피움이라는 자신의 본성이라는 진리가 살아있게 하기 위해, 십자가의 길은 샬롬(‘성령을 통해 누리를 정의, 평화 그리고 기쁨’; 14:17))의 진리가 살아있게 하기 위한 신적생명의 길을 제시한다. 세월호 인양이 그렇게 진리를 살아 있게 하기의 사회라는 수면위로 떠올려짐과 그것의 인양으로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눈물속에서도 미소를 배울 수 있다.

 

또 다시 고통까지 살아 있게만든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이자 살아있는 사회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봄꽃으로부터 그리고 사순절 십자가의 길로부터 배우는 것은 그 대지(지배체제)를 뚫고 일어서서 꽃피움과 향기를 품어내는 데로의 헌신이며, 이것이 살아있음 곧 부활의 증거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진리를 살아 있게 하기는 이렇게 뚫고 일어섬과 육적인 생명을 바쳐 치열하게 헌신하기에로 우리를 초대한다. 봄의 꽃들인 자연 생명이 그러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의 중심인 신적생명(그리스도)이 그러하다.

 

최소한 고통이 일어난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고통을 통해 배우고, 진리를 위해 일어서 헌신하는 선택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꽃피움미소의 궁극성을 알게 된다. 내가 믿기에는 그것이 악을 대적하며 악의 힘에 빠지지 않고 인양되어 넘어서는 길일 것이다.

 

(2017.3.26. 사순절 넷째 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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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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