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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감과 눈뜸



길을 간다는 것은 길을 만드는 것(making a way)과 연관된다. 길을 걷겠다는 자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경험할 것이 많은 주변에서, 그리고 집안에서도 핸드폰이나 사이버 세계가 넘치는 상황에서 길을 걸어보자는 제안은 별로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다. 또한 길을 걷은 것이 그 자체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실제로는 수단적 의미, 즉 건강을 위해 걷는 경우가 많아서 길을 걷거나 더 나아가 길을 연다는 것은 낯설거나 두렵기까지 하다.

 

길을 간다는 것과 관련하여 낯설거나 두려운 상태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야의 능력 혹은 그 회복과 관련된다. 성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 된 사람을 설정하여 길을 걷는 것 자체가 고통이거나 무력감 혹은 의존성을 증진시키는 근본 상황을 제시한다. 그리고 길을 간다는 것은 이러한 근본상황의 장벽 속에서도 길을 가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설파한다. , 눈뜸의 중요성과 어떤 장애에도 길을 가는 것이 제자직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근본적으로 눈뜸의 경험을 한다면 그는 결과적으로는 어떤 장애나 몰이해 혹은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는 길을 떠나는 여정을 밟게 되어 있고 그것은 제자직에로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 본문의 증언이다.

 

길을 간다는 것은 몇 가지 눈뜸의 과정이 일어날 때 자연스러운 결과로 찾아온다.

첫째는 자기 정체성과 삶의 조건들에 대한 근본 인식의 변화이다. 삶의 장애와 불행한 운명은 자기 탓(자기 정체성문제)나 주변환경(구조적조건)의 문제에 대한 인식에 달려있는 게 아니다. 오롯이 이 일/이 사건이 나를 통해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근본 인식을 갖는 것이다.

 

둘째는 흙을 개어 자기 눈에 바름이 필요하다. 자신이 발을 구르며 땅이 치면서 한탄했던 삶의 부정적인 경험과 화해해서 자기 눈이 되는 인식과정이 그것이다. 거부나 저항 혹은 회피가 아니라 당신의 흙의 경험을 주목하고 느끼고 접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는 실로암 연못에서 자기 정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당신의 삶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지에 대한 분별은 정보수집과 내적인 능력이나 재능탐구 등에서 출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파견됨이라는 소명과의 연결에 대한 접촉에서 일어난다.

 

넷째는 분리와 재결합의 과정이다. 당신은 유대인의 회당에서 쫓겨남이라는 기존의 틀과 문화로부터 분리되어야 하고, 그리스도(신적생명)앞에서의 꿇어 엎드림’(9:38)이라는 재결합이 그대에게 새로운 힘과 에너지를 공급한다.

 

신앙은 길을 간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길을 간다는 것은 눈뜸의 근본적인 경험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눈뜸이 가장 힘들기에 말로서가 아니라 진흙을 개어 눈에 바르는 힘든 과정이 개입되었다. 그리고 그 눈뜸은 진공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부정적 경험)와의 화해, 소명(파견됨) 그리고 신적 생명 앞에의 자발적 복종과 재-소속됨(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다)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함께 수반되어지는 통합적인 눈뜸을 통해 길이 보이고, 펼쳐지게 된다. 그럴 때 우리 세포속에 패턴화된 감각이 아니라 영에 의한 고취(being inspired)되는 감각을 삶에서 갖게 된다. 눈뜨면 노력하지 않아도 길이 보인다. 길이 안보이면 제대로 눈떠있는지 그것부터 확인하라. 그리고 길을 간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눈뜨지 않은 채 아무것이나 붙잡고 가는지 조심해 생각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크게 다치거나 실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앙은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눈뜸이 요구된다. 예수께서도 이것이 가장 큰 도전이셨다.

 

오늘의 본문; 9:1-14,35-41

 

영적 탐구를 위한 질문들

 

1. 침묵하고 자신을 열어 놓는다. 텍스트를 천천히 읽으며 내면을 비우고 텍스트가 말하도록 초대한다. 어떤 단어, 문장이 울리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면을 비추도록 시간을 갖는다. 당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텍스트가 주인공이 되게 하라.

 

2. 신앙, 길을 걸어감, 그리고 눈뜸간의 연관성에 대해, 당신은 어떤 성찰이 올라오는가? 무엇을 확인하고 있는가? 무엇이 그동안 간과되어왔는가?

 

3. 눈을 뜨는 것은 흙을 개어 눈에 바르고 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어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흙은 신적생명의 한 흔적인 침이 흙에 섞임, 눈에 바름, 가서씻음이 한 과정속에 발생한다. 이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준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개인 흙의 경험이 있었는가? 그것이 눈뜸으로 연결되었다면 무엇때문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어째서라고 생각하는가?

 

4. 믿는다는 것은 보는 것’(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37)과 꿇어 엎드리는 것(38)이 함께 통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당신의 삶에서 무엇이 그런 과정을 방해하거나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5. 기도하고 묵상한다: 하느님의 영이 당신에게 말한 것을 묵상하고 마음에 품는다. 그래서 그것이 내안에서 생명을 갖고 내 영혼에 부어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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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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