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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진정한 적은 폭력과 증오 그 자체이다

                                                                                                              박성용 비폭력평화물결대표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어느 듯 60년이란 세월을 맞았다. 천안함 사건도 이제 100일이 지나고 있다. 민족을 고통의 심연 속으로 몰아넣은 이 사건들은 그러나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과거의 진실들은 묻혀 사라져가고 있으나 상처는 현실로서 남아있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고성능 초계비행기와 여러 구축함들이 개입된 한미연합 군사작전기간에 터진 천안함 사건은, 당초 정부의 자신 있어 하던 북한소행의 주장들에 대해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었으나 기대만큼 국제적 해결의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군사평론가도 아닌 평화운동가로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무력분쟁의 사건들이 갖고 있는 일정한 패턴이다. 그것은 원인과 상황적 구조에 대한 분석 없이 모든 지적인 노력과 에너지를 '누가 저질렀는가?'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한 '보복 히스테리 증상'에 관한 것이다. 한국전쟁, 9.11 그리고 천안함 사건 등이 보여주는 것은 누가 이일을 저질렀는지 이론을 세우고-여기에는 온갖 전문가들이 동원된다― 지목된 상대방은 적/악마로 선전되며, 적/악마로 이름 붙여진 이들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응방법은 군사적 보복이며 그들의 대량 희생은 정당화되고 희생된 아군은 반대로 영웅화된다. 고통과 희생이 상대방을 가르칠 것이라는 가치관과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를 증폭시킴으로서 이에 대한 준비와 경각심 그리고 폭력적인 힘에 의존하는 안보/안전에 대한 신뢰가 전체 사회를 휩쓸게 된다.

사실상 그 결과는 더욱 심각한 안보환경의 위기와 비효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맹신에 가까운 이런 보복 히스테리와 폭력 각본에 대한 집착은 이미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사회화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보았던 뽀빠이와 부루트스 연재만화가 주는 교훈은 우리의 삶은 전쟁지대이고 상대방과의 유일한 게임은 결투이며 약자인 올리브는 부루트스와 협상하거나 설득의 방법을 한 번도 시도하지 못하고, 과거의 폭력경험으로부터 아무런 대안적 방법을 찾아내지도 못한다. 오직 부루트스의 폭력에 맞서는 유일한 해결은 상대방이 지닌 똑같은 폭력적 힘을 더 많이 가진 정의의 사도 뽀빠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뽀빠이(이는 정치에서는 국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올리브의 자율성과 상관없이 보호해 주었다는 이유로 사랑을 강요해도 그것은 정당한 대가로 이해될 뿐이다.

보복으로 맞서는 것이 용기이고 약자란 불행한 것이며 강자를 다루는 방법은 힘을 축적하거나 그 힘을 빌리는 것이라는 '폭력의 각본'을 우리는 내면화하면서 자라났다. 그것이 정치군사적이든 개인의 수준이든 혹은 그룹간이든 이 폭력의 각본에 의한 우리 영혼과 사회구조의 프로그래밍은 보편화되어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폭력의 맞대응에 대해서는 그 효능에 대해 한번도 의문시하지 않으면서도 비폭력에 대해서는 그 효험성을 입증하라고 사람들은 질문하며 의심하게 된다. 간디는 10만밖에 안되는 소수의 영국군이 어떻게 3억의 인도인을 지배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수의 특권층 몇을 제외하고는 4천만 이상이 평화를 염원하는 데 어째서 남북문제는 안 풀리는가? 우리가 폭력의 각본에 길들여짐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따라서 대안은 아주 쉬운 것이다. 저항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협조만 안하면 되는 것이다. 엄청난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의식적으로 폭력의 각본에 협조만 안하고 살면 그 폭력 시스템과 폭력 문화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우리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입장에 대해 과잉교육을 받은 상태이다. 전쟁지원을 하는 정치인, 법어긴 이를 처벌과 박탈이라는 감방으로 보내는 판사, 전쟁대본의 영화사, 전쟁게임 제조업자, 군사학을 가르치는 수많은 대학, 아이들의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용인하는 부모, 전쟁영웅을 가르치지만 비폭력평화운동의 역사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교사들로 사회는 가득 차 있다. 아니 1년에 26만 명씩 사람을 죽이는 연습을 하고 사회로 배출되는 군제대자들이 홍수처럼 사회 속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이에 반해 평화활동가들은 얼마나 되는가?

사랑, 자비, 희망, 가능성, 자기 초월 등이 우리의 본질적인 자아이고 사회적 안전의 근거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라는 비폭력적인 평화교육이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지지 않는 한 우리에겐 언제나 전쟁과 폭력의 다른 사건들은 이미 예고되어 있다. 평화는 과정이기에 갈등해결방법도 평화이지 않는 한 이루어질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비극적 상황들의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려면 다음과 같은 간디의 말을 새기고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사랑에 이르고, 평화를 통해 평화에 이를 것입니다."


2010.7.6.

(관악구 봉천동 두리하나공부방 소식지 "함께하는 세상"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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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박사 | eco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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