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 -문화적 약자를 위한 교육 과제 :: 2006/12/14 10:07

 

               다문화 사회와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박성용 박사/비폭력평화물결공동대표

                                               ecopeace21@hanmail.net

            -------- 목 차 -------

서론

1. 한국사회의 위기로서 지구화와 다문화의 도전

2.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3.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의 과제

4. 다문화/국제이해교육의 교수학습법

5. 다문화교육의 중심주제로서 편견극복

6. 미래의 변화와 전망

결론



서 론


최근 몇 년동안에 급속하게 논의되고 있는 담론은 바로 지구화(세계화, globalization)이며 그 지구화 현상 중에 하나가 바로 다문화사회의 도래 이다. 몇 가지 예로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국내 결혼중의 13.6%가 국제결혼에 해당되고, 외국인노동자도 40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미 청소년들에게는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깊숙이 퍼지고 있는 상태이고, 역으로 한류열풍은 일본과 동남아등지로 퍼지고 있는 추세이다. 얼마 전에 미식축구 영웅이자 재미동포 2세인 하워즈 워드의 방문을 계기로 그토록 굳건하던 ‘우리 안에 있는 타자’들에 대한 무관심을 검토해야 한다는 각성의 소리가 언론에 한 동안 등장하였으며, 또한 지난 11월 28일 여성가족부는 「여성결혼이민자가족 사회통합 지원 대책」이란 방안을 내놓고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표명하였다.


이는 한국사회의 일반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다문화사회로 한국은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조이다. 그러나 정책과 한국민들의 정서와 의식은 아직 따로 표류하고 있으며, 한 민족이란 신화로 인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다양성문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외국에서 어렵게 온 재외동포들은 조국과의 만남이 쓸쓸한 분노의 경험이었다고 토로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한국여행자에 대한 태도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볼 때가 종종 있게 된다. 이는 바로 ‘우리’라고 부르는 획일적인 정체성 안에 존재하는 문화적 편견과 문화적 타자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적 실천의 벽이 높게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우리가 새로 경험하고 있는 새로운 문명의 현실과 사회변화에 대한 고찰을 통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다문화적 위기상황에 대해 어떻게 교육이 그 해결점을 모색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총론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국제이해교육과 다문화교육의 초점이 각각 ‘우리 밖의 타자’와 ‘우리 안의 타자’에 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정복과 소유의 문화가 아닌 공생과 상호소통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한다. 따라서 필자는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이란 연결주제를 통해 그 과제와 학습론 그리고 특히 다문화사회에서 편견극복을 통해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지속가능한 다문화공동체의 구축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1. 한국사회의 위기로서 지구화와 다문화의 도전


1990년대 이후로부터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는 지구화(globalization)의 물결은 전 인류의 삶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금융과 자본의 세계 경제의 통합과정, 동서냉전체제의 붕괴, 인터넷 정보통신망의 발달 등으로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는 지구촌화되어가면서 지구촌 인간의 삶을 지탱시켜온 삶의 구조를 해체시키고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생활양식과 패턴을 형성해야 하는 도전과 기회로서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화의 도전이라 함은 민족국가의 단위에서 국제화시대로 변화되는 과정 속에서 상품, 정보, 사람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그동안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이 되었던 국가와 민족의 개념이 점차 해체되거나 모호해지는 지구촌(global village)에로의 변화 속에서 다국적 기업, 국제(금융)기구, 국제협약 등의 초국가권력이 힘을 얻고 주도해가는 탈-국가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세계가 전개되고 확대됨에 따라 일정한 사회적·지리적 범위를 경계로 형성되었던 공동체적 동질성이 약해지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나 집단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 정체성의 위기는 사회정치적 패러다임 변화만큼 다문화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오는 것이다(한국국제이해교육학회, 2006, 7).   


세계화로 인한 사회·문화적 정체성의 위기는 특히 동일한 혈통·언어·문화의 한민족이란 민족 정체성을 근간으로 굳건한 민족의식과 정서를 지탱해준 문화적 정체성은 한때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정의 추진력이 되었지만 이질적인 것과 공존해야 하는 오늘날 통합능력의 임계점에 다다름으로써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한국사회에 급속한 변화를 몰고 오는 요소들은 이동과 통신의 시공간적 단축, 선도하고 있는 IT산업을 통한 정보의 폭증, 급속한 농촌과 도시의 변화,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이 주도하는 아파트문화로 인한 마을공동체의 해체, 다문화가족과 이주노동자의 급증, 해외여행의 열풍 등의 예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경제력과 정치·문화적 영향력으로 인한 발언권이 커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민족중심주의의의 오만성과 배타성 그리고 권위주의가 몰고 오는 해외와 국내에서 가난한 유색인종이나 약한 민족들에게 대한 경시와 차별은 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낳고 있다. 돈을 쓰러 왔는데도 사람대접을 안 한다는 이야기나 외국인 노동자, 현지 노동자,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의 이야기는 어디서나 흔히 듣는 이야기이다. 이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자리는 무엇이며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은 이제 단순히 지적인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국제적 운명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화가 또한 피부색, 문화, 관습,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의 기법을 터득할  기회를 제공한다. 어울려 살지 않으면 지구촌 사회에서 고립될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수많은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빨리 변화하고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당연시 되어온 명제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요구하는 바와의 불일치를 경험하면서 그동안 통용되어온 상식과 신념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범지구적으로 새로운 세계관과 생활양식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지구촌락에서 자아와 세계를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보편감각과 더불어 살줄 아는 책임성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인종·다문화·다종교·다언어에 대한 태도는 다문화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인식의 문제이다. 전혀 낯선 ‘타자’를 그 나름으로 이해하고 그 관계 속에서 ‘나’를 상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는 폐쇄적이고 국수적인 자국중심논리에서 벗어나 인류공존의 생활방식을 체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명의 존재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최근 민족우월주의와 문화제국주의적인 편견에서 나온 결과(예, 반셈주의, 반이슬람주의)들은 수많은 국제간의 전쟁과 폭력 그리고 상호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자본주의적 경쟁논리의 세계화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공존을 지향하는 세계화가 요구되고 있다(울리히벡, 2000). 그 예로서 지구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시민사회운동 중에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은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슬로건아래 약육강식의 세계화 논리에 반대하고 세계인의 공존을 지향하는 지구촌을 만들기 위한 지구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체재를 넘어 공존으로 삶을 위해서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제도적 변화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인식론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은 이를 뒷받침할 교육내용 없이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주로 경쟁사회의 엘리트 지향 입시교육에 엄청난 교육열과 고비용을 투자하면서도 산출효과는 비효율적인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이미 설정된 목표에는 열심히 노력할 순 있어도 전환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설정하는 안목과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취약한 실정이다. 시대의 징조들을 읽어내고 적시에 그에 대한 의미화의 작업을 할 줄 아는 새로운 교육학적 안목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2.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학문의 영역속 에서 행해지는 훈련의 새로운 전환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패러다임이론을 통해 소개한 이는 토마스 쿤(Thomas Kuhn)이다. 원래 그는 과학적 훈련에 있어서 어떻게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기존의 인식틀(paradigm)을 대치하는 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그의 저서 「과학적 혁명의 구조」에서 제기된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이론은 그 이후 각 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신학 그리고 사회학의 분야에 적용되었다.


쿤에 따르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첫째 전통적인 모델이 해결할 수 없는 이상증세(anomalies, 혹은 역기능)에 대한 주목에서 탄생한다. 둘째, 기존의 인식틀에 맞지 않는 이상증세 혹은 역기능의 계속적인 지속이 위기를 가져와서 이것이 과학적 훈련의 중심주제가 된다. 셋째, 그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여기에 관심을 가진 일련의 무리들이 훈련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가 패러다임의 정당성과 생존의 여부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택한 결과로서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법에 있어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세상 혹은 실재(reality)는 다르게 경험되고 인식된다.


쿤이 제기하는 패러다임 이론은 오늘날 지구화와 다문화화하는 우리의 상황속에서 교육의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에 중요한 시사점과 공헌을 하게 된다. 새로운 교육모델의 형성에 있어서 교육학자들이 쿤의 이론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 모델이 바꾸어져야 할 이유는 기존 모델이 무시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이상증세나 역기능이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자민족중심주의, 국가주의, 혹은 비인간화하는 현실에 눈을 감은 교육적 모델은 인류공존과 문화적 타자와의 소통에 역기능 혹은 무력감을 나타내고 있다. 둘째로, 교육의 과제도 이상증세 혹은 역기능이 주는 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목하고, 그런 점에서 역사적이며 상황적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는 전례 없는 이상증세인 다문화적 경험이 주는 위기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교육이 공헌해야 하며 따라서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셋째,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과 그 존속은 그것을 가치 있게 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공동체(학자들, 활동가들)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따라서 다문화 학습공동체(단체, 기관)의 존재는 새 교육 패러다임에 필수적이다. 넷째, 새 패러다임을 새로운 실재를 드러낸다. 즉 다문화적인 교육의 패러다임은 다문화 사회 현실에 대한 적절한(relevant) 이해를 강화하며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이 몰고 오는 실재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삶의 방식이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실재에 대한 인식지평이 넓어지는 것이다. 첫째는 지구촌의 구조와 상호연관성에 대한 이해이다. 세계시민으로서 살아야 할 우리와 미래 세대들의 삶의 구조가 갖고 있는 민족, 문화, 인종간의 상호연관성을 가르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해외여행, 해외유학, 해외직장, 이주노동, 교환근무, 다문화결혼, 이민 등이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에서  자기 정체성과 관계가 이 상호연관성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둘째는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공동의 집인 지구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가치와 태도의 형성이다. 인류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자기 문제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일어나는 절박한 문제들(빈곤, 질병, 환경파괴, 폭력의 세계화 등)을 자신과 자기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셋째는 다문화사회에서 타문화 이해, 관용, 대화를 통한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의 육성이다. 교환방문, 타문화 체험학습, 국제 워크캠프, 해외여행 등을 통한 타문화이해는 문화적 타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자문화와 자기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미 구미와 유럽의 선진국들, 호주,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이 다문화·다인종의 국가로서 진입한지 오래이며, 문화적 타자를 차별화하면서 일어나는 폭력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 그에 대한 치유와 예방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현택수외, 2002).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제로서 ‘새로운 인식은 새로운 실재를 드러낸다’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어린이에게 있어서 삶을 보는 눈과 생활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예로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를 통해 이해해 보자. 이 이야기가 전하는 삶에 대한 인식틀(paradigm)은 경쟁과 승리의 삶과 이를 위한 성취로서의 삶의 과정이 암묵적인 전제로 깔려 있다. 삶의 실재는 타자간의 경쟁과 승리에 기초하며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가치와 태도는 성실함이다. 우리의 판단과 행동에 일정한 틀을 제공하는 지식체계(paradigm)가 전제되어 있고, 이 이야기를 듣고 성장하는 구성원들은 이러한 경쟁의 문화를 자신의 의식과 정서로 내면화하여 당연시하게 된다.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당연시하며 전제하고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이상증세(역기능, 변종)를 발견함으로 탄생한다. 중요한 암묵적인 전제에 질문을 아이들이 던진다. “선생님, 거북이가 불쌍해요. 왜 땅에서만 경주를 해야 하나요? 물에서 하면 더 잘 이길 텐데요.” “선생님, 저는요 누가 지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땅에서는 토끼가 거북이 엎어주고, 물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엎어서 가서 같이 손잡고 우승하면 안 되나요?” 천진한 아이들의 질문 속에는 게임의 규칙이 공정한지(첫 번째 질문)를 묻고, 또 그 게임이 꼭 경쟁과 승리를 목표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두 번째 질문)를 제기한다. 누가 이 게임을 만들어 즐기는 것인가? 다민족·다문화로 지향하는 지구촌락사회 속에서는 이 이야기 속에 전제되어 있는 당연한 전제와 가치관이 문제가 된다.


토끼 민족/문화와 거북이 민족/문화가 만났을 때 승자-패자의 삶의 게임이 아니라 서로가 상생하는 삶의 게임을 즐기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은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일까? 거북이가 이기는 정답을 누가 만들어 냈을까? 이 게임은 공정한 것일까? 지식을 생산하고 수용하는 방식이 획일적인 사회속에서 이미 만들어진 정답을 외우는 교육시스템의 한계는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이상증세들-다인종·다문화·다종교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수많은 갈등과 희생자들을 생산하게 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상호의존과 공존의 게임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새로운 삶의 이야기는 다음의 내용을 갖게 된다. 토끼와 거북이는 경쟁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름은 경쟁과 비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조화를 위해 있다. 차이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토끼가 뭍에서 엎고 뛰기와 거북이가 물에서 엎고 헤엄치기- 이로 인해 서로가 삶의 기술(art of life)에 있어 풍성해진다. 삶의 역경을 이겨내는 힘의 근원은 손잡고 연대하는 데서 나온다(power as connection/solidarity).


실재는 있은 그대로가 아니라 인식틀(perspective 혹은 paradigm)을 통해 보여 진다. 새로운 실재는 새로운 인식틀을 가치 있게 보는 공동체에 의해서 드러나고 유지되고 확산된다. 엘리트공동체의 지배-종속 문화는 삶의 실재를 경쟁의 구도 속에서 보고 그에 따라 토끼와 거북이의 삶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새로운 다문화교육 공동체의 문제의식은 “~가 불쌍해요!”라는 희생자에 대한 식별과 주목을 통해 온다. 삶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큼 심오한 지식이고 재미를 주던지 간에 희생자가 존재한다면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과 태도가 이들을 묶어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어 낸다. 다문화사회속에서 교육의 중심은 희생자에 대한 민감성(sensibility for the victimized/marginalized Others)을 키우는 데 그 초점이 있다.


다문화·다인종의 사회속에서 중심으로부터 밀려난 주변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다문화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은 당연히 기존의 패러다임 체제에서 이득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그 기득권을 포기하고 변화를 일으켜 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심의 눈치를 보고 거기에 편입되고자 애를 쓰는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상증세의 위기는 더욱 커지며 거기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다문화공동체는 주변자들의 처지를 직시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줌으로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통한 인식지평의 확대와 공생적 사회의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당함을 확증한다. 이러한 다문화공동체의 출현으로 새로운 인간과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3.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의 과제


필자가 다문화·지구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교육의 중심이 희생자에 대한 민감성 회복과 주변자(the marginalized)와 손잡는 데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의 역사적 변천과 그 내용의 흐름 속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다문화/국제이해교육은 세계 도처에서 다르게 그 이름이 사용된다. 한국 일본은 분명하게 유네스코의 영향에 따라 국제이해교육(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으로, 유럽과 호주는 다문화교육 혹은 문화간교육(multicultural/intercultural education)으로 미국 등지에서는 세계교육(global education)이나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 education) 그리고 동남아등지에서는 가치관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워져 지역적 이슈와 특성이 결합된 지구시민 양성교육을 해오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다른 국제정치학, 국제관계학등과 달리 지구촌락사회에서 상호존중과 공동발전을 위해 다른 나라의 문화, 역사, 인종, 습관, 종교 등을 이해시키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외국에 대한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상호의존성에 근거한 대화의 증진에 중심이 서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평화의 문화를 정착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교육으로서 이해를 통해 갈등을 넘어 공존과 협력, 평화를 달성하려는 의도를 가진 가치지향적인 교육이다(이삼열외, 2003).


국제사회에 있어서 평화의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으로서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논의는 1974년 11월 17일 유네스코 18차 총회가 채택한 “국제이해, 협력, 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기본적 자유에 관한 교육 권고”(Recommendation concerning Education in International Understanding, Cooperation, and Peace and Education relating to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가 시발점이며 이는 국제이해교육의 방향판을 처음으로 설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교육의 과제는 인권, 자유 지배와 예속으로부터 해방, 평화를 유지할 책임, 인종차별주의, 식민주의 반대 등에 있으며 인류의 문제로서 사회적 불의와 불평등, 민중의 권리와 평등권 및 자결권, 식민주의, 문맹/질병/기아와의 싸움, 환경오염과 자연자원 문제 등의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고 교육의 방향성을 폭넓게 설정하고 있다. 


또한 1994년 10월 전 세계 교육부장관들이 모인 44차 국제교육대회(International Conference of Education)에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의 통합적 실천 요강”(Integrated Framework of Action on Education for Peace, Human Rights and Democracy)을 발표하고 유엔창립 50주년인 1995년 28차 유네스코총회에서 총회의 선언문으로 결의됨으로써 21세기 교육의 방향에 대한 기념비적인 지침을 제시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폭력,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종교적 불관용, 평화.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평화와 지속가능성의 문화증진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길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이 요강에는 교육이 개인, 성, 민족, 문화 등의 다양성에 존재하는 가치를 인식하고, 수용하며, 의사소통능력의 개발을 통해 다원주의 문화와 다문화사회의 지구시민으로서 상호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키워주어야 한다는 지구적 합의가 형성되었다. 


국제이해교육과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이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그 실행방향에 대한 권고와 실천요강이 제시되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 목표는 세계시민으로서 책임있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인권과 자유, 평화의 문화, 지속가능한 발전, 민주주의 등)을 가르치는 가치관 교육인 것이다. 이는 아는 것을 힘으로 나와 국가가 잘 살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세계의 상호의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평화롭게 사는 교육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 각자가, 각 국가가 가장 결핍한 문제이며 심각히 고민해야 할 과제라는 문제인식에서 나온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 나와 개별국가중심을 넘어서서 남과 세계를 중심으로 보고 더불어 사는 것을 목표로 지구촌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으로서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의 존재의미가 설정된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의 과제는 단순히 문화적 타자들의 언어, 역사, 사회, 인종, 종교, 습관들에 대한 문화 익히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문화 익히기를 통한 이해와 공감능력의 향상은 지구시민들이 안고 있는 빈곤, 질병, 생태파괴, 세계체제의 불평등과 같은 지구적·지역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에 있어 공동의 지혜와 노력을 담아내고, 이를 지원하는 평화, 인권, 민주주의, 문화다양성, 지속가능성 등의 보편적인 가치들을 개인의 영혼에 내면화하고, 사회구조 속에 시스템화하여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지속가능하고 공감적인 지구공동체를 지향하게 된다.


유네스코의 “21세기 교육위원회(Int'l Commission on Education for 21 Century)"에서는 교육의 4 기둥(pillars)으로서 ① 알기위한 교육(learning to know) ② 행동하기 위한 교육( learn to act) ③ 참인간이 되기 위한 교육(learning to be) ④ 함께 사는 것을 배우는 교육 (learning to live together)을 제기하고 특히 네 번째인 함께 사는 것을 배우는 것이 21세기 교육이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으로 지목하였다(Jacque Delors, 1996). 이는 인류의 평화와 복지향상없는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은 빈곤의 세계화와 갈등과 전쟁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교육의 새 방향과 내용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과 권고에 따라서, 아직도 분단논리, 자민족주의, 국가중심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방향은 분단과 냉전체제, 민족주의, 민족국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21세기 지구촌락사회 속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며 또 함께 잘 살기 위해서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중심적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1995년 28차 유네스코 총회가 채택한 교육의 실천요강인 평화, 인권, 민주주의 등의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여 개인, 공동체, 국가, 세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교육의 방향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타문화에 대한 예민성 키우기, 문화적 약자에 대한 힘을 북돋아주고 지원해주기에 관련한 다문화교육의 인프라구축과 확대는 절실한 과제이다. 어느 전문가는 다문화교육이 “학교가 억압받는 그룹에 대항하기 보다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 하는 교육”(Sleeter, 1992, 141)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이 정보를 얻는 지식의 교육이 아니라 함께 사는 태도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많은 유네스코간련 ASP 학교들(‘국제이해와 친선을 위한 친선학교’;Associated School Projects)이학교단위의 국제교류, 교환연수, 방문여행, 자매결연 등을 통해 문화적 타자들에 대한 접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이 주창하는 지식의 축적이 아닌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생활양식의 변화와 새로운 개인, 공동체, 국가, 세계의 구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미지수이다. 지정학적으로 국가를 넘어서는 문화적 타자와의 접촉만이 아니라 국내의 문화적 타자(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에 대해 지배문화의 일방적인 소수자들의 동화정책(the policy of melting pot)에 의한 소외와 차별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4. 다문화/국제이해교육의 교수학습법


국제사회의 논의과정 보여준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지구적 합의(95년 실천요강)는 개인, 지역, 국가의 모든 삶의 차원에서 평화의 문화 건설을 위한 교육운동이자 비폭력운동으로서 그 내용을 갖게 되고, 그에 기초하여 좀더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지속가능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넘치는 세계를 위한 아이디어, 전략, 교훈과 꿈을 어떻게 공유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이 교수학습법의 범위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다문화·다인종의 세계화시대에 직면하여 ‘나’와 ‘우리’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과 ‘타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배워야 하는 도전에 어떻게 적절히 책임 있게 대처할 것인가가 핵심이 된다. 문제는 이미 존재한 기존의 범주에서가 아니라 우리 각자가 지구적 동의를 통해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 세상에 맞는 정체성을 찾아내는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문화/국제이해교육의 교수학습론에 있어서 우선적인 통찰은 다문화/국제이해교육이 통전적이고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통전적(holistic)이라 함은 삶의 전 과정 즉, 학교만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를 교육의 장(context)으로 설정할 뿐만 아니라, 그 주제에 있어서도 ①폭력문화의 해체, ②구조적 불평등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정의의 실현, ③인권과 책임의식 고양, ④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⑤타문화존중과 이해, 그리고 ⑥내적 평화 등 삶의 외적 구조와 내적 차원을 망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비판적(critical)이라 함은 사람들의 능력향상(empowerment; 상황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 갖기)과 바람직한 지구공동체 형성을 위한 개인 및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transformation)를 추구하는 교육원리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다문화세대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초점이 될 때에도 그 시작은 타문화존중과 이해를 중심으로 위의 다른 다섯 가지 주제와 통전적으로 연계되며, 비판적 학습방법론이 바람직한 모형이 될 것이다. 


다문화/국제이해 교육의 교수학습법은 인식(knowledge), 가치와 태도(value & attitude) 그리고 기술(skills)이라는 세 구성체계의 해석학적 순환(hermeneutical circle)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총체적/통전적 인식으로서 편견, 오해, 평화부재상태 그리고 갈등과 폭력의 원인과 상호작용 관계를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화간 이해의 문제에 있어서 총체적 인식은 타문화에 대한 문화적 감수성, 종족·문화간 갈등의 근저에 있는 정치적·경제적인 구조적 불평등의 이해, 군사주의와 환경파괴, 인권, 개인의 평화에 대한 이슈들 간의 상호의존성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통전적 인식이라 함은 교과과목에 있어서 다문화교육을 사회과목만이 아니라 평화의 가치와 책임감으로 연결시키는 관점을 모든 과목에 스며들게 하는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회과학분야의 평화적 시민만이 아니라 과학기술, 경영, 법조, 정치 등의 분야에서도 평화적 시민의식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대화를 지향하는 가치와 태도의 양성이다. 여기서 대화라 함은 교육자와 학습자간의 일방적인 정보제공이라는 ‘은행적립식 방법론(banking methodology)'이 아니라 양자 간에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 서로 교육하고 배우는 쌍방통행의(interactive) 방법론을 말한다. 이 대화방식의 교육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현실과 경험, 욕구, 이해와 편견, 절망과 꿈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교육자는 촉진자(enabler)로서 학습자의 자각과 헌신을 높이고 양자간의 공감적 분위기를 창출함으로써 창조적이고 참여적인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높은 질적 효과를 얻게 된다.  여기서 대화는 또한 순수하게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것을 넘어서서 학습자의 사회·경제·문화적 사회맥락(context)을 읽어내어 공동체의 문제에 적용 가능한 소통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대화의 교육에 있어서는 고통에 대한 연민, 정의, 평등, 생명존중, 화해 그리고 자아의 문화적 다중정체성에 있어서 자기 존중 등의 가치와 태도가 교육과정 속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세 번째는 비판적 능력향상을 위한 기술의 연마이다. 이는 학습자의 가슴과 영혼을 트이게 하여 평화를 지향하는 개인적·사회적 변화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갈등과 폭력을 다루는 법, 개인과 공동체가 처한 비인간적 현실의 원인의 인식능력과 그 해결을 위한 배움이 학습자에게서 일어나야 한다. 여기서 중요시되는 것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아니라 학습자 자신이 개인과 공동체가 처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그리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변화시키고자 행동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실천(the praxis of empowerment)인 것이다. 


위에서 논의한 원리들이 한국의 다문화교육 현장속에 적용될 때 학교교육의 내용과 교과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예를 들어 교사채용, 커리큘럼, 능력별 학급편성, 시험, 교육법, 훈련정책, 학생 참여, 학부모와 공동체 참여 등에서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습자와 다문화세대의 욕구와 보편적 가치가 스며드는 새로운 학습장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다양한 문화집단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상황중심적(context-oriented) 교육, 다문화배경의 학습자의 학습욕구를 중심으로 하는 학생중심적(student-oriented) 교육, 그리고 다문화지식체계의 증가보다는 문화적 타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사회·문화적 개혁을 목표로 하는(socially-oriented)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소수자 교사 채용, 반-편견, 협력학습, 인간 관계형성과 갈등해결, 학교 교육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부모의 능동적인 참여, 다문화 상담, 자신과 타자의 수용과 존중, 의사소통 기술, 학습자가 안고 있는 구체적 문제 중심의 학습(problem-based learning) 등이 필요하다(Sleeter & Grant, 1993).


5. 다문화교육의 중심주제로서 편견극복


한국에서 문화적 타자에 대한 편견의 문제는 다문화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한국적 상황에서 편견의 원인이 정치지배이념, 유교의 계급문화, 냉전논리, 단일민족주의, 지역갈등, 계급차별, 성차별 등의 중층적인 성격을 지닌 문화편견과 연루되어 문화적 타자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화편견에는 개인의 인지적 차원에서 오는 요소(협소한 견해, 좁은 세계관, 고정관념, 흑백논리, 오해와 착각)와 더불어 사회심리학적 차원의 요소(집단적 이기주의, 지역차별주의, 계급차별주의,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민족우월주의)가 함께 존재한다. 이렇게 개인의 편견에 근거한 생각과 태도가 사회문화적 요소와 역동적 관계를 갖고 이데올로기-교육-문화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면화하고 사회화함으로써 여러 사회적 관행으로서 차별의 형태들을 취하게 된다(오성주, 2002, 14).


한 개인이나 사회의 가치나 가치관을 지나치게 일반화 및 획일화시키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계층과 종족들이 우수해서 적자생존의 논리에 따라 열등한 문화적 타자와 구별된다고 믿음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 지배이데올로기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재-강화됨으로써 계층 간의 구별과 고정관념 그리고 대립관계가 형성됨으로서 악순환을 겪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계층에 따라 힘, 부, 명예, 영향력, 수입이 분배가 이루어지고 이를 당연히 여기게 된다. 그리고 개인은 소속집단의 사회계층에 따른 인간관계와 교육을 통해 지배이데올로기를 수용해 가면서 자기 정체성 형성하고 사회적 역할을 유지함으로써 편견도 유지되고 강화되게 된다(socialization of prejudice). 그리고 세계관, 가치관, 상징, 제도, 규범 등의 문화적 요소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동양식을 제공하게 된다(enculturalization of prejudice). 이렇게 사회화되고 문화화된 편견은 다시 개인의 삶에 자리잡음으로써 내면화의 길을 겪는 악순환을 밟게 되는 것이다(Allport, 1979; 오성주, 2002). 정치나 경제적 힘을 가진 문화적 엘리트 집단들이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우열과 서열을 통해 주변문화를 차별화함으로써 소외, 무시, 분열, 갈등, 그리고 폭력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편견의 문화를 조장하는 교육을 지양하고 상호이해와 대화에 근거한 다문화교육을 위해서는 과거에 이미 만들어진 가치와 규범을 암기하고 주입하는 폐쇄적인 교육을 넘어서서 다원주의 현실을 긍정하고 관용과 개방성, 상호의존과 책임을 강화하는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편견극복을 위한 교육의 해석학적 순환은 ① 편견과 차별의 문제인식(문화적 침묵을 깨기와  잘못된 인식을 밝혀내기), ② 편견과 차별의 원인과 과정 대한 비판적 성찰(동기, 구조 등의 분석), ③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문화적 자산과 잠재성의 발견(저항능력과 비전의 공유), ④ 재교육과 사회적 실천(정의와 평화를 위한 공동체의 조직과 확대) 등의 과정을 통해 사랑과 정의에 기초한 대화의 문화를 창조하게 된다. 편견의 문화는 지배와 차별을 강화하는 사회적 제의, 관습, 상징, 사회구조를 통해 형성되며 권력, 지식 그리고 사회적 제도 간의 공모를 통해 영속화되기 때문에 편견의 극복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사회적 실천구조, 상징, 제도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되어진다. 그러므로 다문화교육은 온전한 인간성의 회복과 바람직한 사회의 재-구축을 위한 실천을 위한 교육인 것이다.   


6. 미래의 변화와 전망


미래사회에 대한 불예측성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에 가시화 되고 있는 IT산업을 통한 지구적 정보사회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구적 정보사회의 구축은 다면적인 지구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이 서로 교차하면서 지금의 지정학적인 경계를 허물게 되면서 다민족·다인종·다문화·다종교의 접촉을 더욱 긴밀하게 하게 하며, 운송, 통신, 정보의 빠른 흐름이 지구시민들로 하여금 여행, 직업, 연구 등의 이유로 국경을 넘는 이동의 기회를 더욱 가시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족, 이주노동자의 유입, 해외기러기가족 등에 의한 문화적 타자의 접촉도 가속화하게 된다.


정보사회의 도래는 다문화 영역에서 여러 특징을 우리에게 확인해 준다. 지금까지의 피라미드형 문화구조는 이제 정보사회의 조직원리에 따라 수평적 네트워크형으로 바뀌게 되며, 인간의 삶의 질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따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폐쇄적인 직선형 조직형태는 순환적인 수정구조(feedback structure)로 바뀌면서 조직과 공동체를 개방형구조로 소통시키면서 조직과 공동체를 쇄신시킬 것이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상호연관성의 그물망속으로 얽혀 들어가면서 개인, 조직, 공동체, 국가를 움직이는 질서는 권력보다는 책임이, 명령보다는 정보로 중심이 이동되며, 각 개인, 집단, 공동체의 자율성과 창조성이 요구되어지며, 다양성은 또 하나의 부의 원천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시스템의 몰락과 새로운 시스템의 출현이라는 빠른 변화의 과정속에서 도래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상황파악과 빠른 대처능력이 절실히 필요해지고 여기서 다양성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때 그 사회는 창조적이게 되고 성장을 기약하게 된다. 그렇지 못할 때 사회적 교란이란 불균형을 초래함으로써, 문명의 엔트로피에 대한 무거움으로 그 사회는 허덕이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논리에 따르면 생산은 자본, 노동 그리고 토지에 근거하고 있다고 여겨져 왔고 이를 위해 물적 자본과 인적자본의 형성을 위한 국가교육의 목표가 되어왔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교육인적자원부’의 명칭이다. 그런데 사회학자들은 앞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특성으로서 사회자본이 정보사회에서 성장의 판가름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 사회자본이란 상호이익을 위한 조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적 신뢰와 네트워크로서 여기에는 믿음, 협동적 관계망, 상호호혜의 규범, 공동체성, 자발적 관계 등이 포함된다. 다문화교육이 추구하는 문화적 타자에 대한 존중과 상호신뢰, 의사소통과 대화, 갈등해결과 권한강화(empowerment),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지구시민의 양성, 문제와 상황중심의 학습방법 등은 바로 사회자본의 형성에 에너지를 제공하여 건강한 열린 사회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공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 론


생물다양성이 생태계의 건강과 평형을 유지시키는 것과 같이 문화다양성도 인간사회의 건강과 안정을 도모시킨다. 동질성 문화와 획일성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의 경우 다원화된 사회는 불안하고 혼돈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같음’에 대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 있음으로서 ‘다름’은 적이 되고, 같은 편으로 끌기 위한 동화는 ‘다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낳고 이는 결국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된다. 다름을 통해 서로 성장하고 문화적 타자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인류공존과 열린사회를 향한 중요한 덕목이 된다.


21세기의 지구촌은 서로가 더욱 가까워진 다문화사회이자 지구적인 네트워크 사회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여기에 맞는 다양성과 공존의 원리를 실천하는 다문화/국제이해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교육이 많은 부분에 있어서 주류사회 속에서 문화적 편견을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화될 때 문화적 타자에 대한 존중을 통해 오는 새로운 창조성, 자발성, 의사소통과 상호협력이 이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평화로우며,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문화/국제이해교육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각성과 긴급한 관심이 절실한 형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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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벡, (2000) 「지구화의 길」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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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port, G. W. (1979). The Nature of Prejudice. Cambridge: Perseus Books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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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ter, C. E. (1992). Restructuring schools for Multicultural Education. Journal of                        Teacher Education 43. 141-48.

Sleeter. C. E.. & Grant. C. A. (1993). Making choices for multicultural education:                        Five approaches to race, class and gender (2nd ed.). New                        York: Mer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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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10:07 2006/12/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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