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3년이후 기독교 평화운동의 전망과 과제 :: 2007/03/19 10:50

이라크 전쟁 3년 이후 기독교 평화운동의 전망과 과제

박성용 비폭력평화물결 공동대표

시대적 징조의 도전과 그 위기

대다수 국민들이 아직 인식하고식 있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007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전망이 가능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금년 초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는 북미관계의 급격한 변화이다. 불과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북에 대한 부시정권의 태도는 그야말로 ‘악의 축’ ‘불량국가’라는 적대국의 개념에서 넘어서지를 않았으나 최근의 ‘2.13합의’는 완전히 이런 정책흐름을 역방향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것이 일각에서는 거의 기적적인 사건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번 2.13합의가 행동대 행동을 주고받는 실천적 성격을 지닌 것이며, 앞으로 북미간의 갈등의 담은 일반국민들이 체감하기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역사적 사건은 바로 남한과 미국간의 3월말 시한의 ‘FTA협정’에 대한 것이다. 국민들의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새로운 삶의 패턴을 가져오게 될 한미간의 FTA 협정은 현재의 추세로라면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에 적응하는 강자들이 살아남는 게임으로 우리의 삶이 설정되면서 약자들에 대한 복지와 안전망이 빠르게 해체되는 과정을 밟을 게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0년간 소득분포가 중간층이 빠르게 축소되고 상위 20%의 재산축적이 강화되고, 하위계층이 2배로 증가하여 20%에 육박하는 심각한 계급화 현상이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FTA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킴으로 약자들의 인간안보(human security)와 생태안보(eco-security)의 인프라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마치 꼭 10년전 IMF라는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하여 아무런 사전 경보 시스템 없이 그 엄청난 파괴력에 국민들이 노출되어 사회안전망이 해체되고 약자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을 맞이했듯이 ‘2.13합의’와 ‘FTA타결’과정은 핵폭탄이상의 결과를 우리의 삶에 가져올 것이지만 정치권은 대권경쟁으로, 종교계는 사학법 재개정이란 싸움에 그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형편이다. 엄청난 새로운 질서의 개편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우리에게 위기인 까닭은 정치권이든 종교계이든 대응과 전망에 대한 시야가 없고 이를 위한 조직적인 논의구조가 아직은 보이지 때문에, 어떤 결정적인 결단과 각성이 없는 한 우리는 또다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란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후의 한국 기독교 평화운동의 변화

50년 전의 월남전 국군파병과는 달리 이라크 전쟁의 국군파병은 국론을 분열시켰고 그 반대논란이 뜨거웠었다. 이는 반공이념과 자민족주의의 기존 가치에 물들어 있던 우리 사회가 이제는 지구시민의식이 어느 정도 퍼져있기 때문이고 월드컵이후의 자긍심과 자기 존중감도 상당히 작용해서 누구에게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판단한다는 국민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국론까지 분열시킨 것만이 아니라 실상 더 중요한 것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처음으로 문화와 생활이 다른 원격타자(the distant Others)의 문제에 대해 그냥 방관자로 있지 않고 물질, 시간,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분쟁지역에 들어가 땀을 흘리며 긴급구호와 평화구축를 위한 여러 활동들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한국의 젊은이들과 민초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는 국민들의 평화의식에 대한 시야가 넓어져 가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1999 년 시애틀의 금융의 세계화를 이끄는 WTO회의를 국제시민운동단체들이 힘으로 무산시킴으로 가시화된 ‘대안의 세계화운동’과 더불어 새천년을 맞이하여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폭력과 분쟁, 그리고 빈곤의 지구화 현상에 맞대응하는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노력들이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평화운동단체들의 최근 5-6년 사이의 급성장이다. 몇 년사이에 가장 주목할만한 새로운 운동으로 성장한 평화운동단체들은 기존의 통일운동과 민중운동과는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지면서-그러나 기존운동과의 사안에 따른 연대를 추구하면서- 평화교육과 평화행동에 대한 불길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이한 것은 기존의 종교제도권이 아직 잠자고 있는 사이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제도권의 구조적 한계와 무관심을 뛰쳐나와 새로운 평화감수성과 대안적 상상력을 가지고 자생적인 단체와 기관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들이 기독교를 겉으로 표방하지 않아도 활동가들의 신념과 열정을 불러내는 것은 바로 필자를 포함해서 자신의 신앙관에서 평화활동을 위한 샘물을 길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기독교, 불교인들이 생명평화결사운동을 벌써 몇 년전부터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인천, 서울, 강화를 중심으로 기독교지도자들이 참여한 배띄우기 운동을 통한 한강하구의 생태평화지대화운동, 대안교육운동, 갈등해결과 평화감수성 훈련의 실시, 지역풀뿌리운동에서의 생명평화학교나 아카데미의 개설, 인터넷대안매체의 운영, 공동체운동 등등이 그 한 예가 된다. 또한 성공회의 평화학 개설, 기장의 평화공동체운동본부의 신설, 예장사회부의 기독교평화교육과 서적발간, 역사적 평화교회인 한국아나뱁티스트의 평화교육프로그램 개설 등이 기독교계에서는 눈에 띄는 활동이다.

또한 작년 12월 초에는 제주에서 60여 단체 130명의 평화활동가들이 모여 2박3일의 워크숍을 통해 한국의 평화운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기독교 평화활동가들도 후속모임을 갖고 성찰, 나눔, 연대를 위한 소통구조와 네트워크를 갖는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평화의 내면화와 사회화를 위해서는 기독교평화사역자양성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훈련 아카데미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그동안 논의하던 것을 프로그램화하여 1년에 봄과 가을로 두 달씩 아카데미를 개설하기로 기독교를 뒷 배경으로 하는 평화단체들이 동의를 하고 이를 이한 운영팀을 구성하였고 기독교 활동가들이 3월 16일에 1박 2일로 가평에서 캠프를 갖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상호의견을 조율하였다. 이는 바로 한국의 기독교 평화운동이 이제는 조직적으로 연대하는 봉화를 올리는 역사적 계기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기독교평화운동의 과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새로운 개편과 더불어, 강자위주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유념하면서, 독재정권에 맞선 기독교계의 민주화운동 20년이 되는 금년은 한국의 기독자들로 하여금 폭력과 갈등의 소용돌이속에서 어떻게 화해와 평화의 그리스도를 고백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이를 이한 공동의 대응이 모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20년전 민주화운동이 가능했던 것은 기독교가 이들의 보호울타리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이고, 오늘날 극심한 사회불안정과 대응의 부재에 따른 정체성의 위기를 느끼는 것은 사회진보를 꿈꾸던 과거의 지도자들이 성공의 열매와 꽃은 따먹었지만 정의와 평화의 뿌리를 깊게 뻣게 하는 데 헌신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구호와 깃발만큼이나 이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은 영역속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자가 필요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창조론은 언제나 케이오스(chaos; 혼돈)를 코스모스(kosmos; 질서)로 바뀌는 데 하느님의 의지가 있으며, 이 의지는 카이로스(kairos; 때의 충만)를 분별하고 이에 결단하는 예언자 그룹이나 왕(예, 요시아)의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이제는 다시 뿌리를 내리고, 씨를 뿌리는 일에 매진할 때이다. 약자를 위한 새로운 질서는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으로부터 일어서는 것임을 예수께서는 비유로 말씀하셨다(누룩, 겨자씨, 등불, 밭에 뭍힌 보물,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화해와 평화의 하느님 나라의 실현은 언제나 복합적인 인식(너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이며, 너의 복지가 나의 복지이다)과 공동의 수행(공동의 과제를 위해 함께 일하기)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이제는 협력적인 지도력 혹은 파트너십에서 힘을 얻고 대안의 상상력을 갖고 함께 꿈을 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평화의 주류화를 위해서는 기독교내 평화사역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상설화하고, 평화NGO와 종교기관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평화와 화해의 성서관 이해, 비폭력의사소통과 비폭력행동의 생활화교육, 갈등해결의 인지능력확산, 평화감수성을 위한 예술교육 등의 분야에서 교육자료와 훈련모듈의 개발, 국제평화훈련가에 의한 심화워크숍, 자료공유의 포털사이트 구축 등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사업구상을 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정의롭고, 자비로우며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인식, 태도, 삶의 기술에 있어서 평화의 관점이 들어가는 통전적인 삶의 방식이 구상되지 않고는 이익과 경쟁을 통한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각 교단이 이제는 생명평화운동을 위한 기구별 위원회를 설치하고 교회안에서도 녹색운동과 평화운동을 위한 녹색평화위원회(가칭)을 설치하여 예배속에서 평신도들의 녹색평화의 증언이 예배속에 증언과 고백의 형식으로 들어가야 하며, 세계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중보기도와 화해의 사역에 그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문화적 기독교인으로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갱생과 상생의 내적 기독교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맞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평화운동을 통해 실현하는 데 노력하지 않고는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때이다.

 (뉴스앤조이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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